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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시기에는 채권 투자 금물 - 시사저널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가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까지는 물가에 대해 아무런 걱정이 없었다.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정도였다. 하지만 코로나 락다운, 글로벌 공급망 교란, 우크라이나 전쟁, 신냉전까지 겹치면서 물가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이를 진정시키기 위한 정책금리 인상까지 겹치면서 시장금리도 계속 오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연금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이고, 연금 가입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인플레 보호장치 없는 사적연금 주의
인플레이션은 기본적으로 소득과 부를 재분배하는 효과를 갖는다. 화폐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화폐로 표시되는 명목소득과 금융자산의 가치를 저하시킨다. 금융부채의 가치도 떨어지므로 부채 보유자의 부담도 경감시킨다. 반면에 물가에 연동하는 실물자산 보유자의 부는 증가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명목가치로 표시되는 연금자산과 연금소득에도 기본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연금 종류별로는 그 영향이 다를 수 있다. 하나씩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 공적연금의 경우 인플레이션에 대한 보호장치가 있다. 국민연금 수령액은 본인의 생애 평균소득과 수령 전 가입자의 평균소득을 기준으로 결정되며, 본인 소득은 현재가치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물가상승률을 모두 반영한다. 가입자 소득도 물가를 반영할 수 있으므로 실질가치가 낮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수령을 시작한 이후에도 매년 물가상승률에 연동하므로 역시 실질가치가 유지된다. 공무원, 군인, 교원 등의 직역연금에도 동일한 방식이 적용되고 있다.
국민연금을 당장 수령하는 경우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수령 전 지금까지 내가 낸 돈의 현재가치를 계산한다. 가입 후 매년 소득에 현재까지 물가상승률을 모두 반영한 현재가치의 합을 구한 후, 가입기간으로 나누어 평균소득을 산출한다. 예를 들어 1991년의 소득은 4.609배(재평가율, 표 참조)로 계산된다. 여기에 전체 가입자의 최근 3년간 평균소득과 다시 평균한 금액에 일정 비율(상수)을 곱해 연금을 수령한다. 수령이 시작되면 매년 전년도 전국 소비자물가 상승률만큼 가산해 수령한다.
공적연금과 달리 사적연금의 경우 인플레이션에 대한 보호장치가 없다. 물가상승률이 높을수록 연금자산과 연금소득의 실질가치가 떨어진다. 하지만 사적연금별로 정도 차이는 있다. 퇴직연금부터 살펴보자. 퇴직연금은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으로 구분되는데, 상대적으로 DB가 인플레이션에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DB의 퇴직급여액은 퇴직 전 3개월의 평균임금에 근속연수를 곱한 금액으로 정해지므로, 가입자 입장에서는 재직기간 중 물가상승률만큼 임금 상승을 요구해 반영할 수 있다.
DC의 경우 퇴직급여액은 매년 평균임금의 8.3%로 정해진 납입액과 운용 실적에 따라 달라진다. 가입자가 매년 물가상승률만큼 보전받기 어렵다고 보면, 납입액보다는 운용 실적이 매우 중요하다. 계좌에 편입한 금융상품이 매년 물가상승률 이상의 수익률을 내지 못하면, 퇴직급여액의 실질가치는 누적적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에 대비해 DC 가입자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첫째, DB로 전환하는 방법이다. 퇴직급여법에 따르면 노동조합이나 근로자 과반수가 동의하면 퇴직연금제도 변경이 가능하다. 단, 소급 적용은 불가능하며 제도 전환 이후의 근무기간에 대해서만 DB가 적용된다. 둘째, 현재 운용 중인 금융상품 포트폴리오를 살펴보고 인플레이션 위험에 얼마나 노출돼 있는지를 파악해 필요하다면 포트폴리오를 변경하는 것이다.
개인이 알아서 적립하고 운용하는 개인형퇴직연금(IRP)과 연금저축계좌에도 이 대응 방안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두 계좌 모두 일정 한도의 납입액에 대해 세액공제(16.5% 또는 13.2%) 혜택이 주어지므로 물가 상승으로 인한 실질가치 하락이 상쇄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연금 수령액이 달라진다. 가능한 한 인플레이션 위험을 줄여야 한다.
이들 계좌는 실제로 어떻게 운용되고 있을까.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DC의 74.5%, IRP의 56.9%가 원리금보장 금융상품으로 운용되고 있다. 그중 대부분은 예·적금이고, 나머지는 보험상품이다. 대표적 실적배당 상품인 집합투자증권도 채권형이나 채권혼합형(주식 비중 40% 이하) 비중이 40% 내외를 차지한다. 연금저축계좌의 경우 보험, 신탁, 펀드, 공제 등으로 나뉘는데 실적 배당에 해당되는 펀드의 비중은 2021년 말 적립금 기준으로 15.2%에 불과하다.
요컨대 DC, IRP, 연금저축계좌 등의 적립금은 대부분 예·적금과 보험으로 운용되고 있다. 이들 금융상품의 수익률은 고정으로 물가상승률보다 낮고, 변동인 경우에도 물가상승률을 추종하거나 상회하기 어렵다. 결국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연금자산의 실질가치가 누적적으로 떨어지고 은퇴 후 연금소득으로는 은퇴 전의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는커녕 훨씬 더 낮은 수준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2021년 기준 우리나라 개인연금의 56.6%를 차지하는 세제비적격 연금보험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연금보험은 최저보증이율을 제공하는 확정연금과 운용 실적에 따라 연금 수령액이 달라지는 변액연금으로 구분되는데, 인플레이션 헤지가 불가능한 확정연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확정연금의 경우 보증이율이나 공시이율 중 높은 것을 적용하게 되는데, 채권 위주로 운용되므로 인플레이션 위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채권 위주 운용, 인플레 위험에 취약
우리는 지금까지 DC, IRP, 연금저축, 연금보험 등이 지닌 인플레이션 위험을 주로 운용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하지만 수령이 시작된 이후에도 그 위험은 동일하게 존재한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은퇴 후 동일한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금소득이 물가상승률만큼은 증가해야 하는데, 공적연금 외에는 이를 보장하는 상품을 찾기 어렵다. 체증식으로 연금을 지급하는 옵션이 존재하지만 동일한 금액을 시기별로 배분하는 데 불과하다.
따라서 연금 수령기간 중에도 수령액을 제외한 나머지 적립금은 계속 인플레이션 헤지 금융상품에 투자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는 주식이나 부동산, 실물상품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일정 부분 지속해야 한다는 의미다.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으로 지속되는 시기에 채권은 절대 안전자산이 아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은퇴가 다가올수록, 그리고 은퇴기간 중에는 채권만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는 말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그래서 투자는 참 어렵다.
경기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 커졌다 - 시사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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