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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희 Mar 13. 2023

우당탕탕 대만여행 6-대만에서 머문 일본 호텔

열여섯 살 사춘기 딸과 다시 대만 여행

타이베이를 5박 6일 여행하는 동안 머문 호텔은 '호텔 그레이서리 타이베이(Hotel gracery Taibei)'이다. 우리나라의 명동쯤에 해당하는 '시먼딩'이 아닌 곳에서 머물고 싶었다. 시먼딩에는 식당 많고 상점도 많아 시끌시끌 활기가 있지만 호텔이든 식당이든 가격대비 품질이 만족스럽지가 않다. 우리나라의 명동에 있는 호텔이나 식당을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임대료가 비싼 탓에 호텔은 방이 좁고 식당은 비싸지 않은가. 맛 또한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다. 다음으로 고려한 것은 교통이었다. 전철역과 가까운 것은 기본이고 기차역과도 멀지 않은 호텔을 찾았다. 6일째 되는 날 고속열차를 타고 타이중으로 이동할 계획인데, 기차에서 먼 호텔을 예약하기에 조금 불안했기 때문이다. 


이 조건에 딱 맞는 호텔이  '호텔 그레이서리 타이베이(Hotel gracery Taibei)'였다. 타이베이 기차역에서 동쪽으로 두 정거정 떨어진 충효신생(忠孝新生)역 근처에 있고, 전철역에서도 가까웠고, 근처에 맛집들도 꽤 있었다. 온라인 대만 여행 카페에 그레이서리 호텔 리뷰가 별로 없어서 조금 불안하긴 했지만, 도보 100미터 거리에 담배공장에서 문화공간으로 변신한 '화산 1914'도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이었다.


호텔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에 도착해 방문을 여는 순간 깨끗하고 정갈하고 세심한 인테리어에 "와~~ 일단 사진부터 찍어!" 외쳤다. 출입문 왼쪽에 화장실과 욕실이 있고, 오른쪽에 세면대가 있었다. 일본계 호텔이라더니 화장실과 욕실이 나누어져 있었다. 화장실 벽에는 벽지로 도배되어 있었고, 일본 특유의 플라스틱 조립식 욕실에는 깊은 욕조와 낮은 목욕탕 의자, 낮은 수도꼭지가 있었다. 이 공간 너머 안쪽에 침실이 있는데 욕실과 침실 사이에 미닫이 문이 있어 잠잘 때 닫아 놓으면 아늑한 공간이 되어서 좋았다. 새벽 화장실 이용할 때 발생하는 소음 차단 효과도 있었다. 


조식은 일본식+대만식+서양식이었다. 중화권 조식에서 빠지지 않는 죽이 없고 대신 된장국과 밥이 있었다. 여기는 일본호텔이라는 것을 상징하는 메뉴로는 '나또'와 '메밀 소바'였다. 샐러드 코너에 훈제연어가 빠지지 않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한국 사람으로서 무엇보다 히터가 나와서 좋았다. 대만에 있는 거의 모든 호텔에는 난방 시설이 없다. "대만 날씨 따뜻하니 난방시설 없어도 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절대 그렇지 않다. 이번 여행기간 최저기온이 12~15도 정도였는데 이 정도면 비상이다. 실내기온 20도가 넘는 집에서 살던 한국 사람들은 난방기구 없는 습한 15도의 방에서 뼈가 시리다. 다이소에서 A3 사이즈 정도의 핫팩 방석을 몇 개 준비해 갔는데 이 호텔에서는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히터의 좋은 점은 기온을 올리는 것 외에도 뽀송뽀송 건조함을 유지하는데 있다. 대만은 겨울에도 제습을 위해 에어컨을 사용한다. 제습기가 비치되어 있는 호텔 역시 거의 없으므로 이 호텔의 얼굴이 살짝 당길 정도의 건조함은 축복이나 마찬가지였다. 


대만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그레이서리 호텔을 검색해 보았다. 일본에 여섯 개 도시에 호텔이 있으며 서울 남대문 옆에도 3성급 호텔을 운영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호텔도 다른 나라에 이렇게 있던가?' 생각해 보았는데 얼핏 떠오르지 않는다.  한국식 문창살, 한국식 조식이 살짝 가미되어 있는 호텔 말이다. 휴양지에는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호텔이 있지만 도쿄, 타이베이, 뉴욕 등의 도시에 한국식 감성의 인테리어를 한 호텔은 없는 것 같다. 한국인이 주고객층이지 않은 한국 느낌이 은은히 풍기는 호텔, 추운 지역이라면 온돌 난방인 방도 있으면 좋겠다. 조식에 한국식 죽과 계란말이, 미역국이나 된장국이 있어도 좋겠다. 외국에서 한국 호텔을 만나면 괜스레 뿌듯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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