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엠히어

※조울증주의 영화뒷담화

by 지음 허투루


영화의 스틸 컷 대부분을 DAUM포털에서 가져온다. 때문에 영화의 대략적 정보도 함께 보는 경우가 있다. 인물의 이름이나 배우 감독 정도의 정보만 익히고 영화 내용과 여러 비평은 보지 않는 편이다. 그래야 내 시선을 통해 영화 이야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같은 영화를 보고 글을 쓰기도 전에 다른 사람의 비평을 보는 것만으로 부담과 주눅이 든다. 나는 그들처럼 섬세하게 영화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자신이 없다. (쭈글ㅡ.ㅡ;)
Daum 영화 정보에 영화 『아이엠히어』를 코미디로 장르를 구분했다. 영화는 분명 코믹스럽고 무모하고 어리숙한 한 프랑스 시골 중년 한국 여행기를 담고 있지만 , 그건 어디까지나 주인공 ‘스테판’(알량 샤바)을 몰아세웠기 때문이다. 나는 코미디 앞에 한때 성행했던, 익살과 풍자를 동시에 녹아내며 가슴 한 켠을 무풍 에어컨 바람마냥 서늘하게 했던 블랙코미디가 떠올랐다. 맥심 마일드 커피 같은 블랙이란 이미지가 감싸 안으며 어딘가 모르게 서글픈 마음이 드는 건 스테판의 공간이 너무나 낯익고 익숙하기 때문인가?(PPL따위 아님 ㅋㅋ)
힐링 영화라고 소개한 여타 리뷰들과 달리 전혀 힐링하지 못한 여러 감정이 순차적으로 들어왔다가 빠져나간, 그러니까 카타르시스와는 다르고 번아웃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어느 지점에 머물게 한다. 블랙코미디의 블랙의 서늘함 따위보다. 어쩌면 잿빛, 혹은 먹색 같은 좀 더 빛노출에 의한 블랙의 코믹 미장센 영화 『아이엠히어』

daum 영화 포스터 『아이엠히어』



관심이 간절한 오춘기 ‘스테판’은 SNS를 통해 알게 된 ‘수’(배두나)와 소통하며 활기를 얻는다. 자신의 무료한 삶에 파문을 불러온 SNS. 점점 능숙하고 익숙해질수록 파문은 지구 반대편 한국까지 번진다. ‘수’와 직접 소통하고 싶은 욕망은 무작정 비행기표를 끊어버리고 곧장 공항으로 간다. 비행기 안에서 ‘수’와 저녁 약속까지 잡고 들뜬 마음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하지만, 그녀는 나오지 않는다. ‘스테판’이 ‘수’에 대해 아는 거라곤 SNS 주소와 그와 유일한 소통 창구 DM뿐이다. ‘스테판’은 인천공항 안에서 숙식을 해가며 기약 없이 ‘수’를 기다리는데, 나타나긴 커녕 연락도 없다. 그녀를 기다리는 동안 SNS에 업로드한 사진으로 “프렌치러버”라는 애칭마저 생기며, “일파만파” 어느새 SNS 스타가 되어 있다.


나도 또한 객석에 앉아 수를 기다린다. 연락도 없이 잠수 탄 ‘수’를 향한 원망과 분노가 끓어오르지만, ‘스테판’은 고딴 감정은 모두 관객에게 떠넘기고 우두커니(?) 그녀가 나타날 희망을 버리지 못한 채 세상 순수한 귀여움을 발산한다. 점점 공항 사람들도 그가 프렌치러버임을 알아차리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마치 다른 세상인 양 공항을 거닌다. ‘스테판’에게 현실은 프랑스 시골에서 인천공항으로 날아온 프렌치러버 따위가 아니다. 그에겐 ‘수’와의 만남이 현실이고 욕망이다. 욕망은 꿈이 아니다. 실행이자, 행동이며 그에 따른 결과다. 그러나 ‘스테판’은 아직 그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러니 그에겐 SNS 세계는 현실이 아니라고 단정 할 수 없다.
그건 어쨌든 ‘스테판’ 입장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관객들도 ‘수’에 대해 ‘스테판’이 알고 있는 그 이상을 알고 있지는 않다. 다만 우리는… 그러니까. 한국 사람인 우리는 본능? 혹은 경험적으로 ‘수’가 나타나지 않을 거란 걸 눈치챈다. 공항에 마중 나오지 않았을 때부터 우리는 대충 눈치 깠다.
‘눈치’, 영화가 주는 중요한 메시지다. 영화에선 눈치를 상대의 기분이나 감정 따위를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한다. 프랑스에게 없는 것, 굳이 있을 이유가 무엇인가 되묻는 것 같은 스테판의 세계. 단지 그가 오춘기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얼마나 외로운 사람이고, 외로움이 비롯된 이유에 대해서 영화는 현실과 비현실의 간극을 포도시 딱 나누어서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 어느 곳이나 현실이 되고, 비현실이 되도록 딱 맞닿은 그 지점이 ‘스테판’의 사유다..
영화는 ‘수’가 현실과 비현실 그 자체이며, ‘수’ 또한 ‘스테판’과 다르지 않은 욕망의 주체라 환기시킨다. 그러니 금세 불같이 일어난 분노를 일순간 꺼버릴 수 있는 것 일터, 영화에서 ‘수’는 ‘스테판’ 보다 더 타이트하고 제한되게 그 모습을 비추지만, 수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내는데 무리 없는 충분한 시간. 치고 빠지는 솜씨가 아주 일품인 메타포 yo.



실화가 바탕이라는 말에는 그다지 영화를 소비하는 관객의 감각을 지배하는 힘! 그딴 건 없다. 그니까 실화 따위가 아니라도 관객의 공감을 충분히 이끌어내는데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SNS는 우리의 일상 깊이 밀착되어버린 지 오래고, 그 이상의 에피소드가 쏟아져 나오는 곳이다. 그러니 이해 못할 것도 없고, 애써 이해하려고 뇌를 굴려야 할 필요도 없다. 지금도 세상 어디에서 벌어지고 있을 일이고, 당신의 경험과 닿아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눈치 하나 천진반 마냥 미간에 대롱대롱 달아놓고 스테판이 벌이는 퍼포먼스를 따라가면 그뿐이다. 다만, 감독이 대체 눈치 대해 얼마나, 조사하고 시니리오에 녹여낸 건지 그의 노력과 영화로 휘두른 감각과 여력이 궁금하고 몹시 미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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