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이라는 욕망
마스크 의무 해제를 앞두고 있지만, 2023년 7월 기준으로 빠르게 코로나19가 다시 번지고 있다. 그동안 빡센 방역기준과 하루 확진자 만 명 이상 정점을 찍었을 때도 걸리지 않던 코로나를 지난 7월 31일 월요일 덜컥 걸리고 말았다. 그날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에 들어간 것이지, 증상은 그전에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었다.
몸살기운 때문인지, 갑자기 몸이 무거워지기 시작했고 주말 내내 신열에 시달려야 했다. 월요일 아침 돼서야 오미크론의 대표적 증상 중 하나인 극심한 인후통이 온몸을 지폈다. 정신마저 삼켜버린 듯한 엄청난 통증이었다. 인후통을 줄이기 위해서 집안의 습도를 높이고 가습기와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는 여러 전문가의 소견을 따르려 했지만, 물 마저 제대로 삼켜내지 못할 만큼 엄청난 통증에 지배당했다. 마치 칼을 삼킨듯한, 침을 삼키고 물을 삼킬 때마다 칼날이 내 목구멍을 썰어내는 듯한 고통이었다. 이러다 죽겠구나 싶은 건, 점점 차오르는 오한과 어지러움이 졸도한 것 마냥 이불 위에서 옴작달싹할 수도 없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눌어붙은 사탕에 들끓는 개미들의 향연이 중력처럼 내리눌렀다. 이 미친 고통을 무슨 말로 다하랴! 그렇게 일주일 내내 앓았다.
일주일이 지나 자가격리 기간도 훌쩍 넘긴 오늘까지 그 극심한 인후통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마른기침 한 번에 가시 바람이 일듯 목구멍을 따끔따끔 거리고 있고, 심하게 기침이 일어나면 흉통을 무슨 메아리처럼 와서 계속 부딪히고 있다. 그렇게 부딪혀나갈 때마다 고통은 '자신을 벌써 잊으려는 건 아니겠지.' 하는 갈굼으로 낙인마냥 새겨지는 것 같다.
타투처럼 그 흔적을 새기는 고통이 아니라. 아물지 않는 화상자국처럼 파이고 찍힌 흉터 같은 것 말이다. 화상 입은 피부가 제대로 재생하지 않으면, 피부 이식을 통해 상처를 덮는다. 새살이 차오르며 상처럼 야금야금 메꾸는 것이 아니라, 그 넓은 범위를 내 또 다른 살을 떼어다 상처가 깊어지지 않도록 깊이를 채워버리는 것이다. 그럼 조금 더 빨리 아물지만, 흉터의 티가 많이 나며, 이식 수술을 위해 살을 떼어낸 자리에 또 다른 상처가 나 있는 것이다.
코로나 고통은 그런 것 같다. 고통이 길고 깊어지지 않게 다른 살을 떼어다 덮은 것 같은 것 말이다. 그래서 흉터는 후유증처럼 또렷하게 남게 마련이고, 살을 떼어낸 곳의 고통은 마치 화상처럼 파이고 찍힌 고통을 조금 시리고 서린 고통으로 나눠 함께 감당하는 그런 종류의~
그럼 나는 도대체 이 코로나의 고통을 덜기 위해 어떤 살을 떼어다 붙인 걸까? 무엇을 희생시킨 걸까? 그 얼굴이 딱 하나 떠오른다. 고로나를 앓으며 격리 내내 격리 밖에서 늘 서서 지켜봐 준 가족들의 얼굴 말이다. 차마 나로인해 감염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