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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희 Mar 17. 2023

우당탕탕 대만여행 7-그래도 감사한 공항 철도

열여섯 살 사춘기 딸과 다시 대만 여행

여행 출발 전에 미리 타이베이 시내로 이동하는 공항철도 티켓을 예매했다. KKDAY 사이트에서 '편도티켓+대만특산품 쿠폰' 상품을 5,700원에 구입했으며, 예약 시 받은 바우처를 타오위안 공항에서 탑승티켓으로 바꾸기만 하면 되었다. '철도나 전철을 탑승할 때 티켓과 관련된 장소'하면 제일 먼저 '개찰구 옆 역무원 그곳'이 딱 떠오르지 않는가? 나 역시 당연히 이곳에서 교환하면 되겠지 생각하고 안내문을 꼼꼼히 읽어보지 않았다. 


귀여운 통전 모양의 티켓

타오위엔 공항 도착층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공항철도 개찰구 옆에 있는 역무원에게 바우처를 내밀었더니 여기가 아니라고 하며 맞은편 벽에 붙은 안내문을 보라고 안내한다. 다시 도착층으로 올라갔다. 교환 장소가 얼른 눈에 들어오지 않아 넓지도 않은 로비에서 헤맨 후 간신히 실물 티켓을 받았다. 사이트에 기재되어 있는 안내문을 자세히 읽어보지 않은 나의 잘못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왜 이런 효율적이지 않은 시스템을 만들어서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 거야!"라는 불만이 절로 터져 나왔다.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그 이유는 이 순간 중요하지가 않았다. "투덜투덜투덜" 투덜거림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중요했으니까.



이런 불만도 투덜거림도 공항철도 스크린도어 앞에 서는 순간 싹 사라졌다. 새로운 재미거리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스크린 도어 위에 붙은 안내문이다. 일단 'Family Area'가 뭐지? 싶었다. 임산부 의자나 노약자 의자처럼 아이가 있는 가족을 위한 의자가 있는 구역이란 뜻인가? 이 의문은 기차를 타서도 해소되지 않았다. 기차 안을 둘러봐도 아이를 위한 특정 표시를 찾지 못했다. 


'파미리 에리아', 이 어색한 한글이 어디서 왔나 보니, 왼쪽에 표기된 일본어 '가타카나'를 그대로 한글로 옮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Family Area의 일본식 영어 발음이 '화미리 에리아'인데, 이 일본어를 번역기에 돌린 것이 분명했다. 외국에서 오류 없는 한국어를 기대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우리나라의 공공장소에도 외국어 오류가 많이 있지 않은가. 다만 '파미리 에리아'는 너무했다고 잠깐 생각했다. 하지만 예전에는 없던 '한국어 안내문'을 표기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이 어딘가! 그 노력에 감사하며 공항 측에 오류를 알리는 이메일이라도 보내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 

약간 오류가 있지만 이 정도도 감사하다.


공항에서 도심으로 이동할 때 공항철도를 이용하면 상당히 편리하다. 완행과 급행이 있는데, 완행을 타면 약 55분, 급행을 타면 약 40분이면 타이베이 기차역까지 이동할 수 있다. 급행 기차를 탑승하고 자리에 앉았더니 앞으로의 여행에 대한 기대로 인해 조증을 유발하는 호르몬이 다시 마구마구 뿜어져 나왔다. 티켓으로 교환할 때 발생한 사건들과 불만, 투덜거림, 스트레스는 사라진 지 오래다. 


의자 간 간격도 넓고, 조용하고, 깨끗한 공항철도 안에서 밖에 휙휙 지나가는 풍경을 보고 있으니 "대만이구나!" 대만에 온 게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다 옆에 앉은 딸아이를 보니 나와 같은 마음..... 은 개뿔(아차, 마음속 말이 튀어나오고 말았다.), 아니 나와 같은 마음은커녕 핸드폰 삼매경인 것이 아닌가. 여기까지 와서 인스타 '쇼츠'를 보고 있는 모습에 다시 한번 마음속에서 분노가 FIRE!!!! 하지만 나는 사춘기 딸아이의 엄마가 아닌가. 수행하는 마음으로 눈을 다시 창밖으로 돌렸다. 

잠시 후 아이가 "엄마, 배터리 거의 없어."라고 하여 왠지 기분이 좋아지려.... 는 순간,

"앗! 여기 무선충전이 되네!"하고 아이가 외쳤다. 귀엽고 깜찍한 무선충전 선반이 창문 아래 붙어 있었다. 핸드폰을 보호 케이스를 벗기고 올려놓으니 정말 충전이 되는 것이 아닌가. 충전 선반에 올려놓고 충전을 하는 동안 아이와 창밖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핸드폰과 엄마는 서로 경쟁관계인가 보다. 


통로 건너편 의자에는 대학생쯤 되어 보이는 두 딸과 부모로 보이는 부부로 구성된 한 가족이 마주 보고 앉아있었다. 딸들이 주도적으로 부모에게 이것저것 설명하고 있었다. 한국인인 그 가족을 슬쩍슬쩍 보다가 아이에게 "여기가 대만이니까 내가 이번에는 너를 모시고 있지만 나중에 다른 나라에 가면 네가 저렇게 나를 모시고 다니거라." 농담 37%, 진담 63% 섞어서 농담을 가장하여 얘기했다. 아이가 금세 샐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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