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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희 Mar 04. 2023

우당탕탕 대만여행 2-그 우육면...억!

열여섯 살 사춘기 딸과 다시 대만 여행

이렇게 크지도 않은 타이베이 타오위엔 공항을 세 시간 만에 나와서 도심 공항 간 전철을 타고 호텔까지는 무사히 이동했다. 공항에서 늦게 나온 덕(?)에 세 시 이후에 호텔에 도착하게 되어 바로 방에 들어갈 수 있었다. 


방에서 잠깐 휴식을 취한 후 우육면을 먹으러 호텔을 나섰다. 목적지는 '욱성우육면(郁誠牛肉麵, 위청 니우로우미엔)'. 타이베이에서 한인 민박을 하는 분이 '대만 앳 홈'이라는 블로그에 '나만 알고 싶은 우육면 맛집'이라고 소개한 식당이다. 구글맵의 가게 정보를 보니 "한 입에 주인장의 정성과 두 입에 음식에 대한 철한이 느껴집니다." ""최초의 가장 이상적인 우육면. 골목에서 만나는 5성급 소고기 국수" 등 진심이 느껴지는 리뷰가 가득했다. 딱 봐도 동네 숨은 고수임에 틀림없었다.


우리 모녀 둘 다 배고프고 지쳐 택시를 타기로 했다. 

"간식을 조금이라도 먹으면 첫 입의 감동을 느낄 수 없으니 조금만 참자."

"잠시 후면 최고의 우육면을 먹을 수 있다." 

이렇게 되뇌며 택시를 잡았다. 택시 기사 아저씨가 연세가 있어서 구글맵을 보여 줘도 지도를 볼 줄 모르기에 인간 내비게이션 역할까지 하며 간신히 찾아갔다. 


가게는 골목 안에 있었다. 이미 4시 가까이 된 터라 가게 안에는 손님이 없었다. 점심시간에 가면 대기줄이 있다는 글을 보았기에 오히려 다행이라며 기대에 부푼 마음을 안고 가게에 들어서는데,

"오늘 재료가 다 소진되어 영업하지 않습니다."

오 마이 갓! 그러고 보니 이미 영업을 끝내고 청소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 배도 고프고 지쳐서 그야말로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상태가 되었다. 

구글맵 가게 정보란의 위청우육면 식당의 음식 사진. 못 먹고 온 것이 지금도 한스러울 정도다.

한동안 길 옆에 서서 생각해 보았다. 아이는 이미 지친 얼굴로 나만 쳐다보고 있었다.

"여기에서 다음 목적지로 이동해서 거기서 밥을 먹을까?" 

"근처에 있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무거나 먹고 움직일까?"

"배가 고파 대중교통으로 이동은 힘드니 택시로 이동할까?"

"일단 전철역 쪽으로 걸어볼까? 걷다가 괜찮은 식당 찾아서 일단 식사하고 이동할까?"

여러 가지 보기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여기는 좁은 골목이어서 택시를 잡기도 쉽지 않으니 일단 큰길 쪽으로 이동하자고 결정했다. 가는 길에 끌리는 식당을 발견하면 들어가고, 마땅한 식당을 찾지 못하면 바로 택시를 타고 다음 목적지였던 디화지에(迪化街)로 이동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결국은 큰길까지 이동 중에 적당한 식당을 찾지 못했고, 택시를 탔다. 다행히도 디화지에에서 아이가 좋아하는 식당을 발견했고 맛있게 배를 채웠다. 배를 채우고 나자 비로소 안도감이 들었다. 이 우육면 식당은 다음날 오자고 다짐 했지만 결국은 못 가고 말았다. 


지금 돌이켜 보면 여행 중에 예상치 못한 일은 늘 발생하는데 그 때 왜 그리 당황하고 마음을 졸였을까 싶다. 나는 배가 조금 고플 뿐 그렇게 힘들지 않았는데 딸아이가 힘들까 걱정이 컸다. 아이도 내 걱정만큼 견디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을텐데... 여행을 마칠 무렵의 여러 깨달음 중의 하나가 "아이가 성인에 가까울 만큼 컸다는 사실을 나는 아직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구나."였다. 여행 첫날인 이때만 해도 아직 아이 걱정에 전전긍긍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여전히 미성숙하고, 여전히 새로운 경험과 실패를 통해 배울 것이 많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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