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갖고 있는 기준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건 정의인가 폭력인가.
[투루언니의 육아살림체험기] 아이와 긍정적인 애착을 형성하고, 잊고 있던 소중한 일상을 발견하고, 쉼을 통해 다음 스텝을 그려보기 위한 투루언니의 재충전.
<투루언니의 코칭 퀘스천>
Q) 나의 행동의 '기준'이 되는 것들은 어떻게 생긴 것인가요?
Q) 무의식적으로 사용되는 그 '기준'은 옳은 것인가요? 누구를 위한 기준인가요?
*기준 (基準)_[명사] 기본이 되는 표준_by 네이버 국어사전
*기준 (基準)_ (표준) standard; (결정·판단 등의)_by 네이버 영어사전
어제부터 오징어 부침개를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는 아들을 위해, 하원 후 시장 가서 오징어를 사 왔다. 간식 먹고 태권도 학원 다녀온 뒤 만들어 준다고 '약속'을 했다. 기분 좋게 사온 옥수수와 가래떡 한 줄을 주고 잠시 휴대폰 충전하러 안방으로 갔다. 아들은 가래떡이 맛있다며, 남은 떡을 더 먹겠다고 해서 저녁 먹어야 하니까 '안된다'라고 말했다.
안 먹은 줄 알았다.
태권도 가기 전 잠시 주방을 오니, 아이는 가래떡을 이빨로 두어 번 물어뜯어 먹었던 것이다.
그걸 본 나는 자극을 받고 아들을 소환했다. 안 먹기로 약속해 놓고 잘라달라고 하지도 않고 이게 뭐냐고 폭격을 한참을 해댔다. 분이 가시질 않아 오늘 오징어 부침개 해주기로 했었는데, 네가 약속을 안 지켜서 내일 해준다고 엄포를 놓았다. 지난번 키즈카페 일을 기억해보라고 한 마디 덧 불이며.
아이는 오징어 부침개가 먹고 싶다고 아주 서럽게 울었다.
떡이 먹고 싶어서 그냥 먹은 거라며... 오징어 부침개 오늘 먹으면 안 되냐고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간청했지만, 나는 '일관적'인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no라고 대답했다.
아이를 태권도 학원에 데려다주고, 잠시 커피숍에서 기다리며 책을 보는데 아래 구절을 발견하곤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게, 그렇게 화 낼 일이었을까. 먹고 싶어서 가래떡을 이빨로 먹은 5살 어린이에게 나의 '기준'을 강요하며, 그렇게까지 해야 할 일이었을까를 말이다.
나의 '의도'는 오징어 부침개를 저녁으로 맛있게 먹일 건데, 가래떡을 너무 많이 먹어서 저녁밥을 많이 안 먹으면 아이 키가 안 클 거라는 생각에 규칙을 정한 거였다. 한 줄만 먹기로.
즐겁게 가래떡 한 두줄 더 먹는다고, 오징어 부침개를 더 먹고 안 먹고 할 만한 문제인가....
이게 그렇게 심각한 규칙과 기준인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뭣이 중한고!>
태권도 끝난 뒤 아이에게, 오징어 부침개를 오늘 해준다고 다시 이야기를 했다.
"나의 어머니는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는 좋은 의도를 갖고 있는 사람이었겠지만,
지나치리만큼 걱정이 많았던 여성이었다.
그리고 정작 문제는 아이를 소유물로 인식하는 그녀 당대의 교육 철학이었고,
그에 따라 애를 쓰면 쓸수록 자식의 삶을 침해할 뿐이었다.
훈육 면에서나 윤리적 측면에서나 오늘날의 심리치료사들이 볼 때,
그것은 단지 그녀 기준의 최선일뿐이었다."
_by [book] 셀프혁명 <글로리아 스타이넘> 中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건 중 '동시성'을 느낄 만한 우연이 참 많이 일어난다.
오늘은 아침에 본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와 책 <셀프혁명>이 그것이다.
"우린 우리의 일부를 남기고 떠난다.
그저 공간을 떠날 뿐. 떠나더라도 우린 그곳에 남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돌아가야만 찾을 수 있는 것들이 우리 안에 남는다.
우리가 지나온 생의 특정한 장소로 갈 때 우리 자신을 향한 여행도 시작된다.
그 여정의 길이는 중요하지 않다.
우린 그 길에서 외로움을 만나게 된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은 '외로움에 대한 두려움'에 기인하지 않나?
그래서 미리 단념하는 걸까?
인생의 끝에서 후회할 만한 모든 일들을...."
_by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 中
배우 '제레미 아이어스'를 알에 돼 그의 작품들을 보다 아침에 보게 된 영화.
큰 기대 안 하고 봤는데 영화 안에서 '철학'을 보는 느낌, 강렬히 가슴에 들어왔다. 쑥.
특히 대사 하나하나가 곱씹어 볼,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느낌이다.
결국은 자아상의 문제인가?
'인정할 만한 삶을 살려면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던' 그런 결정적인 모습들.
_by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 中
_by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 中
"꼭 요란한 사건만이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결정적 순간이 되는 건 아니다.
실제로 운명이 결정되는 드라마틱한 순간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사소할 수 있다.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삶에 완전히 새로운 빛을 부여하는 경험은 소리 없이 일어난다.
그 놀라운 '고요함'속에 '고결함'이 있다."
_by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 中
때론, 친밀함이 나의 전부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모든 것을 알고, 공유하고, 연결되고 싶은 강렬한 욕구.
좋은 것을 같이 나누고 공유하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
그러나, 아래 대사를 보며 그건 '나'를 위한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모두 네가 바라는 거지 날 위한 건 아냐.
내가 줄 수 있는 것보다 넌 더 많은 걸 원해.
난 준비가 안됐어."
_by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