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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 허투루 May 09. 2023

표지 디자인

  어떤 게 좋을까?


  “찌질해도 이유 정돈 있어” 원고를 퇴고하고 정리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평상시에 좀 더 치밀하게 검열하고 퇴고했으면, "이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 텐데."다. 퇴고는 할수록 더 어렵고, 스스로 너무 부족함을 매 순간 마주해야 했다. 어찌 됐든 원고가 날아가지 않은 이상 끝은 존재했고, 그다지 흡족하지는 않더라도 이 정도면 그만해도 되겠다 싶은 순간이 표지디자인으로 이어졌다. <부끄끄>에서 무료로 지원하는 표지와 고급스러운 표지를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으나, 비용이 부담스러웠고, 좀 더 나만의  책표지 욕심이 났다, 그 욕심은 아마도 책 내용이 그다지 독자에게 올림이나 설득 따위에 자신이 없어 표지라도 조금 어설프지 않게 보이려는 일종의 허세이다.

   그러나 내가 무슨 디자인 전공자도 아니고, 인디자인이라는 책 만드는 프로그램조차 써본 적이 없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거라곤 책 사이즈에 맞는 종이 위에 몇몇 사진과 글자를 새겨 넣는 것뿐이었다. 그럼에도 나름 디자인 과정이 흥미 있고 어딘가 모르게 성취감이 맴도는 것 같았다. 그중 서너 개 시안이 있는데, 어떤 걸 하면 좋을지, 그런 또 쓸데없는 고민을 하고 있다. “어차피 많이 팔리 지도 않을 텐데, 뭘 그리 열심히냐.”는 친구의 의견은 당연히 매울 수밖에 없었고, 그래도 나름 ‘이건 괜찮았다.’ ‘이건 별로다.’ 하는 의견은 보탬이 되었다.

  그래서 조금 더 주위 사람에게 의견을 들어보려 했으나, 내게는 ‘주위 사람’ 차체가 없었다. 슬프다기보다는 조금 쓸쓸하달까. 어쨌든 이번 주 안에 결정을 마쳐, 스스로 정해둔 마감을 아주 오래간만에 충실해 볼 예정이다.


1. 회색 그늘

  찌질한 이유에 대한 우울감과 어울릴만한 회색 색감과 시멘트 질감. 특히 아이폰 배경화면 에곤쉴레 작품 ‘자화상’은 책의 저자 ‘지음 허투루’의 자화상인 것만 같은 싱크로율과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하여 “찌질해도 이유 정돈 있어”의 상징적 의미를 띤다.


2. 회색 벽속 그림

  이 또한 마찬가지로 찌질함과 어울리는 회색톤과 질감이 대조를 이뤄 제목을 좀 더 강조한 디자인이다. 색감톤 다소 낮기 때문에 어딘가 모르게 조금 네거티브negative 하지만, 아이폰 속 배경화면 에곤쉴레의 작품이 해악적인 역할을 기대해 볼 수 있는 디자인이다.


3.  컨테이너

  컨테이너 그림은 단지, 색감이 좋아서 가져와 보았다. '찌질'이나' 이유' 그 어떤 것과 연관 없이 단순하게 오로지 색만 보았다. 오히려 처음 표지 디자인을 하려고 마음먹었을 때, 심플 심플 곧 죽어도 심플이었다. 가장 그 결심과 어울리는 표지가 아닌가 생각하지만, “찌질해도 이유 정돈 있어” 에세이와는 상징성이 부족한 건 인지하지만,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 애써 쿨한 척!!!


4.  바닷길

이건 친구가 제안한 디자인이다. 뭔가 망망한 바다에 하나의 길. 우울함과 우울함 너머 다른 무언가 있을 거란 설렘과 기대를 동시에 품은 디자인이라 한다. 하지만 사진에 대한 저작권은 잘 모르겠다. 나는 좀 더 폰트를 바꾸고 글자 색도 하얀색으로 바꾸면 심플해지지 않을까. 어딘가 무난하고 심심하고 상투적으로 변할 우려가 깊다.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해 보이지만, 점 하나로 언제든 성격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는 표지 디자인.

  



  이렇게 네 가지 시안을 두고 고민이 진행 중이다.

  누구 하나 딱 취향저격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이미 욕심일 뿐인 걸 너무 잘 안다. 그러나 혹시 당신의 냄비를 받쳐줄 하나의 시안 고르라면?

  끓어 넘치는 양념 국물이 표지에 흘러도 티가 덜 나고, 딱히 티 나도 상관없는, 계속 당신의 냄비를 받쳐줄 시안은? 당신의 책장에 은근슬쩍 끼어 있어도 다른 멋진 책사이에서 별 존재감 없이, 가늘고 길게 살아남을 시안은?  

  그냥 시안 중 번호 하나만 툭 던져주고 가지 않으렵니까? 굽신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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