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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니 ‘엄마’가 보인다.

백수 된 지 88일.

by 제니

[투루언니의 육아살림생활기] 아이와 긍정적인 애착을 형성하고, 잊고 있던 소중한 일상을 발견하고, 쉼을 통해 다음 스텝을 그려보기 위한 투루언니의 재충전.


<투루언니의 코칭 퀘스천>

Q)내가 싫어하는 '엄마'의 이미지는 어떤 게 있나요?

Q) 그것이 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Q)우리 엄마는 '어떤 성품'의 사람 일까요?
예)책임감이 강한/ 사랑이 많은/ 다정다감한

Q)이해하지 못하는 '엄마'의 모습 속 어떤 '숨은 마음'이 있을까요?
예)한비야를 꿈꾸는 딸에게 '평범한게 제일이다'라고 말한 이면에는, 만족하지 못하고
도전하고 상처받을 딸의 모습을 걱정하는 엄마의 숨은 마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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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영화 속 대사. 오늘 하루도 살아 있는 것에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긴 여정.



혼자서 차 끌고 두 번째 방문한 성수 이마트


88올림픽도 아니고, 오늘은 백수 자유부인 된 지 88일 되는 날이다.
이번 주에는 처음으로 차를 끌고 성수 이마트에 왔다. 원래 목적지는 핫한 ‘대림창고’였으나, 주차를 잘 못하는 게 새삼 떠올라 이마트로 급 선회했다. 두 번째 혼자서 차 끌고 방문한 성수 이마트. 두 자리 빈 곳에 주차하려고 한 번 시도하다, 뒷 차가 기다리는 게 보여 다시 빼서 한 바퀴 돌았다. 가장 끝 쪽 넓은 곳 연달아 두 곳 빈 자리에 서서히 배운 기억을 되살려 주차를 시도했다.


백미러로 목표라인에 맞추고, 돌려서 좌회전, 이빠이 꺾고 후진…그러다 각 맞춰 후진, 드라이브 반복. 대충 하다 보니 타이어가 조금 돌아갔지만, 일단 성공.


노트북과 책을 들고 2층 스타벅스에서 아이스라떼 투샷을 주문했다. 후아….일단 오긴 왔다만, 있다가 집에 가서 단지 내 주차할 때가 복병이긴 하다. 지난 번 처음에 당황해서 앞에 있던 청년들에게 대리주차를 한 경험이 있기에, 오늘은 부디 단지 내 주차도 성공하길 빈다….주행은 그래도 두려움이 없어졌는데, 주차가 영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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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손주와 함께 시소를 타고 있는 엄마, 우리 엄마.



아이와 함께한 88일


퇴사 후, 오롯이 아이양육을 전담한 지 88일이 된 날이다.

지난 3월, 이사와 유치원 적응기, 삼시세끼 밥 준비하기, 등,하원 전담, 하원 후 놀이….평범한 것 같이 보이는 것들도 실로 ‘노력’이 필요함을 느낀 지난 세달이었다.


좀 더 좋은 엄마가 되고자, 내 자신에게도 떳떳한 엄마가 되고자 갭이어를 갖고있지만, 지난 세달 내가 경험하고 느낀 것은 다른데 있었다.


'엄마를 ‘가슴속으로’ 이해하다


“아,,엄마도 나 키우는 게 쉽지는 않았겠구나…..
엄마도, 나한테 그런 말을 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이 눈물 흘렸겠구나….
엄마도 그때 이랬겠구나…..”



’엄마가 ‘노력’을 안 한 게 아니다. 단지 ‘기질’ 상 부딪혔을 뿐


나는, 단지 좋은 엄마가 되려고 ‘노력’할 뿐이지만, 가끔은 아들이 그걸 몰라주는 것 같아 속상할 때가 있다.

잘하려고 하는 내 마음과 다르게 부딪히고 엇나가는 아들과 나. 뭘까, 뭘까, 뭘까 고민하던 3개월이었다.


몇 가지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석탄일에 가족과 함께 이마트를 가려고 하는데 아들이 ‘엄마 놓고가자'고 아빠한테 말하는 거다.
아빠랑 둘이만 간다고 해서 이유를 물어보니

“엄마랑 가는 건 안 편해.”


ㅎㅎ 편하다는 단어를 알고 하는 건지 첫 번째 궁금했고, 마트에 가면 햄도 안 된다 몸에 나쁜 건 안 된다고 하는 나랑 가면 행동제약이 많은데 프리한 아빠랑 가면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할 수 있기에 좋아하는 거다.


나는 아들의 건강을 생각해서 부모로서 안 되는 것에 대한 가이드를 해주는 것인데….그리고 기질상 주도적으로 제안하고 끌고 가는 성향이 나와 아들 모두에게 있기에 우리 사이에 서포터 해주는 역할은 집에서는 ‘아빠’이자 ‘남편’이 하게 된다.


엄마는 재미는 있는데 본인과 비슷하니 부딪치고, 아빠는 하고 싶은 걸 자유롭게 할 수 있게 서포터 해주니 편하고....


이 시점에서 ‘우리 엄마’가 떠올랐다.


사실 사춘기 시절 등 단편적으로 서운했던 몇 몇 사건들을 일기에 쓰고 마음속에 넣어두고선, 우리 엄마는 나를 신경 안 쓴다, 나를 잘 모른다 등의 오해를 했던 적이 있다. 엄마는 ‘엄마’가 우선이다,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등…


그런데 내가 나를 쏙 빼 닮은 아들을 키우고 보니, 엄마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아들을 더 잘 키우기 위해,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잠시 일도 내려놓고 집으로 들어왔지만, 아들은 아마 엄마는 나를 이해 못한다, 나를 모른다고 훗날 생각할지도 모른다.



우리 엄마도, 나를 키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희생하고, 눈물 흘리고 살아왔구나….그 동안 엄마는 엄마밖에 모른다고 말 해온 철없는 내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엄마…..엄마…..


아들을 조금 더 잘 키우려고 하는 마음과 다르게 화내고 자아반성 하는 나.

두고두고 생각하며 눈물흘리고, 아들 잘 때 설명하고 사과하는 나.


그 뒤에 수십 년을 나로 인해 가슴 졸이고 눈물 흘렸을 우리 엄마의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엄마의 마음을 서서히 알 것 같게 되었다.


마음을 다 헤아리려면 멀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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