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회 전주국제영화제 첫 영화
싸이클 마헤시
수헬 바네르지(Suhel BANERJEE), India, 2024, 61min, DCP, Color, Experimental, 전체관람가, Asian Premiere
시놉시스 : 4년 전, 젊은 건설 노동자 마헤시는 첫 번째 코로나 봉쇄 기간 동안 혼자 자전거로 2,000km를 달려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현재 그는 자신의 여정을 담은 영화에 출연 중이다. 하지만 촬영이 끝나고 그가 다시 복잡한 일터로 돌아오자마자 드러나는 건 끝없는 순환에 갇힌 한 남자의 모습이다. 사실과 허구를 혼합한 이 영화 속 영화는 노동과 영화의 차갑고 냉정한 시선을 탐구한다.
출처: 전주국제영화제
코로나로 일자리도 잃고, 도시도 봉쇄되고, 가만히 숨만 쉬어도 주머니가 탈탈 털려나간다. 집으로 가는 길도 막막하다. 2000km면 집으로 가는 길이 막혔다. 한국 자전거 국토종주를 네 번 정도 하는 꼴이니, 엄두를 낼 수 없이 막막하다. 하지만 인도가 어떤 곳인가. 중국을 맞먹는 인구와 소수부족, 조금씩 다른 언어, 종교적 문화 색채가 화려한 곳이 아닌가!
영화에서 마헤시란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가 두 명 나오고, 실존 인물도 출현하여 영화적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한 프레임에 "마헤시"란 극 중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와 실존 인물이 함께 등장하기도 한다. 그 장면을 보고 있으면 어쩌면 "마헤시"란 인물의 멀티버스로 확장한 것 같은 미장센을 자아낸다. 각기 다른 모습의 '마헤시'를 한 화면에 보여주기도 하고, 화면 분할하여 두 개의 씬을 동시에 보여주기도 한다.
즉, 실존에 대한 기록을 다시 한번 스크린으로 옮기는 작업에 비슷하지만 각기 다른 '마헤시'를 보여줌으로써 삶의 종착지와 출발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동의 얻으려 하는 것 같았다. 결국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시놉에서 "순환"이라는 키워드에 눈길이 같던 것도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일하는 곳에서 집으로 떠나는 게 사실은 원래 자신이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집으로 돌아갔을 때 다시 일을 찾거나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 다시 집을 떠나는 것. 그러다 지치고 다른 예기치 못한 상황이나 자기 선택에 의해 다시 돌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상징이 자전거 아닐까. "싸이클"이란 상징은 단순하게 자전거만을 뜻하지 않는다. '생의 싸이클' '호르몬 싸이클' 등등 한 번 지나야 하는 여정의 이정표를 '순환'으로 함축한 것이 자전거 아닌가. 생각이 든다.
오랫동안 영화를 놓다가 오래간만에 찾은 나의 영화시청의 싸이클이 다시 내 생의 주기를 돌아 다시 출반선에 선 기분이다.
출처 : 전주국제영화제, <싸이클 마헤시>의 마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