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Jeonju Intl.Film. Festival

핵노잼주의

by 지음 허투루

2022년 4월 28일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가 개막했다.


이 년여 만에 열리는 전주 최대 축제다. 펜대믹으로 온라인 개최로 대체된 지난 이년의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전주영화의거리는 사람들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나는 망할 줄 알았는데, 사전 예매한 영화표를 받으러 전주국제영화제 티켓박스를 찾았다. 얼마나 그리웠는지 처음 본 지프지기들이 요상하게 무척 반가웠다. (그들은 모르지만, 혼자 좋아 함) 처음 전주국제영화제 참여했던 그 시절이 잠깐 떠올랐다. 애매하는 방법도 몰라 한참 홈페이지를 돌아다녔던 기억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 빨리 애매하지 않으면 영화가 몽땅 매진될 텐데, 발을 동동 구르며 느려빠진 노트북 화면을 보며 정신 나간 클릭질이 손가락에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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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는 다소 가벼워진 방역 방침으로 띄워 앉거나, 음식을 상영관 안으로 갖고 들어가지 못하는 제한에서 벗어나 예전 팬데믹 이전과 다를 바 없는 상황으로 돌아간 듯했다. 다만 마스크는 써야 한다. 사실 이제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 하더라도 한동안으로 스스로 마스크를 내리는 일은 없을 것 같다. 특히 실내에선 더욱 말이다. 그러나 어쨌든 이 북적거리는 영화상영관 얼마나 오랜만인지, 왜지 모를 뭉클함이 차오른다. 사실 영화제 같은 특별한 일이 아니고서는 관객이 꽉꽉 들어찬 상영 시간과 날을 피하는 편이다. 그래서 기대하는 신작이 개봉하면, 개봉 첫날 아주 일찍, 사람들을 피해 조조영화를 보거나, 사람들이 거진 다 봤다 싶을 정도 기간을 지나 조금 늦게, 느리게 보는 편이다. 하지만 영화제 영화는 나 같은 성향의 관객을 오래 기다려주지 않는다. 당연하다. 영화제 기간은 정해져 있고, 그때 아니면 찾아보기 힘든 영화들이 무슨 전주한정식반찬처럼 차려져 있으니, 먹지 못한 건 싸갈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23회인데, 20회 봉투에 담아주는 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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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총 8편의 영화를 애매했다. 올해보다 젊었을, 지난 영화제. 16편, 18편씩 보던 때와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그건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를 즐기던 당시 열망과 열정이 줄어든 건 아니다. 단지, 체력과 여의치 않은 주머니 사정 정도로 일축할 수 있다. 내가 얼마나 영화를 좋아하는지는 영화를 보고 난 후 밀려드는 여러 감정의 소용돌이로 느낄 수 있다. 좋은 영화를 보면 왠지 모를 박탈감과 짜증 그리고 질투, 평가절하 따위로 내가 온전이 이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자찬한다. 별로 감흥 없는 영화를 보면, 조롱과 괄시 비판과 폄훼함으로써 우월을 획득하려 한다. 이런 몹쓸 감정 때론, 영화를 영화로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와 이야기와 영상미를 조금 더 섬세하게 들여다보게 하는 힘이 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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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는 분명 영화 말고도 다양한 문화적 축제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요소가 많다. 특히 버스킹이나, 음악공연 같은 건 내 무릎 관절이 얼마나 성한지 자가검진의 척도가 되기도 하며, 영화제 끝으로 본격적 더위가 시작되기 전 내 몸에 정제된 육수의 양을 가늠해볼 수 있는 사전 답습이 될 터이다. 중요한 건 내가 얼마나 이 영화제를 기다리고 있었다거나, 영화에 대한 열정과 통찰, 혹은 자아실현처럼 감상적인 것이 아니다. 단지 내가 얼마나 우울한 지난날을 뒤로하고 즐거워질 수 있느냐에 달렸다. 한 번도 코로나에 걸린 적은 없지만, 직업군을 잃고 확찐자로 무거워진 몽뚱이를 끌고 밖으로 나온 만큼, 펜대믹 이전의 일상으로 점점 회복하는 이 시점에 나도 매너리즘과 염세주의적 태도에서 벗어나 창작의 고통과 의연히 마주하고 싶은 욕망! 욕망을 회복할 수 있는지... 친애하는 나의 전주국제영화제여 영감이 되어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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