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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많은 당신, 용감해지자.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저녁, 오늘은 백수 163일 째 되는 날.

by 제니

[투루언니의 육아살림체험기] 아이와 긍정적인 애착을 형성하고, 잊고 있던 소중한 일상을 발견하고, 쉼을 통해 다음 스텝을 그려보기 위한 투루언니의 재충전.


<투루언니의 코칭 퀘스천>

Q)어떤 상황에서 나의 방어기제는 작동하나요?

Q)자주 드러나는 방어기제는 어떤 게 있을까요?


*(방어기제)_by 네이버 지식백과
; 자아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속이거나 상황을 다르게 해석하여, 감정적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심리 의식이나 행위를 가리키는 정신분석 용어./ 방어기제는 여러 가지가 있으며 주로 부정, 억압, 합리화, 투사, 승화 등의방법이 일반적이다.


"독재자가 커 보이는 것은 우리가 그의 무릎 아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어선다면, 그는 더 이상 우리 위에 있지 않을 것이다.

_by 목수정 《당신에게, 파리/ '에티엔 드 라보에씨 <자발적 복종> 中


누군가에게는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오늘은 아들 유치원 개학식. 3주가량을 방학하느라 폭염 속 얼굴이 새까맣게 탄 아들이 다시 유치원에 복귀한 날이다. 나 어릴 때 여름방학숙제를 하루 이틀 전, 헐레벌떡 마친 게 끝이 아니었다. 어제 저녁, 아들의 유치원 숙제를 부리나케 하는 내 모습에 웃음이 났다.


나이만 먹었지 '습관'은 그대로라는 사실에 ㅎㅎ


아들이 이번주 월요일부터 태권도를 시작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내가 보냈다'가 맞겠다. 에너지 넘치는 아이라 운동도 하고, 투지도 불태워주고, 용기도 키워주자는 의미로 겸사겸사 주3회로 보내게 됐다. 운동은 좋아하는데 낯설음은 싫어하는 우리 아들. 오늘 두 번째로 함께 갔는데(적응할 때까지는 뒤에서 같이 수업하기로 했다.) 오늘은 같이 앉으라고 하는데도 싫다고 하고, 첫 날보다 덜 참여하는 눈치였다.


최대한 개입하지 않고 지켜보자 노력했다. 다같이 정해진 자리에 앉아서 스트레칭 및 기본동작을 일어나서 하는데, 관장님이 일어나라고 해도 싫다고 앉아있던 아들은 앉아서 그 모습들을 관찰한다. 혹시 몰라, 나도 동작을 서서 따라했는데, 아들은 앉아서 조금씩 동작을 하게 됐다, 그러다 유치부 아이들은 뒤 쪽에서 따로 운동을 하는데 조금 시간이 지나 아들은 조금씩 참여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안정적인 상황이 되어야만 움직일 수 있는 아이인가보다 우리 아들은. 그런 특성의 아들을 처음부터 안 일어난다고 윽박지르거나, 야단 쳤다면 또 위축될 수 있었겠다. (중반부에 하도 누워있어서 이름 석자 부르며 눈에서 레이저 한 번 쏘긴 했다.ㅎㅎ)


"다른 애들은 다~ 하는데 너는 왜 못해"로 접근 했으면 오류를 범할 뻔한 장면이다. 누군가에게는 적응하는 데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아들을 통해 배운다.




뒷담화를 하는 이유,혹시 겁 많아서냐?


오랜만에 저녁 산책을 갔다왔다. 올리브영에 '태닝오일'을 사러 가는 길이었다. 제법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걸 보니, 이제 폭염이 어느정도 사라질 것 같다. (허나, 낮에는 아직도 7월 말~8월 초 같은 엄청난 더위가 공기중에 가득하다. 이제 직장인들의 휴가 날짜로 바뀌겠다.)


유투브로 ted나, 자기계발 동영상 듣는 걸 좋아하는데, 오랜만에 걸으며 김미경 tv를 봤다. 김미경 님에 대해서도 호불호가 있으나, 나는 컨텐츠가 지금 현재시점의 나에게는 도움이 많이 돼 즐겨 듣는다. '뒷담화'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가 나왔다. 뒷담화 하는 사람은 일상의 작은 악인이고, 누군가와 친해질 계기로 다른 누군갈 까는 것이라고도 했다. 맞는 말이다. 또한, 습관적으로 그런다는 말에는 성찰도 해봤다. 나는 그러지 않는지..성찰해보니 부끄럽지만 나 또한 그렇다.


의도적으로 남을 해하려고 한 건 아니나, 무의식적으로, 어떤 상황 속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웃음의 소재로 남은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그랬던 것 같다. 자기점검을 하고, 앞으로는 의식적으로 그러지 말자고 다짐을 하며 길을 걷는데, 또 다른 생각이 났다.


요즘 주말에 부부상담을 받고 있는데, 지난번 회기 때 상담사분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겁'이 많다고 했다. 화를 내는 경우 '놀라서' 화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고, '호기심'은 많은데 '겁'도 많아서 뭔가를 하고서도 머릿속으로 계속해서 생각한다고 한다. 의외였다. 나는, 내가 용감하고 쎄고 강한 여자라고 생각했다. 생각했다는 것은 어느 순간부터 주변 사람들의 피드백도 그런 말들이 많아지면서 나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한 것 같다.


시간이 지나고, 천천히 생각해보니 어느 정도 맞는 말 같더라. 도전은 잘 하지만 집 외에 낯선 장소에서, 심지어 여행지에서조차 '잠'들지 못하는 나. 도둑들지 않을까, 귀신있지는 않을까 두려움에 음악을 들으며 눈감고 숫자 세는 나. 그러면서도 자아 찾겠다고 혼자서 여행 가보는 나. 모든 넌센스한 상황이 상담 이후 설득력이 생기는거다.


어떤 최악의 상황에 접하면 '리셋'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이유. 다시 뒤엎고, 또 다른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고 싶은 것, 그것은 바로 '확신을 가장한 두려움'이었을까.



순간 소름이 돋았다. 조금 더 '용감'했다면, 앞에서 욕했겠지. 스스로는 '착해서'라 포장했었다. 그런 행동은 배려심 없는 행동이라고 나 자신을 설득했다.

그런데, 앞에서 대놓고 말한다고 해서 다 '배려없고 무식한 행동'은 아니다. 대화스킬에 따라 호불호가 달라지겠지만, 제일 중요한 건 어떤 사건이 발생한 그 '순간'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무언가 액션을 취하는 것. 오래 살진 않았지만 그게 '정답'같다.


어떤 사건이 지난 후, 상대방은 이미 그 일을 잊었는데 내 머릿속에서는 '그 일'의 시나리오가 쉬지않고 돌아가 뒤늦게 잘잘못을 따진다거나, 캐묻거나, 폭발하거나, 뒷담화하는 행위는 건강하지 못하다. 상대를 배려하면서도 순간 상황에 맞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방법은 매우 많다. 이 역시 '훈련'이 필요하다.


'겁 없던 녀석'이 될 때까지 예리한 감각으로 용감해지자. 뒷담화 하지 말고 그 '상대'에게 앞담화 하자. (건강한 대화법으로)



겸손해 지는 시간, 육아


"엄마가 기분이 좋았다가 다시 안 좋졌네."


아들의 말에 살짝 놀랐다. 이 녀석은 나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지금까지 여러 노력을 해 왔구나. 내가 어려서 그랬던 것 처럼.....
후아....그러지 않게 만들려고 나름 노력을 한다 했지만, '역시는 역시'였다.


왜 앎이 행암으로 이어지지 않는지, 인간이라 그런건가? '비교'는 절대 안 된다고 이론으로도 알고 있는데, 나는 일상에서 아주 사소한 비교를 한다. 매일, 그것도 아주 많이.


"아들아, 00 이 닦는거 봤지? 치약도 직접 짜서 혼자 잘 하잖아."

"아들아, 00는 밥 잘먹어서 키 큰거 봤지? 너는 언제 다 먹을래?"

"아들아, 엄마가 제 자리에 앉아서 밥 먹으라고 몇 번이나 말했지?"

"밥 치운다. 어, 또 움직였어!!!!!"


그리고 습관적으로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됐어, 엄마 말 안 들을거면 니 맘대로 해."


이 말을 하면 아들은 100프로다. 자기 맘대로 안 한다고 즉시 행동을 한다. 책에서는 '이중 메시지'가 좋지 않다고 계속해서 말했는데, 나는 너무 사소하게 자주 그런 말을 한다. ㅜㅜㅜㅜ



애를 키우면서, 우리 엄마는 나를 제대로 못 키웠다고 씩씩거렸으나,

우리 엄마 또한, 나를 얼마나 정성껏, 본인이 싫다고 느낀 걸 안 하며 키웠을지 상상이 간다.

육아 앞에 '교만'이 무너진다.

다 '열심히' 키웠구나. 아들을 낳고서야 머릿속으로 '인정',

가슴까진 좀 더 키워야 할 듯 하다. (엄마, 사랑해용)



내일 아침부터는 조금 더 '즐겁게 밥 먹기'위해 휴대폰을 내려놓자. 집중 또 집중!!
ㅜㅜㅜㅜ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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