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동환 Apr 27. 2024

아스팔트

햇살을 유독 뜨겁게 받아낸다는 것

수많은 갈퀴 밑에 갈리며 살아낸다는 것에는

얼마나 많은 버팀이 있는지 모른다

난 우리 사랑은 꼭 이런 줄 알았다


이 밤의 달빛이 가려져 버린다면

또 다가올 분주한 굴림들을 각오해야겠지

이 땅에 깔려버린 것을 원망할지도

겹겹이 굳어버린 완만함에 다시 무너질 수도


그런 굴곡의 순간에서도

우리에게 부어진 점토를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지구가 무너져도 떠돌아다닐 우리의 알갱이를

응원할 각오가 충분히 되어있다


그렇게 파편으로 살아간다는 것

중첩되는 파손에도 남아진 것이 있다는 것

견딜 수 없는 무중력에 결국

조각나버린 너를 온종일 띄어놓는다는 것


우리는 우리답길

부름은 푸름답길

나는 회색빛 도시에서도

우리만은 우주 먼지만큼 작지만 클 줄 알았다


갈라짐 속의 굳건함을 응시할게

부풀려진 석고를 온전히 전할게

쌓이고 쌓여버린 삶을

영원히 사랑하길



keyword
작가의 이전글 정체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