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주의 영화뒷담화
반전영화의 교과서로 불리는 영화, 그 유명한 『식스센스』의 감독,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스릴러 영화 『OLD』가 개봉했다. 『글래스』 『23아이덴티티』 『애프터 어스』를 제외한 다른 영화를 본 적이 없다. 『OLD』와 비교하기엔 장르적 구분이 애매하기 때문에 오롯이 『OLD』에 관하여 말할 수 있는 게 한편으론 다행이란 생각이다.
그 유명한 M, 나이트 샤말란의 영화라고 해서 『OLD』를 보기로 하고 결정하고 관람하는 동안 단 한 번도 『식스센스』를 의식한 적이 없다. 특히 위에서 언급한 『글래스』와 『아이덴티티 『애프터 어스』를 보는 동안에도 『식스센스』의 감독의 영화라고 해서 반전을 기대한다거나, 독특한 결말을 기대하고 애초에 극장에 들어서지 않았다는 얘기다. 적어도 M, 나이트 샤말란에게 『식스센스란』 차기작을 준비하고 내놓는데 발목을 붙잡거나 부담스러운 작품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M, 나이트 샤말란은 결말의 영화가 아니라 과정의 영화를 더 매혹적이게 만든다. 사실 따지고 보면 식스센스도 ‘그런 결말’(스포 주의)이 아니어도 충분이 과정으로써 울림을 줄만한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화룡점정이란 말이 그렇듯 어쩔 수 없이 무시무시한 반전을 통해 영화 전체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 울림에 엄지를 치켜세울 수밖에 없었던……. 큼큼~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식스센스는 오래전 반전의 교과서 자리 잡은 지 오래고, 애초에 그보다 나은 반전을 보여주려 하거나 이겨먹으려는 노력 따위가 더 식상하게 느껴질 뿐이다. 숨김과 힌트 복선들 사이, 예상 가능한 플롯. 여러 서브플롯 사이를 치밀하고 치열하며 경제적인 인관 관계가 더 중요하고 영화를 더욱 풍성하고 몰입하게 만드는 조건이라고 생각한다.(나만 그런가?)
영화 『OLD』는 이미 해피엔딩이나 비극적 결말 이 두 가지를 시작부터 암시하며, 사실 그 딴 거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고 주의를 준다.
그것은 카파 부부의 태도다. ‘카파’ 가족은 파라다이스 호텔로 휴가를 떠난다. 다음날 지배인의 권유로 희귀 광물로 둘러싸인 자연보호구역 사유지로 들어가게 되는 카파 가족. 결국 광물로 둘러싸인 협곡과 바다 사이에 갇히게 된다. 여자의 시체를 발견하게 된 시점으로 불안은 확산되고 점점 희귀한 일이 벌어진다. 노인과 강아지는 갑자기 죽고 ‘카파’ 부부의 자녀들은 갑자기 급성장을 이루며 이 광물이 둘러싸인 공간에서 시간이 더 빠르게 흐른다는 것을 알게 된다.
30분에 1년이 늙으며 하루 사이에 60년의 세월이 관통한다.
어린아이였던 ‘카파’ 부부의 아들 ‘트렌트’와 의사의 딸이었던 ‘카라’는 몸이 자라고 생각이 자라면서 사랑을 나누게 되고 아이를 갖기에 이른다, 빠르게 불러오는 배를 감당하지 못하고 아이를 낳지만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을 감당하지 못하는 아이는 죽는다. 사람들은 빠져나가려 방법들을 찾아 도전해보지만, 죽음뿐이다.
저 멀리 능선에서 망원경으로 지켜보는 사람이 있는데...
‘카파’ 가족만 남지만, 아빠는 노안이 오고, 엄마는 귀가 들리지 않게 된다. 결국 ‘카파’ 부부는 죽음에 이르고 오직 두 남매만이 다음날 아침을 맞이하게 된다.
나갈 노력을 해야 할까?
‘카파’ 부부의 아들 ‘토렌트’는 이곳에 들어오기 전 리조트에서 친해졌던, 호텔 지배인의 조카인 친구로부터 받은 암호 쪽지가 생각나 다시 살펴보는데……. 그 쪽지에는 '우리 삼촌은 산호를 싫어해'라고 적혀 있었고, 남매는 바닷속 산호초들 사이에 길을 발견해 필사의 탈출을 감행한다.
이들을 지켜보고 있던 사람은 이들을 섬에 데려다준 남자였으며 실험대상이 죽었다고 누군가에게 보고한다.
‘워렌 앤 워렌’
광물 이용해 사람을 실험대상으로 삼아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
영화 『OLD』의 스포에 책임감이나 중요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건 영화의 여러 복선이 결말을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관객들은 안다. “옛날에 옛날에 왕자와 공주가 살았습니다. 서로 사랑하여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혹은 그 둘을 서로 사랑했지만 결국 이별하게 되었답니다”가 결말이 아니란 것쯤은 알고 있다.
적어도 토렌트 가족과 특히 남매에 몰입했던 관객들은 생명의 가치와 시간의 소중함 따위를 한 번 더 생각해보는 하나의 꺼리로 이 결말을 받아들였을 거라 감히 주장한다.
못 나눈 추억이 많은데, 이건 너무 불공평해!
맞아.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흐르지 않는다. 아니, 시간은 똑같이 흐르지만, 흐르는 시간을 타고 가는 사람들의 속력은 저마다 다르다. 이영화는 대놓고 주제의식을 홍보하진 않지만 적어도 꼭꼭 숨겨서 쉬이 찾지 못하도록 불친절하지 않다. 파라다이스 호텔의 지배인처럼 친절하게 이 영화는 『OLD』라고 안내하고 있다.
특히 『OLD』의 미장센은 이야기의 진행이 아무 무리 없이 속절없이 흘러가도록 분위기를 자아낸다. 배우 표정과 음험한 음악과 시간이 흐르면서 대체되는 배우들. 얽히고설키지 않아도 얽히고설키게 되는 캐릭터들의 캐릭터. 오히려 초자연적 현상과 호러물처럼 괴생명체 따위가 『OLD』 의 세계를 규명하지 않아서 좋다. 이미 자행되었던, 혹은 이미 어딘가에서 자행되고 있을 것 같은 현실성이 스크린을 뚫고 나오고 있지 않는가. 오히려 픽션이 논픽션을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논픽션이 픽션을 따라오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영화 『모가디슈』는 보았지만 리뷰하지 않았지만, 왠지 해야 될 것 같은 할까 말까 고민이 되었다. 『모가디슈』는 1990도 소말리아가 배경이지만, 이 영화가 개봉하고 얼마 후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철수 후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하고 극단 무장단체의 그들의 행보의 공포가 한국 교민과 대사관에게 영화 『모가디슈』와 다를 것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이 어떻게 영화를 따라 할 수 있겠냐만은, 결국 현실성이란 것은 사실 그 자체를 말하는 게 아니라 사실을 담아 어떻게 데코레이션 하는지에 달린 게 아니겠어. 뭐 요런 시답지 않은 생각이 『OLD』를 보고 돌아온 후 뉴스를 틀고 맥주캔 하나 따는 소리에 실려 거실 바닥으로 스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