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살이가 나아졌는데도 마음은 변하지가 않는다.
[투루언니의 육아살림체험기] 아이와 긍정적인 애착을 형성하고, 잊고 있던 소중한 일상을 발견하고, 쉼을 통해 다음 스텝을 그려보기 위한 투루언니의 재충전.
<투루언니의 코칭 퀘스천>
Q) 오랫동안 지속되는 '습관'중 고치고 싶은 게 있나요?
Q) 그 습관을 고치기 위해 가장 먼저 '시도'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엄마와 딸의 관계는 오묘하다. 피 터지게 싸운 뒤,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이야기를 나눈다.
친정에 가면 보통 엄마는 맛있는 음식을 해주며 반찬 등 이것저것 챙겨준다.
나는 가만히 있고, 상대가 생각해서 챙겨주면 참 아름다운 그림일 텐데, 가끔은 그런 그림이 안 나올 때가 있다.
이건 아주 오래된 습관인데, 친정집에 가도, 내 집처럼 이것저것 뒤적거리며 구경한다. 뭐 좀 가져가서 쓸만한 게 없을까 한참을 뒤지다 발견한 아이템들은 '특템했다'는 마음으로 챙겨 온다. 간혹, 그 물건이 엄마가 아끼는 것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지만. (엄마의 미묘한 표정 변화를 통해 나는 알 수 있다.)
이번 주 월요일에도 친정에서 1박을 하고 왔는데 습관이 무서운 지 나는 또 매의 눈으로 이것저것 주방 살림살이는 뒤적이다 몇 개 발견한 아이템들을 올려놨다.
그러다 문득, 왜 나는 세월이 많이 흘러서 살림살이가 많이 나아졌는데도 뭔가를 쓸어 담듯이 수집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크게 크게는 잘 한다.
애기 봐준 고마움에 친정 집 주방 리모델링도 몇 백만 원어치 쓰고, 틈틈이 엄마 필요한 고가 화장품 등 잘 사다 줬다. 그런데, 아주 짜짤한 무언가를 끊임없이 '가져가려'는 습관은 없어지지 않는다.
이것은 아마도 아주 오래전부터 내 머릿속에 자리한 <가성비>라는 단어와도 어울리겠다.
뭔가를 '더'받거나 '많이'받아야 '손해보지 않는 느낌'을 갖게 하는 그 치명적인 <가성비>의 유혹.
50분짜리 상담은 이왕이면 10분이라도 더 하고 끝나야 돈이 아깝지 않고,
화장품을 사면 샘플을 어마 무시하게 받아야 합리적 소비를 한 것 같은 이 마음들.
세일 기간이 아니지만 단골이라는 이름으로 추가 할인을 받아야 뭔가 이긴 듯한 느낌들.
어릴 적 친척집에 가면 사촌 언니가 쓰던 물건을 몇 개 챙겨 와야 마음이 안심됐던 일.
손해보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진짜 손해 본 일이 몇 개 생각난다.
'악의'가 있던 건 아니나, 오랫동안 습관처럼 쌓인 그 무의식 때문이리라.
곧 마흔이 다 되어가는데, 친정에 가면 좀 넉넉히 과일이라도 사가서 반갑게 인사하고 해야 하는데, 나는 늘 갈 때마다 뭐 하나라도 더 챙겨 오려고 안간힘을 쓴다.
없을 때는 없어서 그랬겠지라고 생각해보지만, 그것은 오래된 '습관'이었다.
내 마음속 어떤 것이 강박적으로 뭔가를 '수집'하게 만드는 것일까.
나의 이런 '배려 없는' 행동으로 상대는 얼마나 '당황'하고 불쾌함을 느낄 것인가.
미소가 아름다운, 넉넉하고 우아한 40대가 되고 싶다.
언젠가 그런 날이 오길 바라며...
다음 주 추석에는 친정집에 가면 아무것도 뒤지지 않고, 넉넉하게 있다가 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