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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 허투루 Jul 17. 2024

평범에 대하여

평범의 포효는 여흥~정도 아닐랑가!

 평범하다는 게 뭘까

 우연히 평범함에 대하여 몇몇 친구들과 가볍게 수다를 떠들어제낀 적이 있다. 불과 며칠 전이다. 한 명은 오랜 기자 생활로 스스로를 기래기라 칭하는 자아분열의 대가쯤의 포지션을 지니는 '병'이라는 친구와 높은 임대료라는 고비를 달달이 간신히 넘기는 생존의 최전방 병사 '신'이라는 친구와 잉여 중에 잉여 기초생활수급의 보급 없이는 굶주림에 시달리며 늘 허기를 경계하는데 여념이 없는 '세'.

 각자 서 있는 곳은 달라도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는 것인데 그중 으뜸은 역시 생존이다. 각자 나름대로 삶의 철학과 각자 정해놓은 마지노선의 양 진영을 대표하고 있다. 삶의 철학 같은 다소 거창하고 추상적인 이념은 살의 질을 관통하는 다양하고 무수한 변주 가능선의 세계라면, 생존은 말 그대로 생존, 살아 숨 쉬는 것이다. 물론 모든 사람의 보편성은 이 두 가지 모두 평범에 속하지만, 우리는 단순히 속하거나 포괄하거나 감싸거나 끌어안는 것에 주안을 두지 않았다. 첨예하고 냉적하게 바라보면. 생존이 아니고서야 삶이란 기둥을, 주춧돌을, 대지를 개간하거나 세울 수 없다.


 평범은 그러니까 먹고 싸고 자는 것이다. 무엇을 먹고, 어디다 싸고, 어디에 사는 것은 평범해지고 난 뒤 삶의 질을 건설하는 일종의 의지 같은 것이다. 입에 모아 서로의 얼굴에 침을 튀겨댔다. 침에서 고약한 꼬랑내가 나더라도 멈추지 않았다. 잘 사는 것이란 남들만큼이라는 기준으로 불특정 다수의 비교대상과 엎치락뒤치락하는 것이다. 그걸 “안정”이라 한다.

 안정은 평범의 최저 기준으로 삼아 더 높은 곳을 향한 목표를 제시하고 가능성을 한 껏 열어젖히고 있다. 적어도 평범에 미치지 못한 상태라면 안정에 들지 못했단 뜻이 된다. 그럼 구체적으로 안정은 뭘까? 다른 사람들을 볼 때 특정적으로 박탈감이나 열등감 같은 게 일상으로 녹여낸 태도나 마음 상태를 안정이라 할 수 있을까? 어떤 상황에 피해의식에 절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남 탓으로 그 상황을 외면하거나 자꾸 편집증에 걸린 것처럼 자꾸 자기 고집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해서 우월성을 확보하려는 병든 마음은 절대 평범과 나란히 설 수 없다고 여긴다.

 질투나 시기 같은 것으로 명료화하거나 간단히 치부될 게 아니다. 질투나 시기는 오히려 더 평범하기 때문이다. 질투와 시기는 사람의 고유 감정이고 매우 원초적인 감정의 사유이기 때문이다. 질투나 시기는 어떤 대상이나 상황에 내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즉 소외로 비롯된 고립된 상태에서 빠져나올 방법이 없는 무력감 위협으로부터 파생한다. 연인 사이의 질투, 동료의 발전에 관한 시기 등등. 나와 공유까진 아니더라도 속이거나 언급 자체를 꺼리는 내 연인의 태도. 동료들만 앞서가고 나만 제자리인 것 같은 의심. 등등 나만 다른 사람들과 다른 것 같은 이질감 같은 게 어떤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못하고 있는 질투와 시기는 너무도 평범하다.

 그 평범함 그 몇 센티 옆에 서있지만 저 안으로 절대로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은 불안이 오히려 평범과 거리가 먼 비평범이 아닌가? 평범의 반대말은 특별, 특출, 특이 같은 게 아니다. 그냥 비평범! 평범하다. 평범하지 않다. “평범하지 않다를” 특별, 특이, 특출이라 하고 싶은 건 당신의 욕구일 뿐. 그런 욕구가 때론 지극히 평범일뿐이라는 걸 발견하여 현타가 오기도 한다. 그 현타 그러니까. 무수한 감정과 경제적 사회적 이질감 속에서 안정감을 찾고 싶은 일련의 행동이 모여 서로를 위로하고 위로를 받는 것이 평범이라고 여긴다. 그렇지 않더라도 그렇게 여기고 싶다.


 지극히 평범하게 병과 신과 세는 다시 만나 비슷한 이야기를 또 나눈다. 사는 게 존나 힘들다. 힘든 거다 투덜거리며, 투덜거리는 말속 고난하고 고된 타인의 삶을 자신의 현실과 겹쳐 보이며 잠시 위로한다. 그리 오래 위안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병과 신과 세는 다른 누구를 자신의 세계로 데려올 것이다. 그러므로 안정감을 느끼고 타인에 공감하고 그러 일련의 행동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평범하다 생각할 것이다.

 평범함을 위하여~ 평범함에 관하여~ 평범함에 의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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