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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 허투루 Aug 30. 2021

Reminiscence

늘 혼자 주절주절!@#$%? Part_2

영화 레미니센스를 보다 문득 기억과 감정에 대한 물음이 생겼다.  


자신의 옛 기억 속으로 들어가 체험할 수 있고
기억을 백업해서 영상으로도 볼 수 있는 기계
 
영화 레미니센스 daum영화 예고편 스틸 샷


  기계 속으로 들어가 마취된 상태에서 기계를 다루는 사람의 안내로 자신의 기억 속 어떤 날을 떠올리며 그 속으로 깊이 빠져든다. 

  기억을 스스로 떠올려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 의해 기억이 떠올려지고 그 안으로 떠밀리듯 입장하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기억이 "memory" 아니라 "reminiscence"란 점에서 질문에 관한 답을 얻은 듯하다.


내게도 다시 되돌아가고 싶은 과거가 있나?



  아무리 행복한 기억이라도 자신의 과거를 체험한다는 것은. 현재 자신이 현실이 얼마나 피폐하고 궁핍한지 증명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자존심인지 자존감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누구에게나 되돌아가고 싶은 순간은 있다고 믿는다. 다만, 과거는 돌이킬 수 있는 건 아니기에 어떻게 과거의 자신과 마주해야 하는지 그 태도에 관한 고민이 인다. 

  태도란 감정이고 감정은 또 태도가 되겠지. 하지만 이상하게 행복은 떠올릴 수가 없다. 좋은 기억은 잠깐 떠올릴 수야 있겠지만, 반드시 행복으로 차오르는 건 아니다. 행복은 감정이다(?) 같은 기억이라고 해도 그 기억을 대하는 자세, 태도, 환경, 즉, 시공간의 변화에 따라 감정은 달라질 수도 있다. 과거 행복의 시절을 자꾸 되돌아보는 건 현재의 감정이 지난날의 행복을 그리워할 만큼 결핍된 게 아닐까!? 행복하거나 행복을 지키는 건 너무 힘들다. 그렇기에 가치 있는 걸까? 그조차 잘 모르겠다.   


치욕스러운 과거는 떠올리기 싫어도 불쑥불쑥 나타난다.    

영화 레미니센스 daum영화 예고편 스틸 샷


  과거는 돌이킬 수 없으나, 혹여 놓친 것이 없나, 자세히 돌아볼 수 있다. 그럼 그 과거를 보는 시각이나 감정이 조금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현재를 더 가치있게 만들기 위해 태도를 변화시키듯 말이다. 하지만 반드시 긍정적으로 태도가 변하는 것도 아니다. 어떤 것은 집착으로 되살아날 수 있고, 여태 잘 유지해왔던 것이 단숨에 상실될 수도 있다.  


  잠시 망상 한 Scene!

  

  내가 과거의 어떤 큰 죄를 지었고, 누군가 내게 큰 상처를 입혔을 때. 내가 저지른 죄에 죄책감을 없애거나, 내게 상처 입혔던 이의 저주가 태도가 된다면 더 이상 트라우마라 불리지 않게 되는 것일까? 심리학적이거나 프로파일적 관점은 잘 모르겠으나 이야기 구조로써 인과관계의 내러티브로써 상상력을 발휘해본다면 혹시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망상 끝.)

  그런 망상이 가능한 건 아마 솔직함에 대한 반감과 고집 때문이라 생각한다. 적어도 치욕은 함께 나누고자 할 때 더 치욕스럽게 치욕이 성장하기 때문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가 왠지 행복한 과거의 어떤 시절로 돌아가 그 행복을 채우고 싶은 것보다, 정말 너무나도 치욕스럽고 굴욕의 순간으로 돌아가 더 이상 치욕과 굴욕으로 생각되지 않게 무디고 뻔뻔해지고 죄책감이나 자책을 없애버리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무디고 뻔뻔하고 태연하고 천연덕스럽고 싶은 과거란?  



  과거는 가치나 의미 따위가 영위될 수 있는 세계가 아니라면, 단지 꿈 같은 거라면, 도피처가 될 수밖에 없다. 영화 "레미니센스"에서 던진 질문 중 몇 가지가 떠오른다. "과거의 집착은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행복한 과거로 되돌아가는 지금, 이 순간이 현재다." 등등 영화는 내내 울림이 있을 만한 말을 쏟아내지만, 딱히 와닿을 만큼 영화에 몰입하지 못했다. (딴생각 중) 나는 내가 던지고 내뱉은 물음과 답의 꼬리를 물기 위해 쫓는 저 뫼비우스 띠에서 내려오지 못한 채 극장 밖으로 퉁겨졌다.

  생각만 해도 부끄럽고 치욕스러운 과거의 일이 나도 모르게 불쑥 튀어나올 때마다 뻔뻔하고 태연하게 자책과 죄책감을 버리고 아무것도 아닌 일인 것처럼 치부할 수 있을까? 심신미약,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그런 편리함을 나도 갖출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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