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품주의 영화뒷담화
오래간만에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생겼다. 늘 혼자 영화 보고 딱히 하고 싶은 말이나 해야 할 말을 찾지 못했던 날이 꽤 오래 이어져오고 있었다. 영화 <베트맨> 경우 입이 근질거리긴 했으나, 너무 많은 리뷰 정보와 의견이 쏟아져 나와 나까진 한 숟갈 올릴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다른 리뷰어들 보다 더 재밌고 친절하게 들려드릴 자신이 없었다. 솔직히 <베니씽 : 미제사건> 또한 마찬가지다. 오래 오래간만에 영화 호박씨를 까러 극장을 찾은 후 끝나고 맥주 한 잔 정도의 마음이 일었지만, 영화를 곱씹으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정도의 꼬이고 비뚤어진 마음이 일지 않았다.
이 영화의 배경은 분명 대한민국이다. 그러나 감독과 제작 연출은 대한민국이 아니다. 그 점이 가장 흥미로웠다. 그럼 이건 우리나라 영화인가 아니면 감독이 프랑스인이니, 프랑스 영화인가? 영화를 보고 즐기는데 딱히 중요하지 않은 흥밋거리였으나, 익숙한 배우와 배경과 낯선 이방인과 그 이방인이 사건 깊숙이 들어와 벌어지는 서스펜스는 어딘가 모르게 한국영화의 서스펜스와는 약간 색체가 다르다고 해야 하나, 온도가 다르다고 해야하나 아리송한 기분이다.
그건 연기나, 플롯 때문은 아닌 것 같다. 영화가 간결하고 지극히 경제적인 생각이 들었다. <베니씽 : 미제사건 >의 러닝타임은 1시간 25분 정도 되는데, 왠지 조금 더 길어도 되지 않았을까? 아니, 길어졌으면 긴장감을 늘어뜨리는 역효과를 불러왔을까? 영화 전반의 플롯을 되돌아보면 고민을 해보았다.
법의자인 "알리스 로네"(올가 쿠릴렌코”의 트라우마를 보여주는 어린애의 환상. 즉, 어두운 내면이 사건이 연관되어 그 중심으로 들어갈수록 트라우마를 상징하는 몇 개의 장치가 더 필요한 게 아닐까 하다가, 아니야 그럼 또 괜히 낭비야. 충분할 거야. 아! 이상한 느낌이다. 영화가 어색하거나, 장면이나 씬이 부족한 것 하곤 좀 다른 색인데……. 뭐지? (내가 뭘 더 보길 원하는지 모르겠네.)
사건의 인물들은 서로 한 다리 걸치듯 관계를 맺고 있다. 그것이 영화가 조명하고 집중하려는 것에 벗어나지 않고, 시간과 공간을 사건으로 바짝 압축시키는 것 같다. 어쩌면 “박진호”(유연석)과 “알리스 로네”(올가 쿠릴렌코)의 서로에 대한 호감의 분위기가 가능하게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사건의 진실이 드러날 수록 “박진호”(유연석)과 “알리스 로네”(올가 쿠릴렌코) 주변에서 결코 멀리 있지 않음으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영화의 현실성에 관해서 대한민국 배경으로 잘 옳겨놓았지만, 그 배경을 대한민국으로 다 녹이지 않고, 불어와 영어를 적절히 섞으며, 관객의 몰입을 약간 방해하면서도 멀리 달아나지 못하게 붙잡아 둔, 현명한 밀당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밀당이 로멘스면 더더욱 그래도 되는 것처럼 “박진호”(유연석)과 “알리스 로네”(올가 쿠릴렌코) 그런 분위기를 은근히 풍긴다. 직접적인 건 아니지만 직접적인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는, 그래서 그런지 영화 또한 미제 사건을 완전 해결, 소탕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어떤 여지를 남겨둔다. 신원미상 변사체 새로운 법의학 기술로 사건의 전말이 조금씩 드러나는데, 서스펜스를 오래 끌지 않고 섬세하고 경제적으로 보여줄 것만 딱딱 보여준다. 영화가 끝나는 직후 조금 아쉬운 러닝타임이 지금 더할 나위 없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배우 “올가 쿠릴렌코”의 존재감에 대한 반가움이 컸다. 잘 아는 배우는 아니지만 여러 편의 영화를 통해 익숙하고 배우로선 의심할 여지없는 매력 덕분에 <베니씽 : 미제사건 >대한 관심이 컸던 것 같다. 솔직히 프랑스인 감독 외국 제작 그런 거 아니었으면, “니가 왜 거기서 나와~” 그랬을 텐데……. <인천상륙작적> “리암 리슨”은 아직도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이지만, 어쨌든…….
스릴러 서스펜스의 어떤 불길한 예감이 들어맞는 예상 가능함의 핀트가 그동안 보아 오던 서스펜스와 약간 달랐다는 것. 영화를 보면서 쨰는 죽겠구나! 했던 인물이 안 죽고 그 옆에 다른 놈이 죽거나, 그런 예상의 빗나감 그런 게 신선했다. 또한 “미숙”(예지원)의 발암 유발 인물의 너무 쉬운 퇴장이 좀 아쉬웠으나, 영화는 전반적으로 맥주 한 잔의 여유처럼 딱 적당한 울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