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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희 Mar 03. 2023

우당탕탕 대만 여행1-대만 입국이 이리 힘들일이야?

열여섯 살 사춘기 딸과 다시 대만 여행

자유여행을 가면 온통 실패로 점철된다. 목적지를 찾아 헤매는 건 당연하다. 가끔은 위와 식도 사이 어디쯤에서 불끈 치밀어 오르는 '욱'을 느낄 때도 있지만, "실패를 하려고 여행을 왔지."라고 생각하면 금세 마음이 평온해진다. 


첫날 공항에서부터 우당탕거렸다. 크지도 않은 타오위엔 공항을 세 시간 만에 탈출했으니 말 다했다. 공항에서 할 일은 단 세 개였다. 국태은행 ATM기에서 현금 인출, 미리 예약한 와이파이 도시락 수령, 역시 미리 예약한 공항 도심 간 전철 승차 토큰 수령. 나름 대만 여행 좀 다녀본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우당탕 거리다니! 변명부터 하자면, 이 세 가지 모두 그동안의 여행에서는 해본 적 없는 것들이라...쩝! 그동안은 환전은 한국에서 했었고, 와이파이는 로밍을, 도심 간 이동은 버스를 이용했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비바 체크카드는 해외 ATM기에서 현금 인출 시 수수료가 면제되기에 환전 대신 현지에서 돈을 인출하자고 계획했었다. 타오위엔 공항 도착 후 지갑에 현금이 없다는 불안감에 출국장을 나서자마자 국태은행 ATM기부터 찾았다. '국태은행'과 제휴를 맺었다고 알고 있었기에 국태은행에서 인출하면 환율상 더 유리하리라 생각했기에 이 은행을 고수한 것이다. 이미 구글맵으로 국태은행 ATM기가 타오위엔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그래서 안내소에 물어보니 공항 내부에 국태은행 사무소와 직원용 ATM기가 있지만 출국장에는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당황했지만 다행히 와이파이 도시락과 도심 이동 전철은 미리 돈을 지불했기에 당장 현금이 필요한 것이 아니니 이동하다 보면 전철역에 있겠지 생각하고 다음 작업에 착수했다. 

어디에나 있는 국태은행 ATM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현금이 없다는 불안감을 이기지 못하고 다른 은행에서 총예산의 1/3을 인출하고, 나중에 발견한 국태은행 ATM에서 나머지 2/3를 인출했는데, 다른 은행의 환율 조건이 더 좋았다. 나의 정보는 틀렸었고 국태은행을 찾지 않아도 되었던 것이다. 이날 이후 국태은행의 노란 간판이 어찌나 많이 보이던지... 내가 5박 6일간 머물렀던 호텔 근처의 전철역에만도 4~5대가 있는 것이었다. 물론 ATM이 이렇게 많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기에 불안했던 것이지만, 불안은 무지( 무식이 아니라 알지 못함)에서 온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또한 환율 차이에 따른 금액 차이가 나봐야 얼마가 난다고, 그 얼마 안 되는 손해를 보지 않겠다고 조렸던 소심한 마음과 옹졸함을 반성했다. 한국에 있을 때는 밥도 사고 커피도 사고 하면서 이상하게 외국에만 나오면 옹졸해지는 이유를 아직도 모르겠다. 


와이파이 도시락 수령은 별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다음날 발생했지만. 아무튼 와이파이 도시락을 수령하고 도심 간 전철을 타러 이동했다. 한국에서 미리 예약하고 받은 바우처를 승차권인 '토큰'으로 교환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티켓 수령 등은 보통 개찰구 옆에서 하지 않는가. 그래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개찰구에 가서 '토큰'과의 교환을 요구했더니, 역무원이 교환 센터는 출국장에 있다고 안내했다. 


다시 출국장으로 올라가야 했다. 딸아이에게 짐을 보며 잠깐 기다리라고 하고 다시 출국장으로 올라가서 센터를 찾았다. 센터에서 토큰으로 교환을 요구하니 두 명의 여권이 모두 필요하단다. 내 여권만 가져온 터라 다시 전철 개찰구로 내려가 아이의 여권까지 들고 센터로 올라가 마침내 토큰 교환에 성공했다. 나중에 예약한 사이트를 자세히 보니 토큰 교환처도 사진과 함께 상세히 안내하고 있었고, 바우처에는 비록 작은 글씨지만 "모든 탑승자의 여권 확인이 필요하다"는 문구도 있었다. 꼼꼼히 읽어보지 않은 나를 탓할 수밖에 없지만, 그 순간에는 "뭐 이리 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거야!"라고 "욱!!"이 한 번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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