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은 편안하고 아무 일 없는 고요한 시기에 성장하지 않는다. 오직 시련과 고난을 겪은 후에 영혼이 강해지고 패기가 생기며 성공할 수 있다. – by 헬렌 켈러
지난 2년 간 출근길부터 퇴근길까지 투루는 회사욕을 무지하게 했어요. 일어나서 엄마한테 '회사 가기 싫어'로 시작한 말은 출근 후 메신저를 통해 친구에게 싸이코 부장과 노처녀 차장 욕을 하며 대화창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해요. 점심을 먹은 뒤 문자로 또 다른 친구에게 이런 이상한 회사는 처음 봤다는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고 퇴근길, 회사 선배 최 대리와 밥을 먹으며 욕설을 한 바가지 쏟아내요.
그렇게 사회생활에 대한 회의감 속에서 투루는 점심을 먹고 아메리카노를 테이크아웃한 뒤 거리를 걷기 시작했어요. 영화의 한 장면처럼 햇살이 아름다웠던 그 날, 문득 시간이 정지된 듯하면서 '모든 것의 원인은 바로 나'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어요.
1년 365일을 두 번 넘게 보낸 지난 시간들이, 주변에 싸이코들밖에 없었다고 생각한 그런 상황들이, 화가 나고 억울하기 그지없는 괴로운 시간들에는 '투루'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카이 출신의 점잖은 아우라가 없다는 이유로 마음 속으로 은근히 무시했던 정 부장. 가진 건 나이밖에 없다며 그 나이까지 시집도 못 가고 마귀할멈같이 회사에만 남아 있었다고 생각한 강 차장. 지금은 퇴사하고 없지만, 아무튼 있을 때는 감정이 메말라 진실이란 전혀 없다고 생각했던 오 주임까지… 그들과의 관계의 어색함과 어려움에는 '투루의 마음'이 한 몫 했어요.
"후아......"
깊은 한숨과 함께 투루는 아주 천천히 정지된 듯한 거리를 걸었어요. 그리곤 쥐구멍에라도 숨어 들어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어요.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성격이지만 홍보팀에서는 이미 실패한 거나 마찬가지라 생각하니 입맛이 절로 달아나고 위산이 역류해오는 기분이에요. 눈을 지그시 감았어요. 그리곤 또 다른 무언가를 떠올리기 시작했어요.
강 차장 동기 김 과장 인터뷰하면서 강 차장 욕한 일, 오 주임이 이메일 보내라고 했다고 꼬질러서 더 욕먹었던 일, 정 부장과 강 차장의 신경전이 계속되는 회의실에서 얼굴 붉혔던 수많은 날들, 매일매일 채용사이트에 들어가 원서질한 일, 신입사원 연수 취재 가서 어장관리 한 일까지......
투루는 순간 엄청난 찌질이가 된 패배감에 사로잡히기 시작해요. 어이가 없어 눈물조차 나오지 않아요. 그렇게 점심시간이 지나고 자리에 돌아가 귀신에 홀린 사람처럼 일을 하고 퇴근을 했어요. 이런 기분으로는 도저히 회사를 다닐 수가 없어 침대에 누워 사직서를 써서 가방 안에 넣어둬요.
다음날, 출근하자마자 강 차장에게 조용히 면담을 요청하며 옥상으로 함께 올라가요. 머뭇거리다 천천히 사직서를 내밀어요.
"이게 뭐예요?"
흰 봉투를 받아 든 강 차장의 큰 눈이 더 커지기 시작해요.
"사직서예요 차장님......"
목소리가 기어 들어가는 투루가 조용히 말을 꺼냈어요.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에요?"
어이가 안드로메다로 날아갔다 다시 돌아온듯한 표정의 강 차장이 질문을 던져와요.
"회사를 더 이상 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 차장님..."
고개를 떨군 투루는 눈물을 글썽이며 어렵게 말문을 열기 시작해요.
그러자, 강 차장은 순간적으로 고민 상담사가 되어 무슨 일이 있냐며 투루를 다독여줘요. 무섭기만 했던 강 차장이 너무나 따뜻해 보여 투루는 그 동안의 힘든 일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해요.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자신의 행동도 원인 제공을 했던 것 같다는 말을 꺼내며, 자신을 모르는 곳으로 다시 취업해 RESET하고 싶다는 말을 꺼냈어요. 그러자 강 차장은 미친 듯이 열변을 토하며 투루를 잡으려고 애쓰기 시작해요.
"투루 씨, 머리 식힐 겸 한 1주일 휴가줄테니 생각을 좀 정리하고 와요."
1시간 넘게 이야기를 해도 결론이 나지 않자 강 차장은 투루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건네요.
"네... 차장님…"
1주일의 시간을 얻은 투루는 어디를 갈까 고민하던 중 평소 가보고 싶었던 '제주도 올레길'을 걷기로 마음을 먹어요. 때마침 태풍이 찾아왔다는 뉴스를 보다 비행기가 안 뜰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즉흥적으로 제주도로 내려가는 비행기를 편도로 끊어요. 흔들리는 비행기 안에서도 정신이 반쯤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던 투루는 제주도에 도착해 인터넷을 검색해 첫 번째로 나오는 게스트하우스로 무작정 찾아갔어요.
등산복 차림의 투루는 노트 1권을 들고 올레길을 걷기 시작해요. 따사로운 햇살과 싱그러운 바람, 탁 트인 제주의 풍경을 오롯이 느끼며 지난 2년여의 시간을 파노라마처럼 돌이켜봐요. 처음 있었던 일들이라 겪었던 수 많은 시행착오, 좋은 일과 나쁜 일, 괴롭고 힘들었던 일들에 대한 기억을 노트에 채워가며 바닥을 찍고 뼈 속까지 가득 차있던 실패감을 조금씩 지워나가기 시작해요.
"지난 시간의 시행착오는 투루 네가 잘못한 게 아니야. 처음 겪는 일들이라 잘 몰랐었고 그 경험으로 인해 아프지만 조금 더 성장한 거야. 괜찮다, 다 괜찮다."
투루는 한 걸음 한걸음 걸어나가며 마음속으로 조용히 외치기 시작해요. 그리고 서서히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용기를 내 보아요.
휴가의 마지막 날 저녁, 투루는 가방에서 사직서를 꺼내 휴지통에 버려요. 그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출근하기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어요.
[TRUE Message]
1. 좋은 일, 슬픈 일, 실수한 일 등 모두 성장통이라고 생각해보세요.
2. 실패했다는 부정적인 감정이 마음을 지배할 때면 스스로를 토닥여주며 사랑해주세요. 그때의 부족해 보인 ‘나’도 소중한 내 일부분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