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345일.
역시 글은 새벽에 써야....
아침형 인간을 노력 중에 있어, 새벽 기상 프로그램을 참가하고 있지만,,,
11시에는 잠들었어야 하는데 지금 이 시간에 글을 쓰고 있으니 아마도 내일은 실패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 실패보다는 지금의 기록이 더욱 의미 있다고 여겨졌기에 기회비용을 기꺼이 허용한다.
나는 꿈을 자주 꾼다.
요즘도 각종 등장인물이 난무하며, 여러 모험 스토리가 펼쳐지기도 한다.
어젯밤 꿈에는 10여 년 전 대학시절 엑스 연인이던 A가 등장했다. 꿈을 꾸면 생생한 내용은 거의 까먹기에 잘 생각나진 않지만 A의 등장은 많은 것을 내포하는 것 같다. 메타포라고 해야 하나..
A와 사귀던 시절의 나는 무척이나 바빴다. 연애 중이었지만 연애 중이 아닌....
말하자면 '나의 스케줄'로 인해 너무 바쁜 나날을 보내서 주말에도 각종 워크숍, 세미나, 스터디 등을 다니느라 바빴다. 가끔은 우스갯소리로 "나는 그럼 언제 만나? 주말에 나는 그럼 뭐해?"라고 말하는 그에게
"나 말고 친구 없어? 공부하고 다른 것도 좀 하면 되잖아."라고 어이없는 표정으로 대꾸하곤 했다.
15년이 훌쩍 더 지난 지금, 나는 반대가 되어있다.
"왜 나한테는 궁금한 게 없어? 오늘 하루 어땠는지 안 궁금해?"
그간 무엇이 달라졌을까.
나는 단지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다.
남들처럼 공부해서 대학도 가고, 열심히 준비해서 취업도 했었다.
사회생활에 어려움도 겪고 이직도 하고 그래도 맡은 일에 충실하고자 노력했다.
그런 나에게 '전념할 대상'과 '목표'가 사라진 게 문제일 거다.
마치, 좌표를 상실한 느낌이랄까... 언제나 분주히 푯대를 향해 전력질주하는 모습이 익숙한 나는 지금 일상의 상황이 초점 없는 무질서의 느낌이다.
그래 안다.
충실히 육아하며 아이를 양육하면 되는 거다.
하지만, 나는 방어적이다.
육아, 사람 공부를 하면 할수록 "아이를 잘 키우고 잘 독립시켜야 한다" 고 한다.
우리 부모님은 나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어느 측면에서는 과잉보호한면이 없잖아 있는데, 그것이 아마도 지금 나의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하나일 수도 있겠다.
독립이라는 중간지점을 충분히 경험해 본 뒤, 그 뒤에 결혼생활을 했으면 좀 더 나았으련만...
나에게는 그 중간이 부재하고 다리를 건너듯 뭔가 지점을 이동한 느낌이다.
아들이 스무 살이 되면 심리적으로 훌쩍 떠나보내야 한다는 그 마음이 '올인'하면 '집착'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만드는 것 같다.
내가 아들에게 너무 올인하면, 아이에게 집착할까봐...
그럼 홀가분하게 독립시키지 못할까 봐.... 이것은 두려움의 일종인 걸까...
너무 간 생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그럴지 모르겠다.
나에겐 시간과 에너지가 있고, 목표가 없다.
그것이 갈등의 원인을 만들기도 한다. 특히나 상대가 무척이나 피곤한 날에는 더더욱.
유투브나 오디오북을 좋아한다.
청소를 하며 오디오북을 들었다. 자존감 수업으로 유명해진 윤홍균 쌤의 오디오북을 우연히 발견해서 들었는데, 그 내용이 너무 좋아 링크를 복사했다. [자기조절감]에 대해서 내용이 다뤄졌는데, 사춘기가 일찍 오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내가 살고자 하는 삶이 있는데 그렇게 살지 못하는 삶이 길어질 때 위기가 온다고 한다. (억압당했을 때가 더 맞는 표현이겠다.)
어쩌면 퇴행일지도 모르겠다. 가끔 50 넘어서 나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모든 걸 버리고 훌쩍 떠나는 중년 남성 이야기가 이런 케이스라고 한다. 오랫동안 누르고 누르고 살다, 어느 순간 폭발해버린....
여유가 생길 때 그런 것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나에게는, 아마도 육아휴직 후 난생처음 가져보는 '여유'를 통해 그 시간이 왔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내용이 참 좋다....
그다음으로는 [독립]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는데.... 내가 어려워하는 많은 부분은 [독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결론이 내려진다. 엄마이자, 아내인 서른일곱의 나이에 걸맞은 역할을 쉽게 수행해야 하는데, 경험이 부족한 나는 그 역할들이 할 때마다 <어렵게> 느껴져 하기 싫어지고 자신감도 떨어진다.
빈틈을 매우기 위해, 살림도 배워보고 육아도 열심히 하려고 나름 노력하고 있으나 쉽지는 않다.
뒤늦게 배운 운전도 아직 미숙한 주자로 인해, 차를 끌고 갈 때마다 벙어리 냉가슴이다.
하지만, 작년 이맘때와 비교해보면 하지 못했던 것들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비록, 내 기준으로 보기에 아직 너무 서툴고 부족해 보일지라도.
그냥 하면 된다. JUST DO IT
그럼 천천히라도 나아질 거다. 암.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596/clips/27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596/clips/28
3월에는 아들 유치원 종일반에 보내는 목표로 면접을 보아왔지만(종일반은 이미 5세 입학때부터 대기표를 뽑았다...)내 마음속에서는 '창업'에 대한 생각이 계속 자리 잡고 있었다. 사실 거창한 창업이라기 보단, 내가 만들고 싶은 1인 기업을 만든 뒤, 하고 싶었던 다양한 워크숍, 강의 콘텐츠, 프로그램 등을 기획하고 실제로 실행해보고 싶다. 나보단 덜 시행착오를 겪었으면 하는 마음과... 여러 사람들과 나누고 더 잘됐으면 하는 마음....
그 마음을 가로막는 첫 번째 장애물은 <돈>이었다.
뭔가 회사를 다녀야만 내가 제대로 된 사회인으로 인정받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것을 해도 돈이 안되거나 실패할지도 모르는데, 그것은 나로선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무언가를 한다 -> 성과를 내야 한다 ->돈을 벌어야 한다
내 뇌는 이러한 구조로 돌아가기에, 돈을 벌지 못하는 행위는 시간을 낭비하는 행위로 인식되는 오류가 있다.
그 마음을 가로막는 두 번째 장애물은 <주변 사람들과의 비교>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제대로 됐다고 인식하고 있는) 틀은 너무 한정적인 '대기업' (여기서 말하는 대기업이라 함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급여도 많이 주는 그런 종류의 회사나 일) 이기에, 그 기준에 빗대어 보면 나는 루저인 거다.
그 마음을 가로막는 세 번째 장애물은 <감정 기복>이다.
이 나이 먹었으니 인정할 건 인정하자. 예술가적 기질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감정 기복이 있다. 기분이 좋을 때는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극도의 자신감이 들지만, 기분이 위축된 날은 한없이 작아지고 초라해진다.
이 모든 것들은 외부의 자극이나, 평가, 기대치 등 외부적 요소로 결정되거나 내부적으로 컨디션이 안 좋거나 어떤 사건이 있을 때 감정이 일렁이며 작용을 한다.
외부 사건을 내가 통제할 수는 없지만, 내부적인 요소는 이제 통제할 수 있다. 감정 기복이 있는 상태를 없다고 <없는 것으로> 만들지 않고, 이제는 내 안의 감정 기복을 쿨하게 <있다고 인정>하겠다.
다만, 그 기복의 진동폭이 예전보다 좁아지기 위해 스스로 노력할 것이다.
외부통제 요인 말고, 내부통제 요인은 되도록 더 많이 파악해 스스로 영향력을 줄일 것이다.
아무튼, 월요일 면접의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불합격의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3월이 다가오기에 농담 반 진담 반 사업자를 낸다고 말했지만 <회사 이름>에 막혀서 속도가 나지 않았다.
지난 월요일, 페이스북에 내가 꿈꾸는 회사를 대략 언급하고 회사 이름의 아이디어를 브레인스토밍 해달라고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요청했다.
몇몇의 아이디어들이 올라오는데....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았지만 뭔가 심장이 쫄깃쫄깃 해진다.
안된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왠지 정말 일어날 것 같은 그런 기분... 그 여정이 시작된 느낌이다.
이제, 안정적으로 육아를 세팅하고 나는 내가 꿈꾸던 일에 전념해야겠다.
그렇다면 남편과의 속도도 맞춰질 것이며(남편은 독립적인 여성이 이상형이라고 말해왔다. 내가 그런 줄 알고 결혼했는데 의존적이어서 놀랐다고 한다.나는 스스로를 독립적으로 알아왔으나 성취적인 것을 착각하고 있던 것 같다. 독립적인 부분도 있으나 의존적인 부분도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 또한, 사실 애정을 갈구하는 그런 스타일의 여성이 아니라, 진취적이며 내 일을 열정적으로 하며 남편은 아이를 양육하고 가정사를 공유하는 '파트너'로서 동등한 개념을 꿈꿔왔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의 내 모습은, 마치 어린아이처럼 사랑을 갈구하는 그런 형태를 띠고 있어서 나 스스로도 당황스럽고 놀라고 어처구니가 없긴 하다. (이상하게 남편이 가장 힘든날에 나의 이 욕구는 가장 커진다. 아마도 상대방의 표정이나 에너지등을 느끼기 때문에 그 방향을 '나'라고 오해해서 그런 것 같다.)
이 또한 지나가리.
얼마 남지 않았다.
각자의 시간표에 충실히,
여유 없는 나날들을 견디며,
그렇게 자고 또 일어나 새 아침을 맞이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