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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 집

26회 전주국제영화제

by 지음 허투루
26회 전주국제영화 둘째 날


만남의 집


감독 : 차정윤CHA Jeong-yoon, Korea, 2025, 123 min, DCP, ColorFiction, 12세 이상 관람가, World Premiere


시놉시스

15년 차 교도관 태저는 야간 근무 중 담당 수용자의 모친 사망 소식을 듣는다. 어느 겨울 밤, 적막한 장례식장 빈소에서 그 수용자의 딸 준영과 예상 밖의 만남을 갖게 되는 태저. 뜻밖의 만남 이후로 두 사람의 삶에 생생한 순간들이 찾아온다. 태저는 준영에게 말해주고 싶다. 네가 하는 모든 선택들이 모여서 네가 된다는 것을.

출처: 전주국제영화제



교도관은 경찰이 아니다 법무부 소속 공무원일 뿐이다. 여기서 '뿐'이다는 공무집행에 있어서 경찰보다 제약이 깐깐하면 깐깐했지 결코 느슨하거나 허술하지 않다. 현실이 어쨌건 그래야 하는 것이다. 수용자의 삶과 거리를 지켜야 하며, 냉철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 물론 모든 직업군에 해당하지만 교도관이란 직업은 좀 더 특수한 면이 있어서, '거리와 냉철'은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하는 태도 아닌가. 그러한 문제를 "태저"란 인물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감정이든 사건이든 거리조절에 실패했다면, 그 거리만큼 공무적 특성을 더욱 짙고 타이트하게 조여야 한다. 수용자의 딸과 만남은 교도관으로서 지나친 오지랖이었다. 그 오지랖이 공무적 특성을 띨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안과 밖. 자유와 속박, 책임과 의무, 가족과 식구 등등 경계를 명확하게 세워둘 수 있다. 교도관과 수용자의 위치는 그런 경계를 사이에 두고 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엄마와 헤어지고 이리저리 떠돌다가 경우 안착하게 된 곳이 이모가 운영하는 모텔이다. 방 하나를 준영의 집이자 방이 되었다. 수업이 많은 이방인들이 들락날락하는 곳에 겨우 중학생이 홀로 생활하고 있다. 물론 이모가 있지만, 이모는 후견인 정도지 견고한 보호자는 아니다. 준영은 어디든 튀어나갈 수 있는 미성년이지만 예기치 못한 "태저"와 만남은 그렇게 자신의 삶을 되는대로 살아가게 내버려 두지 않을 만큼의 성숙을 보여준다.

몇 년 만에 교도소에 수용중인 엄마와 만남을 2시간 넘는 긴 러닝타임의 종착지로 달려오고 있다. '태저' 외에 다른 교도관과 수용자 432번과 생활하는 수용자들도 저마다 종착지로 향하는 중이다. 물론 친절한 설명은 없지만 '태저' '432번' 준영'을 통해 삶을 녹여내고 있음을 아주 옅게 보이고 있다.

"불안하면 몸이 아프다." "자신의 문제를 되묻더라." 같은 대사는 태저와 준영뿐 아니라 영화 전반을 관통하는 미장센처럼 분위기를 녹녹지 않음을 보여준다. 만남의 집은 수용자가 수용소에서 정부가 마련한 자택에 가족과 하루 머물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결국 준영은 태저를 통해 엄마를 엿보고 만남이 이뤄지는 긍정적인 결말의 영화다. 하지만 마냥 따뜻한 영화는 아니다. 어딘가 모르게 송진가루나 미세먼지가 날리는 건조한 봄날의 햇살이 창에 들치는 것처럼 밝지만, 뿌연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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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엄마 432번, 오른쪽 준영과 이모, 출처 : 전주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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