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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희 Mar 02. 2023

대만에서 자전거 탄 게 이상해?

열여섯 딸아이와 함께 하는 다시 대만 여행

"이번 대만 여행에서 무엇이 가장 재미있었어?"


지인들의 질문에 나와 딸아이 모두 이구동성으로 "자전거 탄 거'라고 대답한다. 이 대답을 들은 첫 번째 사람은 "시간도 많지 않은데 비효율적이게 왜 자전거를 타?"라고 되물었고, 두 번째와 세 번째 사람은 "한국에서도 타는 자전거를 왜 대만에 가서까지 타?"라고 반문했다. 놀라웠다. 여행에 대한 생각이 이렇게 다르구나 싶었다. 


대만은 서울의 따릉이와 같은 '유 바이크(U Bike)' 시스템이 매우 발달해 있다. 곳곳에 자전거 보관소가 있고, 다량의 자전거를 배치해 두었다. 타이베이에서 머물렀던 '호텔 그레이서리 타이베이' 호텔은 타이베이 기차역에서 전철로 두 정거장 떨어진 충효신생(忠孝新生) 역에 있다. 앱으로 자전거 대여소를 검색하면 기차역과 충효신생 역 근처에서 어림잡아도 30개 이상의 대여소가 검색된다. 타이베이 전체가 대체로 평평하고 인도 위에 자전거 도로도 잘 설치되어 있어서 주행도 어렵지 않다.



대만에서 자전거를 세 번 탔다. 여행 둘째 날인 2월 22일, 타이베이 101 빌딩 전망대에서 해가 뉘엿뉘엿 질 때까지 머문 후 '라오허 야시장'까지 자전거로 타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퇴근시간과 겹쳐 도로 위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 데다 비까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모녀 모두 자전거에 능숙한 편이 아니어서 사람을 치거나 넘어질까 봐 겁이 났다. 출발한 지 채 5분이 못되어 근처 자전거 정류소에 자전거를 반납하고 라오허 야시장까지 택시로 이동했다. 이렇게 첫 번째 자전거 체험은 실패하고 말았다.


이틀 후인 2월 24일 저녁, '용캉지에(永康街)'에서 하루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자전거 타기에 다시 한번 도전했다. 검색해 보니 호텔 근처의 대여소까지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형편없는 자전거 실력이 걱정은 되었지만 길 찾기도 쉬워서 도전했다. 직진만 하면 되었다. 한번 배운 수영과 자전거는 평생 잊어버리지 않는다더니 타다 보니 실력도 늘고 자신감이 생겼다. 무사히 호텔 근처의 자전거 정류소에 주차를 했더니 도파민이 마구마구 뿜어져 나오는지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딸아이도 매일매일 타자고 하는 걸 보니 나와 같은 기분이었나 보다.


세 번째 라이딩(이번은 체험이 아니라 감히 라이딩이라 말할 수 있다.)이 클라이맥스였다. 2월 25일(토요일) 오후의 강변 라이딩! 한강을 통해 왕래하는 선박이 바다에서 한양을 잇는 중요한 운송수단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타이베이에서는 딴수이(淡水)를 통해 많은 배가 왕래하며 내륙에 물자를 공급했다. 다다오청(大稻埕) 항구는 비록 지금은 운송수단으로써의 역할은 더 이상 하지 않지만, 시민 공원으로 거듭났다. 한강 시민공원처럼 말이다. 이 다다오청에서 유람선도 타고, 강변에 조성된 자전거 길에서 신나게 라이딩을 했다. 딸아이가 찍어준 사진을 보니 도포자락, 아니 경량 패딩 자락을 휘날리며 달리는 모습이 마치 아이로 돌아간 듯 즐거워 보인다.



"대만에서 자전거를 탔어."라는 말에서 중요한 것은 '자전거를 탔다'가 아니라 '대만에서'이다. 자전거는 어디에서나 탈 수 있지만 대만에서 자전거 타기는 대만에서만 가능하다. 춘천에 가면 자전거가 타고 싶어진다. 자전거를 타본 적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곳이 춘천이기 때문이 아닌가! 춘천에서 자전거 타는 것은 시간 낭비가 아니고, 타이베이에서 타면 시간 낭비인가? 나중에 어디선가 자전거를 타게 된다면 페달을 밟는 순간 타이베이에서 자전거 타던 모습이 영화처럼 뇌리를 스쳐 씨익~ 미소 짓게 될 것이다.


대만에서 자전거를 타기에 성공하기까지 쉽지 않은 다음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대만에서 자전거 타면 편리하다는 정보 입수 -  다운로드 - 사용방법 숙지 - 결재 방법 숙지 및 세팅 - 자전거로 이동 결심 - 잘 찾아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포기하고 싶은 마음과의 싸움 -  싸움에서 이겼다면 목적지까지 구글맵 검색 -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길 찾기 - 목적지 도착"


이 과정을 거쳐 자전거로 이동에 성공하고 나면 성취감이 뿜어져 나온다. 성취감은 여행을 떠나는 여러 목적 가운데 하나이지 않은가. 그리고 대만을 하나 더 이해하게 된 것에 기쁨을 느낀다. 자전거가 활성화될 수밖에 없는 타이베이의 지형적 특징을 몸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인도 위의 널찍한 자전거 도로를 달리며 자전거와 관련된 교통 정책을 체험할 수도 있다. 


타이베이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즐겁고, 뿌듯했고, 보았고, 느꼈고, 체험했다. 이번 열여섯 살 딸아이와의 모녀 타이베이 여행 중에 가장 인상 깊고 즐거웠던 것은 여전히 "자전거 타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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