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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환 Jan 20. 2024

붕어빵 가게

정재형 - Mistral

비가 오는 날이면

우체국 옆 붕어빵 가게는 문을 닫는다


빗물을 따라 붕어가 헤엄쳐 도망가는 것도 아닌데

애꿎은 단팥은 앙꼬가 되지 못하고

지퍼백 속에 숨죽여 살고 있다


사람들은

우산을 쓰니까

붕어빵 봉지와 붕어와 우산을

모두 쉽게 들 순 없을 테니까


그럼에도

나더러 하나를 포기하라면

당연하다는 듯 비를 맞겠다


내 젖은 어깨와 머리가 탄생시킬

어리숙한 주인 덕에 꼬리가 새까맣게 타버린

붕어빵을 위해


다 먹지도 못할 테지만

가득 채워진 봉지와 맞바꿔진 지폐로

한결 가벼워질 나의 삶과

줄어들 미래를 위해


붕어빵 따위 젖는 건 아무렇지 않지만

우산을 쓰지 않을 핑계가 되어주는 것

혹은 나와 같이 비를 맞을 무언가가 생긴다는 것

기꺼운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자기야

나는 이렇게도 멍청하고 요령이 없어서

아직도 붕어처럼 너를 지웠다 키웠다

그렇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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