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음 허투루 Jan 18. 2024

콜키지 되나요?

그게 뭐죠?


콜키지 되나요?

그게 뭐죠?

ㅅㅂ…

 콜키지는 호텔이나 음식점에서 개인이 가지고 온 주류를 개봉하거나 잔 따위를 제공하는 대가로 받는 것을 말한다. 한동안 콜키지란 단어가 외워지지 않아 "그거 뭐지?" "그거 있잖아."로 시작해 떠오를 때까지 머릿속을 헤집으며, 상대방이 내가 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 체고 말해주기를 재촉하듯 자꾸 되뇌었다. 와인을 자주 마시는 사람이 아니라면 상대방도 갸웃!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한때 와인을 선물을 받은 적이 더러 있었다. 내가 와인을 좋아해서 상대방에게 선물을 강요한 게 아니다. 그냥 와인을 선물하는 게 유행이었던 때이다. 뭐 때라고 하기엔 모든 사람에 해당하는 건 아니지만, 서른이 넘어가면서부터 소주 맥주 막걸리에서 조금 벗어나 다른 주종을 접하며 경험해 보자는 취지가 조금은 다른 의도로 변질되기도 했으나, 어쨌든 와인의 시작은 먼저 선물 받은 것부터 해치우며 괜찮은 와인바를 찾아다니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그 계기가 혼자서 다니기엔 당시 내 얼굴 철판의 두께가 살얼음마냥 얕고 위태로워 늘 일행을 찾았으며, 대부분 여성 위주로 허세와 허영이 잔뜩 들어찬 어린 늙은이였다. 하지만 미숙하지만 모험심이란 게 새록새록 피어올랐을 때라 늘 즐겁고 약간의 취기로 인한 똘끼가 충만한 당시의 그리움이 아직도 호젓하다.


 그래서 '콜키지'하면 와인의 추억이며, 당시 함께한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이다. 전주시 신시가지에 새롭게 오픈한 한우집에서 첫 콜키지 기억은 한우 값이 와인 값과 비슷했던 경험이고 낮술이고 겨울이었고 전날 눈이 내려 거리 곳곳에 눈이 덮여 있었다. 그래고 같이 마신 두 여자는 여자 친구 따위는 아니었으나, 종종 만나 함께 다른 술을 마셨고, 술값은 주로 내가 냈다는 것.


 그들은 지금 뭐 하고 있으려나!     

 지금은 그때처럼 콜키지 할 일이 없으나 콜키지란 단어를 잊어먹지 않았다. 떠올리려 애쓰지 않아도 그냥 떠오르고, 떠올릴 때마다 포도의 달콤함과 포도주의 탄닌이 혀끝에 맴도는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그 두 친구들과의 에피소드도 재미나게 풀어보고 싶다. 갑자기 아! 먹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바카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