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윤희 Jul 29. 2023

(일하는 사람을 위한) 한국어 초급반이 개설되기까지..

'다문화 가족지원센터' 한국어 교실에서 한국어 수업을 하기 시작했다. 수업명은 (일하는 사람을 위한) 한국어 초급반. 일하는 사람을 위한 수업인 만큼 일요일에 수업을 한다. 센터가 고려인 밀집지역에 있기 때문에 학습자는 모두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에서 온 고려인이다. 지금까지 총 4차시 수업이 진행되었는데, 학습 열기가 대단하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한국어는 생존과 연결되어 있는데 그동안 배울 곳이 없었으니 말이다. 



노동 이주민들은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도 배울 곳이 없었다. 얼핏 "다문화 가정에 대한 지원이 그렇게 많은데 왜 없어?"라는 생각이 들것이다. 하지만 지원의 주 대상은 다문화 가족 중 우리나라 국민이 되었거나 될 사람들인 결혼이민자와 그 자녀들에 국한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주화하면 안 되는 노동 이주민들은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이러한 때에 안성에 위탁이 아니라 시에서 직접 운영하는 다문화 가족지원센터가 올 6월에 문을 열었다. 이 센터에서는 다양한 체류자격을 가진 이주민 및 가정을 서비스 대상으로 한다. 즉, 외국인 근로자 및 그 가정에 초점을 맞추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 센터에서 일요일에 일하는 사람을 위한 한국어 초급반을 개설했는데, 15명 정원인 수업에 대기자가 30명이 훌쩍 넘을 정도로 지원자가 많았다. 그래서 센터에서 부랴부랴 두 개의 반을 더 개설하여 9월부터는 일요일에만 총 3개의 반이 운영될 예정이다. 그동안 그들이 한국어 공부에 얼마나 목말라 있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8년 전 중국인 근로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자원봉사를 한 적이 있다. 지금은 비록 이름을 잊었지만 계란말이 공장에서 일주일 내내 땀 뻘뻘 흘리며 일하면서도(공장 내부가 시원하면 안 된다고 한다.) 결석 한 번 하지 않던 분, 중국에 있는 아들이 어려운 시험을 거쳐 마침내 경찰이 되어 한국에서의 고생이 결실을 맺었다던 분, 언제나 씩씩하고 목소리 쩌렁쩌렁한 반장님, 모두가 쉬고만 싶은 일요일에 자리를 박차고 나와 읽고, 쓰고, 큰소리로 따라 하던 모습이 생생하다. 그들의 열정에 나도 당시 여덟 살(초등학교 1학년)이던 딸아이를 데리고서라도 한 주도 빠지지 않고 수업을 진행했었다. 


한국어 교실에 따라갔던 딸아이의 일기


그때도 한국어 교육을 지원하는 것은 노동 이주민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선주민을 위한 것이기도 한데 어째서 이들을 위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답답했었다. 외국인들이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는 등 기초 질서를 지키지 않는다는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관에서 지원하는 한국어 교실을 거점으로 양국의 문화 차이, 한국 생활에 필요한 기초 질서 등을 소개(교육)할 수 있으니 결과적으로 선주민에게도 유익하다. 내 세금 낭비가 아니다.  


자원봉사 이후로 8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제야 관에서 운영하는 근로자를 위한 한국어 교실이 생긴 것이다. 듣자 하니 이 센터를 만들기 위해, 그리고 일요일에 한국어 수업을 개설하기 위해 '안성 이주민을 위한 인권모임'의 장기간의 요구가 있었다고 한다. 모든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지금이라도 센터가 생겨, 근로자들이 한국어를 배울 수 있어 참 다행이다. '일하는 사람을 위한 한국어 초급반' 외에도 '부모와 아이가 함께 하는 한국어 초급반'도 생겼다. 주말에는 생활 민원, 법률 상담도 이루어진다. 선주민과 이주민이 함께 하는 합창단이 있어도 좋을 것 같다. 이렇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매거진의 이전글 초등학교 한국어교실에서 한국어를 한 학기 가르쳐보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