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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 허투루 Apr 07. 2023

그래서 어쩌라고

지음 허투루

그래서 어쩌라고



  이런 이야기를 왜 하는가? 물어본다면, “그냥” 하는 거지. “그냥” 쓰는 거지라고 “그냥이란 욕망”을 따랐을 뿐, 큰 이유가 없다고 답할 것 같다. 왜?란 질문에 요지는 무엇인가? 정말 궁금해서 묻는 것인지 아니면, 이 글의 존재 이유가 당신이 생각하기에 턱없이 부족하거나 저열하기 때문인지. 글의 목적, 주제, 논점, 팩트 따위가 없다고 생각한 까닭인지! 정답이다. 그런 건 없다. 사실 있어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썼던 <지음 허투루>의 글이 대체 왜 쓰는지. 그래서 어쨌다는 건지, 어떤 평가의 오지랖에 "어디서 평가질이야!"라고 잔뜩 경계 서린 날 선 대응 밖에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것이 독자의 고유한 권리 권한을 침해하는 짓임에도 말이다. 하지만 책으로 엮자고 마음먹은 순간, 유연해질 책임감이 들었다. 지음 허투루의 세계관이 아무리 열등감과 열패감으로 작용하고 유지되는 곳이라 하더라도 그건 글 속에 존재하는 것이지, 독자들은 현실에 살고 있으며, 결국 <지음 허투루>도 현실의 피조물일 뿐인 탓이다.


  <지음 허투루>는 분명 이 글의 작가이며 화자이지만, 반드시 "나"는 아니다. 소설처럼 허구적 요소가 섞인 메타버스나 부캐릭터이지만, 완전히 "나"를 벗어난 다른 유기물. 클론이나 복제도 아니다. 다만, 그냥이란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유한한 구실이다. 어쩌면, 삶을 관통하는 통찰이나,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자 하는 팩트체크의 부담을 덜어낼 수 있는 영악한 수법이 아닌가 약간의 경각심이 든다, 그냥이란 욕망을 실현하는데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니다. 그래서인가 다음 욕망을 찾는데 그리 큰 고민이 일지 않는다.  


  글을 쓰고자 하는 이유는 늘 '그냥'일 테지만, 다음을 기약하는 약간의 변주는 불가피하다. 그래서 어쩌라고? 어쩌긴…….  <지음 허투루>를 포함한 모든 방문자에게 "그냥"이 다른 모든 이유를 제쳐놓을 이유가 될 수 있음을 꿈꿔 본다. 그러므로 그래서 어쩌라고에 대한 답은 항상 그냥 그렇다 뿐이다. 빈약한 변명과 핑계. 한없이 졸렬한 자기합리화일지언정 차라리 한 글자라도 적지 않은 것보단 났지 않겠는가. 침묵으로 중간이라도 하는 것보단 상하 따위 철저하게 무시하고 외면함으로써 현실에 지음 허투루를 던진다.


  다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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