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3일차

벌써 위기인가 이런 작심삼일 같으니

by 제니

오늘도 '작은 전쟁'이 시작됐다.

초반 적응기간이 많이 필요한 우리 아들은 어제 첫 등원때 유일하게 대성통곡을 한 1인이다.


9시20분쯤 보내고 11시30분에 데리러 왔는데 선생님께 물어보니 울고 그치다 또 울고 간식도 안 먹었다고 한다. 3세 이전에 잘 확립했어야 할 분리불안인가.


00 유치원에서 뭐했어?

나는 아무것도 안 하고 엄마만 기다렸어.


이건 무슨 쌍팔년도 엄마와 바다도 아니고....

지난 주말부터 아주 오랜(?)시간을 보내니 어딘가 가면 나랑 떨어진다고 생각됐나 보다.


육아서에 흔히 나온 만3세 신화와 스님이 쓴 책에 나온 이야기가 떠오르며 자아비판을 하려던 찰나 교육에서 배운 STC를 생각했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선택의 자유가 있다.


아무튼 첫 등원을 무사히 보내고 대학시절 친구가 4살 딸과 놀러와 놀다 키즈카페도 가서 열심히 놀았다. 그간 키즈카페를 여러번 왔었지만 어제처럼 아이에게 집중해본 적은 없었다.


뭐랄까 내 안에서 여유로움과 약간의 틈이 생겼달까.


아이와 눈을 맞추고 여기저기 따라다니는 낯선 내가 보였다. 시간 공간적인 약간의 변화가 마음까지 지배한다는 생각에 놀라웠다.


엄마도 연수해서 나랑 소풍도 가고 과자도 사러가요.


나랑 하고 싶은게 많은지 아들은 저런 이야기를 했다.

저녁 장을 보고 뒷정리를 하니 하루가 갔다. 왜이리 하루가 짧은지@.@


친절한 아침이 지나고 6시가 지나면 슬슬 그분이 오신다. 지랄대마왕. 육아서에 본 것을 기억하며 조곤조곤 설명하고 의견을 묻고 하다 분노 게이지가 급상승하면 대폭발!

소리를 꽥 지르고 돌변ㅜㅜ저녁 양치에서 오늘도 어김없이 바닥 쭉 찍고 다시 정신을 차렸다.

대학 친구이자 전 직장동료의 응원 댓글 중 (소리지르지 않고 경청하기)부분에 빨간펜 주욱.


그간 할머니 할아버지와 들여온 생활습관을 바꾸기가 쉽지가 않다.


늦은 시간이라 불 끄고 재우고 잠이 다 든줄 알고 나오는데 녀셕이 하는 말.


엄마 가지마...


그리고 오늘.


엄마 나 유치원 절대로 안 갈 거예요!!!


라고 말하는 아들을 설득 실패 끝 밀어넣듯 원에 보냈다. 대성통곡을 하며 '엄마 가지마'라는데 누가 보면 완전 작별하는 모자인 줄.


쉽지 않은 3월이 예상되지만 값지불, 해내야 한다, 적응하고 서로 맞춰가야 한다. 근처 커피숍에서 라떼 한 잔을 시키며 다시 심호흡. 8세때 다시 단절되지 않기 위한 시간임을 잊지말자.


잘 지내보자 아들

요즘 읽고 있는' 에크하르트 톨레'의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의 내용을 다시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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