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이 얼마나 많은 고뇌, 선택, 후회, 자책을 하는지 그들은 모른다.
“사랑하는 걸 선택하기 위해”… 발레리나 김주원, 발레 위해 포기한 것들 고백 (msn.com)
그는 이어 “그 당시에도 그 친구는 너무 훌륭하고 아름다운 세계적인 발레리나였다. 둘이 정말 통화를 하면서 한참을 울었다. 사랑하는 걸 선택하기 위해 정말 사랑하는 걸 버려야 하잖나”며 “저도 여자로서의 삶을 생각해보게 되고 그 후배가 무대를 떠날 때 많은 생각이 든 것 같다. 출산은 아름답고 경이롭고 신비로운 거지만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발레리나한테는 큰 숙제고 양쪽의 길을 선택해야 하는 것 중 하나”라고 눈물을 보였다.
동료와 다른 자신의 길을 선택한 것에 대해 김주원은 “저는 저의 선택이 너무 행복하다. 저는 아직 춤을 출 수 있으니까”라며 “나이가 들었을 때 많이 후회할 수도 있지만 포기라고 얘기하고 싶지 않다. 제가 여자로서 살아가는 삶 중에 춤을 선택한 게 그런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발레리나 김주원이 오은영 님의 <금쪽 상담소>에 나와서 한 말인가 보다. 실제로 보진 못하고 기사로만 봤는데, 너무나 와닿는 저 말에 나도 모르게 글을 쓰고 있다.
사랑하는 걸 선택하기 위해 사랑하는 걸 버려야 한다는 말,
비록 세계적인 발레리나나 성공한 사람이 되지는 않았지만 저건 나에게도 동일했다.
그게 내 파란만장한 30대의 '역사'였다.
요즘 20대 여성들은 비혼 주의 이거나, 결혼을 해도 애를 낳지 않는다고 한다.(물론 전체의 이야기는 아니다.) 매우 지혜로운 세대임에 분명하다. 아이는 정말 사랑스럽고 귀한 존재이나, 달라진 게 없는 제도와 환경에서 일, 가정 양립은 극소수 빼고는 쉽지 않다. (간혹, 금, 은수저들이나 뭔가 주변에서 스므스하게 도와주는 사람이 많거나, 아이를 정말 사랑하고 육아 체질인 사람들은 절대 왜 힘든지 이해 못 한다고 한다. 그냥 그런 사람들도 있다는 정도만 알아둬도 되겠다. 나도 그들을 이해할 수 없기에 그냥 어떤 부류들은 일과 육아를 다 잘하려니 힘들기도 한다는 정도로만 이해하면 될 듯하다.)
아이를 낳는다는 것이 30대의 내 삶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는지,
특히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불안이 많고 꼼꼼하게 업무처리를 하는 사람에게는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10년 전 누군가 나에게 팩트체크처럼, 정확히 말해줬더라면 나는 좀 더 신중했을 것이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파란만장한 좌충우돌의 시간'이 지나가고 이제는 어느덧 의젓한 9세 아들이 내 옆에 있다. 나를 닮아서 표현을 잘하고 섬세하고 잔소리 대마왕인 아들과 함께 나는 하루하루 살고 있다.
주말이라 아들과 함께 밖에 나가기로 하고, 잠시 브런치에 글을 쓰려고 앉았더니 아들이 맨날 글 쓰냐고 하면서 이렇게 말을 했다.
아들: "난 멋진 작가야 라고 맨날 잘난 척만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역시 넌 내 아들이다.
난 멋진 작가라고 말 한적은 없는데, 아들이 보기에는 그래 보이나 보다~(멋진 작가가 되고싶다 아들~)
'피눈물'로 키운 아들이 이제는 제법 대화가 되고,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그렇게 각자 과업을 수행하는 관계가 되어버렸다.
요즘은, 아들이랑 밖에 나가서 걷고 있는데 친구들이 오면 잠시 아는 척을 하지 말라고 한다.
생각의 주체가 '내'가 되어버리면, 나를 무시하고 부끄러워하나? 싶어서 화가 날 수 있는데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아들 : "엄마랑 같이 다니는 건 초등학교 1학년 들이나 하는 거야."
라고 쑥스럽다고 말한다. 아들도 이제 '자아'가 커지고 '자기만의 세계'가 생기나 보다.
그래, 뭐 '리스펙 한다~'이제 엄마도 슬슬 다시 열정적으로 에너지를 일에 쏟을 시간이 되었구나~~~~
아이는, 어찌 보면 필수 공급만 해주면 '스스로 자라는 것'같기도 하다.
아무쪼록, 다시금 새로운 인생이 펼쳐지고 나는 이제는 제법 커버린 친구 같은 아들과 함께 백지 위에 새로운 색깔 펜으로 원하는 미래를 펼쳐보려 한다.
p.s 그래도, 돌이켜보니 그렇게 멋모르고 낳았으니까 아들 하나라도 지금 내 옆에 있는 것 같긴 한다.
다 알았다면 절대 못 낳았을 듯싶다 ㅎㅎㅎㅎㅎ 아들한테 늘 하는 말이 있다.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잘한 일은 널 낳은 일이다." (믿거나 말거나~)
인생은 늘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법~ Have f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