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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희 Mar 05. 2023

우당탕탕 대만 여행 3-충전기 찾아 삼만리

열여섯 살 사춘기 딸과 다시 대만 여행

힘겨운 공항 탈출과 재야 고수의 우육면 먹기 실패를 뒤로 하고 하루의 마지막 여정인 닝샤야시장(寧夏夜市)으로 향했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하나 더 있었으니 바로 '핸드폰 충전기 구입'이었다.


딸아이가 핸드폰(애플) 충전기를 가져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천공항으로 가는 버스에서 '실토'하였다. 새벽에 짐 싸기 마무리를 할 때 핸드폰 충전기를 챙기라고 몇 번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잊어버렸기에 "엄마... 나... 충전기... 안 가져왔어..."라고 '실!토!'한 것이다. '욱!' 할 뻔했으나 7일 여행이라는 여정이 막 시작되는 시점이라 분노를 누르고 옅은 미소를 장착한 채 "어쩔 수 없지, 타이베이에서 하나 사야지."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편의점에서도 충전기 구입이 가능하기에 처음에는 어렵지 않게 구입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대수롭지 않게 편의점에 들어가 충전기를 찾았으나 첫 번째로 들어간 편의점에도, 규모가 더 큰 두 번째 편의점에도 충전기는 없었다. '대만에서는 편의점에서 충전기를 팔지 않나?'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으나 일단 발걸음을 닝샤 야시장으로 옮겼다. 야시장으로 가는 길에 규모가 제법 큰 드럭 스토어인 '왓슨'을 발견했다. 여기에는 분명히 있겠다 싶었지만 점원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여기에는 없으니 근처에 있는 '찬쿤'으로 가보세요."라고 했다. 


"찬쿤? 찬쿤이 뭐지" 

왓슨 직원이 알려준 곳으로 가니 '燦坤3C'라는 노란색 간판이 보였다. 찬쿤은 밥솥, 다리미, 믹서기 등의 작은 가전제품부터 냉장고나 TV까지 판매하는 우리나라의 하이마트 같은 매장이었다. 정품이 아닌 가품 충전기와 플러그를 698위엔(약 3만 원)에 구입했다. 돈을 내는 순간에 나의 당부를 귓등으로도 안 들은 딸아이 덕분에 쓰지 않아도 되는 돈 3만 원을 날리게 된 상황에 다시 한번 살짝 살짝 '욱'할 뻔했으나, 엄마의 호흡의 작은 변화를 감지한 딸아이의 흔들리는 눈빛을 읽고 '그냥 참자.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넘어가자.' 생각하며 '욱'을 눌렀다. 엄마들은 매 순간 도통의 경지로 한 발자국씩 나아간다. 


타이베이 찬쿤 매장 간판. 그 전에는 눈에 보이지도 않던 노란 간판이 충전기 구입 사건 이후 자꾸 보이게 되었다.


이로서 마음의 숙제도 덜어냈고 가벼운 마음으로 야시장으로 진입하였다. 

"오호~~ 맛있는 거 많이 먹자!"

이제 즐기기만 하면 될 터였는데, 야시장 초입에서 한 노점이 눈에 딱! 들어왔으니, 바로 '충전기, 이어폰, 핸드폰 케이스 판매 노점'이었다. 게다가 가격도 훨씬 저렴했다. 애써 흥정한 가격으로 물건을 구입하고 뿌듯한 마음을 안고 매장 문을 나섰는데 바로 다음 매장에서 더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는 가격표를 발견했을 때, 딱 그런 느낌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저건 충전 안 될 거야"라고 딸아이와 키득거리며 애서 위로를 하고 휙~지나쳤다. 그리고 다음날 알게 된 사실에 다시 한번 마음에 작은 동요가 일었으니, 인천공항에서 충전기 대여 서비스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헉+풋!' 한 번 웃고 흘려보내는 수밖에.


닝샤 야시장을 끝으로 우당탕탕 기나긴 여행 첫날이 끝이 났다. 충전기도 해결되었고 내일부터는 즐기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으나... 그럴리가...다음날 새벽부터 사건 발생!


*며칠 뒤 대만 여행 정보를 주고받는 카페에서 충전기 구입이 시급하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보았다. 구글맵에서 검색하니 타이베이 시내에 꽤 많은 찬쿤 매장이 있어 지도와 함께 답글을 달아주었다. 충전기를 찾아 헤맸던 나의 경험, 그로 인해 알게 된 정보 하나가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게 되었으니 결과적으로는 뿌듯함을 느끼게 한 성공한 경험인 듯하다.


*대만의 드럭스토어: 대만에는 드럭스토어가 상당히 많이 있다. 우리나라의 올리브영과 유사한데 드럭스토어라고 부르는 이유는 약국의 기능도 같이 하기 때문이다. 규모가 큰 곳은 약 코너에 약사가 따로 있기도 하고, 아예 약사가 주인인 곳도 있다. 대만 여행 중에 급하게 약이 필요할 때 매우 유용한다. 약, 화장품, 과자와 음료를 모두 판매하는 '편의점+올리브영+약국"의 조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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