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의 비용

이제 소모적인 에너지 낭비를 줄여보자.

by 제니

이전 글에서도 밝혔듯이, 작년에 들었던 아들러리안 수업에서 발견했듯이 내가 가장 두려워하고 싫어하는 것은 바로 <배신>당하거나 <사기>당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나의 두터운 방어기제들은 그러한 것들을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행동들을 하게 만들고 나를 보호해준다. 무엇인가에 푹 빠지는 것을 컨트롤하며, 이상한 느낌이 들 것 같으면 증거수집에 박차를 가한다.


결혼 이후 나는 사소한 변수에도 이러한 촉이 발동해 언젠가 닥칠지도 모를 일들을 위한 다양한 방어장치를 만들었다. 특히 <불신>에 대한 기회비용이 엄청난데, 상대가 <어>하고 말한 것을 그대로 들으면 끝날 것을 <아>하고 알아 들어서 에너지를 낭비했다. 증거 수집에 열을 올리며 백업을 반복했다. 쓸데없는 행위의 지속적인 방법을 꽤 오랜 시간 동안 해왔다.


아, 시간 아까워.


차라리 배신당하고 말지~혹시, 언젠가, 만약에 발생할지 모르는 일을 대비하기 위한 불필요한 에너지(시간/노력)가 너무나 많이 든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로 인해 정작 해야 할 일들을 하지 못하는 상황들이 반복되는 것을 목격했다.


패턴을 바꿔야겠다.

방어적으로 살지 않고 푹 빠져서 어떤 결론이 나던 묵묵히 받아들이겠다고 마음먹는다면 좀 나아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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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완연한 서른 후반에 접어들었다.

이십 대 후반에는 결혼을 할지 말지, 이직을 할지 말지 정도의 고민을 했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는 내가 원하는 것들이 이뤄지지 않은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결혼을 원하는데 마땅한 짝을 찾지 못하거나, 아이를 원하는데 생기지 않거나, 일적으로 잘 풀리고 싶은데 잘 안 된다거나,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데 지속적인 오해가 발생한다거나.... 간절히 원해도 안 되는 수많은 것들을 경험하면서 의도치 않게 너그러워지는 면도 있다.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포부가 가득했던 20대를 떠나보내니 새로운 30대가 지나가고 있다.


나의 한계를 인식하고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조정된 계획을 바탕으로 현실적 계획을 수립하는 시기. 어차피 계획대로 되는 일이 없다는 것을 몸소 깨달아 틀어진 계획에 스트레스받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시기. 내려놓고 흘러가는 방향으로 가게 되는 시기.



특히, 서른 후반에 접어드니 더욱 그러하다. 이 시가는 아마도 그런 나이인가 보다.

1월도 어느덧 마지막 날이다.


2019년의 마무리도 여러 변수(아들 독감/설연후 등) 속 정리하지 못했다. 그렇게 2020년의 한 달을 보내고 있다. 2월, 달이 바뀌면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으쌰 으쌰 해야지. 그래서 열두 달이 존재하나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두 번의 새로운 의미부여를 위해서.


2월, 불신으로 인한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신뢰하자. 일, 사람, 사랑, 그 뭐가 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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