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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시내교통상황 표지판을 보다.

백수 165일 째. 8월도 중순이 지나가고 있다.

by 제니

[투루언니의 육아살림체험기] 아이와 긍정적인 애착을 형성하고, 잊고 있던 소중한 일상을 발견하고, 쉼을 통해 다음 스텝을 그려보기 위한 투루언니의 재충전.


<투루언니의 코칭 퀘스천>

Q)나는 어떤 부분에서 자주 위축되나요?

Q)위축될 때 느끼는 감정은 어떤 느낌인가요?


IMG_8927.JPG ▷사진설명: 이미지를 찾기 위해 외장하드를 뒤져보니, 2013년 남편과 세부여행 간 사진이 보인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 결혼한 지 1년이 지난 그때 우리는 행복했었다.
"바람을 맞으며 앞으로 나아갈 때 나는 더 행복하다. 사실 행복이란 그다지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 않다. 신선한 공기, 빛, 물, 건강, 약간의 책들, 음악, 고요, 몇 벌의 옷, 물이 새지 않는 신발, 벗들! 행복을 위한 목록에 적힌 것들은 대개의 사람들이 누리는 것들이다."

ㅡby 장석주 <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



아들의 질문, 너 불안한가보다


"엄마, 9월에는 엄마 다시 회사가고 도우미 이모 오는거야?"


목욕 후 잠 자기 전 아들이 묻는다.

몇 번 얘기한 걸 가슴 속으로 기억하고 있는지 아들의 질문은 또렷하다.


"그러면 어떨 거 같은데?"

"무지무지 슬플거 같아. 엄마랑 있어서 좋아."


5~6개월 정도 등,하원과 놀이터 등 일상을 같이 한 아들의 말에 여러 생각이 났다.

이제 갭이어도 끝날 즈음부터는, 나도 뭔가를 해야할 것 같아 이번주부터 태권도도 보내기 시작했고

9월 이후 10월 부터의 계획에 대해서도 슬쩍 생각하는 중이다.


그런 찰나에 아들의 질문은 내 마음을 조금 아프게 했다. 그래도, 이미 우리 둘 사이에 '신뢰'가 쌓였기에 어떤 선택을 하던 나는 흔들리지 않고 걸어갈 수 있겠다.




콩나물 국과 콩나물 무침


오늘은 그제 장본 콩나물을 요리했다. 콩나물국을 인터넷 레시피로 찾아서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아주 친절하게 그림과 글로 안내를 해줬다. 요리 컨텐츠가 많은 걸 보고 신기하다.

나 또한 아무런 보상 없이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많이 쓰지 않는가. 각자 관심사가 다를 뿐이지. 덕분에 첫 콩나물 국은 잘 끓였다. 콩나물이 남아서 '콩나물 무침'도 만들어봤다. 생각보다 내가 한 음식이 맛있어서, 간만에 저녁에 '밥'을 먹어다. (요즘 살 뺀다고 고구마에 닭 가슴살을 먹는 중이다.)


KakaoTalk_20180817_222244295.jpg ▷사진설명: 깍두기와 멸치볶음은 마트에서 산 반찬인 건 안 비밀. 콩나물국과 콩나물 무침으로 저녁 해결~




남편은 죄가 없다


요즘 남편은 주52시간 근무로 비교적 칼퇴를 한다. 저녁 6시30분~7시 사이에 퇴근해 아이와 놀거나 집안일을 한다. 7~8월 두 달은 P.T를 끊어줘서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무더위 속, 흠뻑젖은 모습으로 돌아왔는데 보자마자 짜증이 몰려왔다. 아, 그분이 또 오셨나보다. '내 안의 자격지심'. 하루종일 투사할 대상을 찾고 있었는데, 그 타겟이 '남편'인거다 오늘은.


커리어를 잘 다지고 9월부턴 다시 주2회 대학원도 갈 남편 모습을 상상하니, 상대적으로 내 모습이 초라해졌다. 나 또한 아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갭이어 한다고 돈도 많이 쓰고 자유시간도 많이 갖는데 말이다. 그런 것과는 다른 '박탈감' 내지는 '갖고 싶은데 갖지 못한 것'의 느낌이다.


부럽기도 하고, 모성으로 내려놓은 내 자신이 '한심'하기도 하고, '욕심'나서 나도 하고싶은 욕망이 간절하기도 하고.....말로 표현할 수 없는 다양한 감정이 무의식을 뚫고 나온다.


"혹시 화난거 있어?"


내 어두운 표정을 보며 남편은 긴장하며 묻는다.


"아니야, 피곤해서 그래."


눈도 마주치지 않고 나는 대충 말하고 저녁을 먹었다.


'감정의 정화'가 필요해서, 저녁을 먹고 30분 정도 산책을 나왔다.

제법 가을이 다가옴을 느끼게 하는 선선한 날씨에 일단 심호흡을 했다.

아마도, 집안, 또는 집 근처만 배회하기에 에너지 많은 내가 답답한가보다.


이런 날이 있는데, 오늘이 그런 날인거지. 암. 안다.

유투브로 김미경 동영상을 들으며 걷는데, 오늘 내용이 정말 이마를 탁 쳤다.


<엄마라면 인생에 한번은 독해지고 똑똑해지기>

https://youtu.be/XT9vXcj-OnY


지금 나는, 2~3년 전에 행동들이 나타나는 거고, 지금 뭐라도 해야 2~3년 뒤에 뭔가가 나타난단다.

나는 지금 열심히 글을 쓰고 있으니 2~3년 뒤에는 살림살이가 나아지겠지.


5분 내외의 짧은 동영상이지만, 위로와 힘을 얻는다.

김미경 님이 <여자, 엄마, 일하는 사람> 이라 더 공감대가 형성되나보다. 그 모든 과정을 통과해서 지금의 자리에 온 분이기에, 더욱 위로가 된다.


이 동영상을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내 삶이 충만하다면 그때가 나의 긴 '방황'이 끝나는 때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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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답답한 마음에 저녁 산책을 하다 발견한, 어제의 사고현황표지판. 어제만해도 2명이 사망했다는데 살아있는 게 기적이겠지. 쓸데없는 생각에 잠기지 말자.



걷다가 발견한, 어제의 사건사고 도로표지판을 보며 사망2명 부상도 많음에 정신을 차려본다.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잘 살았음에 감사.

정화된 마음으로 집으로 돌어가, 웃으며 다시 가족들을 대했다.


오늘도 수고했다. 우리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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