K고등, 다 뭐 돼?
방학이다.
예쁘지 않은 내신 등급으로 눈물의 방학을 맞이했다.
덕분에 열공 의지가 불타올랐기를.
아이의 부탁과 나의 선택을 고루 섞어 방학 시간표를 만들었다. 3주를 5주처럼 보내자는 굳은 의지로..
아직 내신을 내려둘 수 없는 이번 방학은 대치행이다.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빼곡한 학원 사이로 자동차 반, 아이들 반이다. 모두 같은 마음으로 이곳에 모인 건가.
횡단보도를 쓸려 내려가듯 건너야 하는 주말 풍경은 눈물 나도록 안쓰럽다. 보슬비를 맞고 걸으며 삼각김밥을 물도 없이 씹어 삼키는 아이도, 자기 덩치보다 더 큰 가방을 짊어지고 재빠르게 걸음을 옮기는 아이도, 쏜살같이 달려오는 자전거에 흠칫 놀라 비켜서는 아이도 모두 내 아이인 것만 같아 마음이 쓰리다. 어딜 가도 미어터지는 점심시간의 식당 풍경도, 종료 시간 맞춰 쏟아져 나오는 아이들을 뒤로한 건물들도 나를 울컥하게 만든다. 사방에선 경적소리를 내도 아랑곳 않는 사람들, 좁은 골목에서 유턴하는 사람들, 나 빼고 모두 다 익숙해 보인다. 어딜 보고 걷는지 모르는 아이들 인파를 조심스레 거스르며 나 혼자 중얼거렸다.
"얘네들 나중에 다 뭐 돼?"
그렇게 하루 종일 미어터지는 동네에서 하루를 보내고, 미어터지는 식당에서 먹고 싶지도 않은 식사로 끼니를 때우는 아이에게 오늘도 잘 먹어라, 간식도 좀 사 먹어라, 뭐 좀 싸줄까? 영양제도 좀 먹자, 쉬어가며 해라 노래를 불렀다.
가끔 예민함이 솟구치는 아이가, 오늘은 '네'가 아닌 다른 대답을 한다.
"엄마. 나는 거기 먹으러 가는 게 아니야~"
한 대 맞은 기분이다. 아니, 여러 대 맞은 기분이다.
5주 같은 3주를 보내자고 해놓고 계속 잘 먹어라 타령이라니.
아니, 그 둘 다 내 마음이 맞다.
아니, 그냥 잘 먹어야 공부도 한다는 말을 구구절절 늘어놨던 게 맞다.
그런데 나는 또 묻고 있다.
밥은 잘 먹었어? 배는 안 고파? 컨디션은 괜찮고?...
참 답 없는 엄마다. 아니, 부담 주는 나쁜 엄마다.
질문을 바꿔봐야겠다. 아니, 마음을 고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