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사람들

배우 공승연 한눈에 반함 주의

by 지음 허투루

혼자 사는 사람들



누구나 한 번은 외로움에 몸부림 쳐봤을 것이다. 외로움이라는 건 단순히 남녀 사이나 가족의 부재 따위처럼 관계에만 한정할 수 없다. 군중 속의 고독이란 말이 있듯이 외로움은 오히려 치밀하고 절실하게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 주변에 서성인다.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은 개봉 전 전주 국제영화제에서 먼저 만나 본 영화다. 나는 올해 영화제에서 가장 볼만했던 영화를 뽑자면 이 영화라 말하겠다.


20대 후반 전화 상담원 ‘진아’는 최선을 다해 관계를 외면하고 회피한다. 반복된 하루 매일 똑같은 생활 패턴, TV와 스마트폰 화면만이 그녀의 외로움을 달랜다. ‘진아’의 주변은 결코 평범의 카테고리에 포함하기 어려운 존재들이 둘러싸고 있다. 그들 또한 ‘혼자’라는...... 그래도 아직은 ‘혼자’인 경우로 밀집되어 있다. 익숙하지 않은 일과 조직에 적응해야 하는 사회초년생인 ‘수진’. ‘진아’의 옆집 청년은 출퇴근길에 맨날 ‘진아’에게 말을 걸고 고독에 발버둥 치다 끝내 고독사 한 인물이며, 고독사 한 청년의 집! ‘진아’의 옆집에 이사 온 ‘성훈’은 전 세입자의 죽음을 애도하고, 주변 사람들의 마음도 움직이게 하는 선한 이웃이다. 그밖에 ‘진아’의 사수였던, 지금은 팀장을 맡고 있는 선배, 진아의 아버지. 온통 진아의 외로움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 이 관계들은 과연 나의 위치는 어디쯤인가 물어오며 쓸쓸함이 차오른다.




혼족, 홀로족 같은 1인 가구의 삶을 세밀하게 묘사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다양한 세대 구성으로 사회를 이루는 지금 시대의 민낯과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이란 관점에서 공감과 몰입의 주제 의식이 남다른 작품이란 점에서 이견은 없다. 다만, 나는 이영화가 좀 더 영화적 요소를 발현하여 외로움과 고독을 처연하게 표현하는데, 유진의 느낀 이질적이고 도전을 불러일으키는 존재가 단지 유령이나 환영 따위로 시각화한 것 덜컥 브레이크가 걸렸을 뿐이다.

하지만, 어쩌면 늘 항상 전화 상담을 통해 밀물처럼 들어오는 온갖 감정으로 인한 정서 파괴.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서 만들어 낸 무의식의 착란이라면,

또 이해하지 않을 수 없는 당위에 잠시 당혹에 빠져 이 영화에 대해 더 생각하고 고민하게 된다.


맞다.

고민하고 생각하게 하는 그런 영화다.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의 외롭고 쓸쓸함이 당신의 외로움과 쓸쓸함으로 고통을 더하지 않고, 고통을 어루만져줄 수 있도록 그 허락을 구하는 듯한 울림이 남는다. 이 영화를 보러 온 관객이 성현처럼 선한 의지를 지닌 존재라 믿는다. 매일 같이 ‘진아’에게 전화하여 자신이 타인 머신을 만들었다 주장하는 허황된 얘기로 ‘진아’ 옆 초년생 수진의 감정에 파문을 만들어내는 상담 고객의 환경 또한 따뜻하게 바라보도록 독려하는..... 결코 하나 이상의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게 하는......


수화기 너머,

타임머신을 만들어 과거 가려는, 그의 고독은 고독 이전의 삶으로 되돌아가려는 나와 같은 사람이다. 결국 고통을 되돌려 봤자 다시 고통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것이 과거일 뿐이라는 걸 환기시키는 그의 존재와 젊은 시절 집안을 내팽개쳤지만, 다시 돌아와 부인을 돌보고 임종을 지킨 진아의 아버지. 그도 그렇게 혼자가 되었지만, 그는 부인의 애도를 끝내고, 주변과의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노년의 삶의 행복을 만들고자 미래로 가는 타임머신을 탄, 두 존재 사이에 낀 우리 혹은 나라는! ‘진아’ 그가 피는 담배 한 모금에도 공감하지 않을 수 없고, 괘씸한 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하는 것도 이해가 아닌 응원으로 발현된다.


영화의 끝은 항상 영화 시작의 과거이거나 미래다. 프롤로그 에필로그 따위의 도입이나 결말이 아닌 그저 시간이며, 그 시간은 현제인 것이다. 영화의 시작은 관객 그러니까, 나의 현제이며, 엔딩 크레디트가 다 마친 순간도 관객 그러니까 나의 현제이다. 경험뿐만 아니라 모든 인과 관계가 공감 따위로 채워진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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