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343일
다음주, 아들의 봄방학에 앞서 나는 마음이 분주해졌다.
3월, 아들 종일반을 보내기 위해서는 나는 무언가라도 하고 있는 상태여야한다.
마음속으론 이미 나만의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습관화된 불안은 자꾸만 불필요한 행동을 하게 한다.
지난주 금요일, 사람인에서 내 이력서를 봤다고 한 홍보대행사에서 연락이 왔다. 임원분이 보고서 꼭 한번 면접을 보고 싶다고 하면서...
이 나이에도 헷갈리는게 이것이 (기회)인지 (헛짓거리 시간낭비)인지 하는거다.
어딘가에서 일을 하긴 해야해서 나를 보고 싶어한다니, 한번 가보고 결정하자는 순진한 생각으로 또 한번의 면접을 보러갔다.
사실 면접을 보러가면 구직자 또한 그 회사 분위기를 알 수 있기에 헛수고는 아니다. 면접을 보고 나면 어떤식으로든 명확한 큰그림이 나올것으로 기대했기에 면접에 향했다.
외출할때마다 예뻐진다.
집에 있으니 하염없이 나태해져서 규칙적인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도 나는 일이 하고 싶다.
면접을 보고 느낀점은 이길은 내길이 아니라는 것. 내가 맘속에 그리고있는 그것을 하얀 도화지에 펼쳐야 한다는 것.
웃긴건, 면접보러 오라는 사람은 담당상무가 내가 너무 맘에 들어서 내블로그 등을 봤다는데, 실제 그분은 내 블로그는 못봤다는거다. ㅎㅎ
인원수 채우기에 동원된것인가...
이번 주말 나를 둘러싼 감정은 (초라함)이었다.
물론 입장차가 있다.
미혼의 눈에는 내가 다 가졌으며 아이를 원하는 사람의 눈에는 결혼과 출산을 다 이룬자로 보일거다.
30대 중,후반 일반적 과업을 다 이뤘다고 보자면 볼수도 있는데 나를 둘러싼 초라함은 (커리어)와 (업무능력)에 대한 거다.
나도 9년여를 일한 경력이 있는데도 점점 초라하고 위축된다.
어느 분야건 들어가기만 하면 배워서 할수있다는 자신감은 어느순간 사라진지 오래.
"내가 할 수 있을까...."
어떤 것을 접할때의 최초 디폴트값이 달라지는 느낌이다.
많은것을 배우고 일하고 살아왔건만 자꾸만 작아지는 이 마음은 뭘까....
하원을 앞두고 이디아에서 커피한잔 마시며
마음을 달래본다.
오늘의 발걸음으로 빨리 해야할 또다른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또한 성과겠지.
달달한거 먹고 기운내자.
육아 문제가 해결되면 뭔가 새로운 돌파구가 생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