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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은 달걀 Jun 12. 2017

82년생 김지영

격하게 공감하며

몇달 전, 판매순위가 대략 20위 안팎에 있을무렵

온라인 서점에서 미리보기로 찜했던 책.

한가해지면 꼭 읽어야지 싶었던 책이다.

여유롭다면 서점에 쪼그리고 앉아 한시간이면 다 읽었을테지만 왠지 갖고 싶었고 나눠 읽고 싶어서 종이책으로 구입했다.


책 속에는, 내가 그동안 언니와 주고받던 이야기들이 일기처럼 적혀있다.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살아가기란, 세상이 많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러한 것임을. 부인하고 싶지만 너무나도 잘 느끼고 산다.

작가는 78년생이다. 그리고 나는 81년생이다.

귀남이와 후남이가 나왔던 드라마를, 살면서 어렴풋이 종종 떠올렸을 법한 세대의 우리들이다. 똑똑한 여자는 기가 세서 무섭고 남자 앞길을 막는다는 말도 여러 번 들어왔다. 아이를 위해 자기 꿈을 포기한 용감한 어머니들에게 맘충이라는 말을 지껄이는 멍청이들도 많이 보았다. 내 딸은 누구보다 귀하고 성공하는 삶을 살길 바란다면서 여자랑 일하기 싫다고 대놓고 말하는 수컷들을, 나는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


언젠가 인사팀에서 나에게 했던 말이 있다. 당신네 부서원들이 당신에게 참 커다란 배려를 해 주고 있다고 알고 있다고. 나는 그냥 그렇다고 대답했다. (모두가 다 그런 것도 아니고 매일같이 그런 것도 아니지만 ) 배려받고 있음에 감사하고 있다고. 일을 미루고 못하고 일찍 퇴근할 수 있는 상황에서 받는 배려가 아니다. 정시 퇴근을 위해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껴가며 티타임 한 번 갖지 않고. 점심시간도 쪼개서 일하는 나는 당당합니다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가끔 , 나의 그러한 노고를 일부러 흘리고 다니며 칭찬을 해 주는 상사를 만났다는 감사함에 그렇게 대답을 해도 불쾌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세상은 바뀌지 않았던거다. 여자 사람들은 그러한 세상에 자기를 맞춰가며 살고 있을 뿐.

그렇지만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으려고 애 쓰며 살아왔지만) 10년씩 차이나는 여자 후배들이 하나같이 말한다.

"결혼 안할거예요."

"저도요. 만약 하게 되더라도 아기는 안 낳을거예요."

이들에게 내 모습이 가히 좋게만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 쯤은 나 역시 잘 알고 있고 그런 말들에 상처받을 연차도 아니다. 그러한 현실이 가끔 아리게 다가온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내 선택이었음에 후회해서는 안된다.


최근 여사원들도 많아지고 능력있는 여성 인력들도 많아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녀들은 그것들을 위해 그동안 우리가 평범하게 살아왔던 삶이라는 옷을 입지 않으려 한다. 엄마가 될 수 있는 여자 사람 말고, 사회에서 평등한 그런 사람으로 살기위해 인생을 계획한다. 웃을 수만은 없는 그러한 일들에 우리들의 노후가 직결되어 있다.

2035년에는 월급의 6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충청도의 한 학교는 과거 3천명의 전교생에서 이제 180명의 전교생을 둔 학교가 되었다는 신문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현실을 이겨내지 못하고 또 다른 문제들을 우리 스스로가 만들고 있다는 것들이 언제나 안타깝지만, 지금 당장 내 귀에 들어올 리 없을테니. 또 다시 담아두는 수밖에.


오랜만에, 묵혀왔던 생각들을 곱씹어보게 하는 책이었다. 보수적인 생각들로 똘똘 뭉쳐 다져진 그와 그녀에게,  (이제 나에게서는 현실적으로 멀어져가고 있다는 것에 대해 안도감을 느끼는 나와 더불어) 바꾸지 않고 바뀌길 바라고만 있는 그와 그녀들에게.

이 책을 가장 먼저 선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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