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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렌 풋볼 Apr 03. 2020

코로나19, 축구 선수들은 주급 삭감을 받아들여야 한다

EPL의 고민


맷 핸콕 영국 보건장관

영국 보건장관 맷 핸콕은 3일(한국 시간) "프리미어리그 선수들은 현재 대유행 중인 코로나 바이러스 극복을 위해 임금 삭감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게 그들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라며 선수들의 임금 조정을 촉구했다.


현재 프리미어리그의 몇몇 구단들은 이번 코로나 여파로 구단 직원들에 무급 휴가를 지시하고 있지만, 정작 선수들이 받는 임금에 대해서는 별다른 고려를 하지 않아 왔다.


"현재 코로나 여파로 많은 구단 관계자들이 희생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프리미어리거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우선적인 일은, 바로 여기에 공헌하는 것입니다." 핸콕 장관이 최근 정부 브리핑을 통해 밝힌 내용이다.


이에 잉글랜드 프로축구선수협회(PFA) 또한 "선수들이 나서서 현재 구단들이 직면한 자금난의 짐을 나누어 들어야 한다"며 핸콕 장관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이들은 또, 최근 성명을 통해 "시국이 시국인 만큼, 선수들이 구단 직원들의 임금을 어느 정도 감당해 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많은 것은 알고 있습니다. 물론 원칙적으로는 선수들이 아닌 구단이 선수와 직원들 모두의 임금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 맞는 일이죠. 하지만 이렇게 비지니스적으로 따지기에는, 상황이 너무도 녹록지 못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수들이 고려해 보아야 할 점은, 바로 구단 직원들 또한 구단 운영에 너무도 중요한 일원들이며, 이들이 현재 강제로 무급 휴가를 떠나야만 하는 불평등한 처지에 놓여 있다는 점입니다." "만일 여기에 불필요한 정부 지원 자금이 쓰이게 된다면, 이 또한 원시안적으로 봤을 때는 공공 사회에 해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 코로나 여파로 인해 축구 구단 직원들에 대한 금전적 제재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반면, 구단 측이 선수와 직원들 모두에 정상적인 임금 지급이 가능한데도 선수들이 직원들의 임금을 감당하게 된다면, 이는 오히려 구단의 주주들에게만 이익이 되는 행태로 변질될 우려 또한 존재합니다."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핸콕이 이러한 주장을 펼쳐야만 했던 이유는, 현재 영국 내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가 2921명에 달했을 정도로 가파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비단 핸콕 만의 주장이 아니다. 현 영국 의회의 디지털·문화·스포츠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는 줄리안 나이트 또한 그와 같은 입장이다.


최근 프리미어리그 측은 선수를 제외한 구단 직원에게만 영국 정부의 '코로나 관련 고용 유지 계획'을 적용하겠다고 나선 바 있다. 이에 나이트 위원장은 프리미어리그 회장을 맡고 있는 리차드 마스터에 서신을 보내, 프리미어리그가 지금의 입장을 유지하려면 '초과 이윤세'를 내야 한다고 전하며, 현재 영국 정부가 시행 중인 '고용 유지 계획'이 구단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님을 명확히 했다.


앞서 영국 정부는 현 코로나19 사태에서 기업이 직원을 해고하지 않고 계속 고용하는 상태에서 휴직 조치를 하면, 직원 월급의 80%(최대 2500만 파운드·약 382 만원)를 부담하겠다는 '고용 유지 계획'을 발표한 바 있으며, 현재 프리미어리그에서는 토트넘, 뉴캐슬, 본머스, 노리치 등의 클럽이 이 정책을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이들이 선수들의 임금에는 손을 대지 않고, 구단 직원들의 임금 만을 삭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토트넘은 최근 선수들을 제외한 구단 직원 550명에 대한 20%의 임금 삭감을 결정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물론 그럼에도 변화의 노력은 이어지고 있다.

노리치 시티의 경우에는 지역 사회를 위해 코치와 선수단 및 보드진이 2억 6천만 원을 기부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2부의 리즈 유나이티드 또한 선수들의 임금 연기를 자처했으며, 버밍엄 시티의 경우 주급 800만원 이상의 선수들에 대해 향후 4개월간의 50% 주급 삭감 결정을 내렸다. 한 편 본머스의 에디 하우 감독은 최근 감독으로서는 프리미어리그 내 최초로 임금 삭감을 자처하였고, 이어 브라이튼의 폴 바버 회장, 기술 이사 댄 애쉬워스, 감독 그레이엄 포터 또한 자발적으로 임금 삭감을 결정하며 구단 직원들의 짐을 나누어 졌다.


유럽 대륙 전체적으로도 비슷한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스페인의 바르샤와 ATM 선수들이 최근 70% 임금 삭감 결정에 동의했는가 하면, 이탈리아 유벤투스의 선수단과 마우리시오 사리 감독은 향후 4개월간 임금을 받지 않기로 했다.




댄 로안 _BBC 스포츠 에디터


시국이 시국인 만큼, 현 정부의 고액 임금 수령 선수들에 대한 비판은 분명 일리가 있다.


물론 현재까지 임금 삭감 등, 구단 및 정부의 경제적인 결정에 대해 반기를 들었던 선수들은 없다. 하지만 오히려 선수들보다는 PFA의 대처가 너무 늦었다는 시선이다. 각 구단의 선수와 직원들의 안위를 위해 누구보다 발 빠른 대처를 선도했어야 할 이들이지만, 그간의 미지근한 태도로 이미 손해를 본 직원들이 즐비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앞으로 PFA가 더욱 신경 써 돌봐야 할 이들은 바로 힘없는 리그 1(3부), 리그 2(4부)의 구단들이다. 하지만 이 문제가 제대로 다뤄질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PFA의 회장 고든 테일러가 결정권을 쥐고 있는 이상에는 말이다. 이 인물은 지난 1981년부터 현재까지 PFA 회장을 지내 온 인물로서, 연봉이 무려 27억에 달한다. 그는 전 세계 모든 공식 협회직 중 가장 높은 연봉을 수령하는 인물로도 유명하다. 테일러는 지난해 사임 의사를 밝힌 바 있지만, 아직까지 회장직을 유지 중이다.

고든 테일러 PFA 회장


PFA는 코로나 사태 이후 그간 구단 및 선수들의 임금 삭감 문제에 대해 줄곧 침묵을 지켜왔지만, 비난이 거세지자 이제서야 조금씩 입을 열고 있을 뿐이다. 그나마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PFA도 움직여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찾아왔다. 최근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리그 중단 일정이 거듭 연기되며 구단의 수입원이 말라가고 있는 것은 물론, TV 중계권 보유 기업들 또한 천문학적인 금액의 환불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근 바르샤는 선수들에 대해 무려 70%의 임금 삭감 결정을 내렸다. 실로 파격적인 수치다. 하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닐지라도, 프리미어리그 또한 이에 상응하는 결정들이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사실은 이미 오래전 내려졌어야 할 결정이기 때문이다.



https://www.bbc.com/sport/football/52142267

번역 : 글렌 풋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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