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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벗을 만나다.

우린 덤 앤 더머라 불렸었지. 그 시절에.

by 제니

몇 년 만이던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7~8년 만에 절친을 만났다. 그것도 한국에서.

친구는 결혼 후 미국으로 건너가 꽤 오랜 시간을 살았다. 신혼 때 건너간 친구는 어느덧 애 셋 엄마가 되어 있었다.


역에서 만난 우린 반갑게 인사를 했다.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본 것 같은 그 익숙한 반가움은, 아마도 학창 시절 순수하고 철없던 시절 우정을 나눴기 때문이겠지.

중학교 3학년 때 같은 반 짝꿍이던 친구랑 나는, 어떤 계기로 친해졌는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처음에 우리는 책상 가운데에 금을 그어 놓고 서로를 경계했다. 우린 서로 다른 게 많아서 친해졌는지도 모르겠다. 늘씬하고 큰 키의 친구는 느릿느릿하고, 다부지고 짤닥만한 나는 빠릿빠릿했다. 마치 박나래와 장도연을 연상시키듯이.


대학에 떨어지면 <덤 & 더머>로 개그콘서트 시험을 보러 가자고 했었는데 둘 다 붙는 바람에...

그때 오디션이라도 봤었다면 뭔가 다른 인생을 살았으려나?


꿈 많던 여고생 시절 깔깔거리던 우리들은, 어느덧 두 번째 스무 살이 되어 각자의 인생에 던져진 십자가를 지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10년 전 우리는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일들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오랜만에 본 내가 변했냐고 물으니, 예전에는 정말 왕성한 청년처럼 <가즈아~>를 외칠 정도였다면, 지금은 그때보다 차분해진 거 같다고 한다. 여러 일들을 겪고 아마도 다듬어졌겠지. 물론, 기도 좀 죽고.

(근데 그 모습이 나빠 보이지 않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고등학교 시절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는데, 그 때도 나는 좀 호불호가 명확했다고 한다. 내 기준이 뚜렷해서(주관이라고 한다면 그런건가?) 그것에 반하는 것들에 대한 싫음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어떤 것들에 대한 내 '기준'이 명확해서 융통성이 좀 부족한 것도 싶다. 이제 좀 여유있는 불혹으로, 좀더 넓은 품으로 타인을 배려하고 사랑하고 이해하고 품어주고 싶다.


가리가리 여린 줄만 알았던 내 친구는, 심지가 굵고 곧은 어른이 되어 있었다.

남은 인생,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늘 응원해주는 친구가 되길 바라며.....


welcome to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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