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전주국제영화제의 내 마지막 영화
제26회전주국제영화제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
감독: 요슈화YEO Siew Hua, Singapore, Taiwan, France, United States, 2024, 127min, DCP, ColorFiction, 15세 이상관람가
어린 딸이 실종된 후, 젊은 부부는 이상한 동영상을 받고 누군가 그들의 일상을, 심지어 가장 사적인 순간까지 촬영해 왔다는 것을 깨닫는다. 경찰은 훔쳐보는 사람을 잡으려 집 주변을 감시하지만, 사방에서 지켜보는 감시의 시선 속에서 가족의 비밀이 드러나며 가족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의 특징은 음악이 잘 들리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뭐 소리가 작다거나 배경경 잘 섞이지 않는다거나 같은 문제는 아니다.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적인 음악이 노골적으로 흘러나오는 영화는 조금 다르다. 마치 마늘수육을 만드는데, 마늘의 향이 은근히 베이도록 삼겹살과 함께 삶아낸 듯한 자연스러움이랄까. "나는 대놓고 심각해요." "감정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칠 예정이에요."처럼 노골적이고 수사적인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 퍽 와닿는다.
어느 날 딸이 실종되고 곧이어 집 앞에 도촬 된 영상을 담은 DVD가 놓여있자 부부는 딸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가족의 지극히 사적이고, 부부관계 외 개인의 내면까지 들여다볼 정도로 정밀한 세계를 담고 있는 DVD가 거듭 배달되자 부부와 경찰은 이 'DVD 배달부'가 범인일 것이라는 심증을 갖고 추적에 나선다.
하지만 딸 실종 범인은 아니었다. 그냥 스토커. 그냥 스토커라기 보단 이 영화에서 매우 비중이 큰 스토커다. 그 또한 딸의 아버지이고, 딸과 떨어져 다가갈 수 없으며, 누군가 곁에 설 수 없는 특징은 삐뚤어진 시선을 상징하고 있다.
CCTV, 인터넷 방송, 휴대폰 카메라 등등 시선이라는 건 누군가 겨누고 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도시증(scopophilia 盜視症)과 관음증(voyeurism 觀淫症) 같은 문제를 불길한 분위기를 마르고 건조하게 표현하고 있다. 어쩌면 그 또한 사운드 역할이 플롯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혹시 18회 아시아필름어워즈 음향상을 수상한 이유가 이 때문인가! 짐작해 본다.
영화의 결말은 실종된 딸의 여부 이상 이야기가 진행된다. 잃어버린 딸을 찾기 위한 고군분투를 지켜보는 이야기가 아니다. 훔쳐보든 지켜보든 아니면 그냥 지나치며 스쳐보든 다른 곳으로 옮겨보든 시선의 초점은 늘 우리가 걸려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 같은 기시감을 불러온다. 불온하기 짝이 없는 통렬한 이미지가 자꾸 이어진다.
당분간 영화 또 끊겠네, 아 힘들어~ 제길 세월이 야속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