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아들은 7살 많이 컸는데 나는 쪼그라들었다.
어떻게 결혼했다고 해서 애 때문에 살아요? 그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사랑 없는 결혼을 어떻게 하고, 왜 같이 살아요. 전 안 그렇게 살 거예요. 절대로 애 때문에 살지 않을 거예요~
자신만만했던 시절이 있었다.
중소기업에 가고 열심히도 안 하고 노력을 안 해서 커리어가 그 모양이야? 이직이라도 해서 좋은 회사를 가야지 왜 그러고 있어.
첫 취업을 잘 못했던 누군가에게 저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결혼 안 하고 애인만 있어도 좋아. 여자가 일이 있으면 됐지 괜찮아. 결혼을 하고 싶으면 눈을 낮춰봐, 눈을 안 낮추고 절실함이 없으니까 결혼을 못하는 거지.
결혼이 잘 안 되는 지인에게 저런 말을 했던 적도 있다.
정녕, 뭘 잘 몰랐었다.
가장 시급히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는 바로 <자신감 회복>이다.
예전에는 지나칠 만큼의 자신감이 있었다. 내 능력이 조금 부족해도 노력해서 실력을 따라잡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다. 가진 게 없어도 뭐든 잘할 자신이 있었다.
세월이 조금 흘러, 가진건 여전히 많지 않지만(가장 큰 것, 아들이 하나 생겼네) 나는 많이 달라져 있다.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았건 간에 결혼과 출산 이후 워라벨이나 육아에 초점을 맞춰 일을 하다 보니(일도 잘 하고 싶었지만 애도 잘 키우고 싶었다. 두 마음이 모두 공존하니....) 커리어도 자리잡지 못했고, 뭐든 잘할 것 같던 마음도 이리저리 방황하고 좌절하고 치이면서 발바닥 밑으로 내려간 지 오래.
무엇을 하건,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면접이라도 하나 보려고 하면 속으로 "혹시 붙으면 어떻게 하지? 애는 어떻게 하고, 내가 실력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라는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물론, 모든 면접에 떨어졌기에 작년에 창업이라는 명분 하에 사업자를 내긴 했지만. 그것도 부채의식처럼 마음에 남아 뭔가를 해야 하는데...라는 메시지만 계속 던질 뿐이다.
일도 내 맘대로 안돼, 육아도 내 맘대로 안돼, 관계도 내 맘대로 안된 30대다.
20대, 많은 모임에 나가고 사람들을 만나서 관계를 맺었기에 자의건 타의건 연락 오는 곳 많았고 만날 사람이 많았다. 출산 이후, 퇴직 이후, 나만의 안식년을 갖는다며 관계를 정리하고 아이를 낳았지만 엄마모임에 나가지 않다 보니 정말로 나 혼자 있는 기분이다.
사회적 관계도 없고, 아이를 매개로 한 관계도 없고, 종교적 관계도 이런 저련 이유로 끊기다 보니 정말 고독한 요즘이다. 올해 다시 새로운 모임에 나가고, 새로운 관계를 맺어야겠다. 이러다 고독사 할 판.
나만 이런가... 싶다가도 간혹 올라오는 뉴스 기사를 보면 조금 위안을 받는다.
나만 그런 건 아니구나.... 나만 미쳐가는 건 아니구나..... 나만 문제 있는 건 아니구나 하고 말이다.
이 모든 과정을 먼저 거친 전인화 역시 "나도 가정을 돌보기 위해 배우 활동 최전성기였던 '여인천하' 이후에 7년을 쉬었다"라며 "'제빵왕 김탁구'로 복귀했는데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정말 많이 들더라"라고 전했다. 하지만 전인화는 "기회는 누구에게나 반드시 찾아온다"라며 소유진과 한지혜를 격려했다.
이 기사의 댓글을 읽어보는 것이 더 의미가 있었다.
어떤 선택을 하건 욕먹고 후회하고 답답하고 그런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예전 엄마들은 어땠는지 모르지만, 요즘의 엄마들은 조금 다르게 성장한 건 맞기 때문이다.
뭐, 하루아침에 바뀔 문제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전전긍긍하다가 결국 골로 가는 거지.
이미 벌어진 일들을 어찌할 수 없겠지.
힘겨웠지만 요즘은 아들과 놀고, 아들의 미소로 나의 고통을 조금 이겨내고 있다.
그만큼 키워왔기에 이런 기쁨을 맛볼 수 있는 것 같다.
재기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다시 시작이다. 운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기에.
작년까지 해결하려고 애썼던 사소한 문제들, 가정사, 일상의 여러 일들은 잠시 내려놓자.
내년이 되면 아들의 뒷바라지로 다시 시간이 줄어들기에 올해 최대한 많은 도전과 시도, 성과를 내야 한다. 너무 조급해하지도 말고 일단 되는대로 해보자. 너무 목매지 말고 안되면 말고라는 심정으로 쿨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