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독서

내가 앞으로 해나가고 싶은 독서 방법

by 이동훈

꽤 오래전 친구와 읽기로 약속을 한 책이 있었다. 그 책을 읽지 않고 그대로 방치해 두었는데, 문득 생각이나 다시 꺼내 들었다. 이미 약속은 지나쳤지만, 읽고는 싶었다. 채사장 작가의 ‘열한 계단’이 그 책이다. 부제는 ‘나를 흔들어 키운 불편한 지식들’.

나의 기존의 독서 체계는 단순하다.

“흥미가 있는가?”

나는 그렇게 책을 골랐다. 일부러 큰 서점을 찾아다녔고 내가 좋아하는 섹션을 가서 보고 싶은 책을 찾아다녔다.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책을 추천해준다. 그러나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것은 내가 읽고 싶은 책이 아니었으니까.

주로 경영, 경제 혹은 자기 계발 그리고 심리학 쪽을 서성거렸던 기억이 있다. 인문학에 관심이 없었고, 구체적이지 않은, 논리적이지 못한, 그저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쓰인 거짓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읽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읽게 된 책이 열한 계단이었다.

채사장 작가와의 인연(?)은 군인 시절부터 시작한다. 군인일 당시 책을 정말 많이 읽었다. 항상 복귀 시에는 서점에 들러 다음 휴가 때까지 읽을 책을 4~5권씩 사갔다. 나는 가장 먼저 서점에 가면 베스트셀러 목록을 본다. 가장 많이 읽히는 책이고 가장 인기 있는 책이라는 뜻이니까. 그래서 베스트셀러 목록을 천천히 눈으로 살피고 있었는데 당시 약 3위 정도의 책에 관심을 끄는 책 제목이 있었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260F9541590B700C0D.jpeg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출처 : 한빛비즈)


그렇게 그 책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그 책의 내용은 성인들의 놀이는 지적인 대화이며, 이 놀이를 위한 기본적인 설명서와 같았다. 다른 부분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전공하고 있는 경상 계통, 즉 경제 부분의 내용을 읽고 느꼈다. ‘이 책... 얕다. 그런데 재밌다.’ 그 책을 읽고 생각했다. 이런 글을 쓰고 싶다고.

다음 휴가 때 그 책에 대해 검색해보고 채 사장이라는 인물에 대해 검색했다. 그렇게 발견한 것이 팟캐스트 ‘지적인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었다. 전편을 다운로드하고 MP3에 넣었다. 자기 전에, 혹은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들었다. 그렇게 전편을 다 들었고, 솔직히 감명받았다. 너무 재밌으니까. TMI를 조금 뿌리자면 나는 시즌이 종료된 지금도 항상 이 팟캐스트를 듣고 있다.

그 후로 채사장 작가가 내는 모든 책은 다 샀다. 그중 한 권이 묵혀뒀던 열한 계단이다. 내가 이 글의 제목을 불편한 독서라고 적었는데, 불편한 독서에 대해서 이 책은 말한다. 독서의 방법엔 두 가지가 있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책들을 읽고 그 분야에 대해 깊게 알 수 있는 독서

서로 반대의 입장에 있는 즉, 불편한 입장에 있는 책들을 읽어 여행을 떠나는 독서

두 독서 방법마다 장단점이 있고 나쁜 독서법은 없다. 그러나 이 작가는 우리가 불편한 독서를 하기를 바랐다.

불편한 독서를 하게 되면 무엇이 좋을까? 핵심은 헤겔의 변증법에서 찾았다. 예를 들면 하나의 정신이 있다. 이러한 정신은 '정(正)'이라고 부른다. 이 정신은 완벽한 하나의 세계로서 결함 없이 정상적으로 존재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정은 스스로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자기 안에 태어난 질문들 그리고 모순된 결론들과 대면하게 된다. 이러한 것들과 정은 결합할 수 없다. 결국 반대되는 다른 정신을 만들어 낸다. 이를 '반(反)'이라고 부른다. 이제 정과 반과의 투쟁이 시작된다. 투쟁 중 정은 반을 모순된 자아상으로 수용하게 된다. 이 수용한 정신은 이제 ‘정’도 아니고 ‘반’도 아니다. 이렇게 성숙된 정신을 ‘합(合)’이라고 부른다. 합은 완벽한 하나의 세계로 결함 없이 존재한다. 즉, 이제 이 ‘합’이 다시 ‘정’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헤겔이 말한 변증법의 체계이다.

대체 불편한 독서와 이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의 사례를 보면 다음과 같다. 그는 애초에 책 한 권을 끝까지 읽어본 적이 없다 했다. 그는 그저 한 명의 소년으로서 순순하게 있었다. 책을 읽지 않는 그런 정신 상태인 ‘정’으로 존재했다. 그렇게 그 소년의 정신 ‘정’은 의심이 들었다. 왜 나는 책을 한 번도 안 읽었을까, 한 번쯤 읽어볼까. 그렇게 모순된 정신이 탄생했다. 그래서 그는 가장 두껍고 멋있는 제목의 책을 자신의 누나의 책장에서 집어 들었다. 그 책은 <죄와 벌>이었다. 그렇게 문학이라는 ‘반’의 정신이 탄생했다. <죄와 벌>을 읽으면서 소년은 인생에 대한 질문을 한다. 그리고 책 속에서 답을 찾으려 했다. 소년은 생각했다. 문학에 인생의 답이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문학소년 ‘합’의 정신이 탄생했다.

그런 그에게 불편한 독서는 무엇일까? 그 새로운 ‘정’은 생각했다. 그는 문학 속에서 삶의 답을 찾으려다 실패했다. 그래서 <죄와 벌> 속 로쟈가 눈물을 흘리며 읽었던 성경을 생각했다. 그렇게 문학에 답이 있다고 믿었던 소년은 인생의 답을 신에게 찾는 불편한 존재인 기독교에 접근한다. 특히 그가 주목했던 성경은 예수의 이야기를 담은 <신약성서>였다. 성경 속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푸는 예수에 대해 생각한다. 그는 세속의 그 어떠한 생각과 논리도 예수라는 인물이 보여준 숭고함을 넘어설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마음에선 다른 생각이 탄생한다. 정말 그것만으로도 되는 것일까. 예수가 보여준 숭고함과 아가페적인 사랑이 현실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성경은 현실을 설명해 주지 못했다. 그의 마음속에 또다시 불편함이 생겼다. 그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집어 든 책이 불교와 관련된 서적이다. 그렇게 그는 종교와 관련된 독서를 했다. 이런 식으로 불편한 독서를 하면서 그는 정, 반, 합의 과정을 거쳤다.

그가 거친 11계의 계단, 정, 반, 합의 과정 (출처: 열한 계단, 웨일 북스)

결국 핵심은 이거다. 불편한 독서를 하게 되면서 다양한 분야의 경험과 지식을 쌓을 수 있다. 그리고 우리의 세계관이 넓어진다는 것이다. 세상을 볼 수 있는 눈을 키우는 것은 너무나도 좋다. 왜 우리가 ‘알쓸신잡’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서 패널들의 다양한 생각을 듣고 좋다고 이야기하겠는가? 세상을 보는 다양한 관점을 제시해주기 때문이다. 다양한 관점들, 세상에 대한 인식, 그리고 간접 경험. 불편한 독서가 가져다주는 장점은 그것이다. 다양한 간접경험.

물론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러한 점은 이 불편한 독서의 단점이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고 생각했다. 적어도 단점보다는 장점이 너무나도 많은 독서라고. 그래서 앞으로 불편한 독서를 하고 싶어 졌다.

불편한 독서가 나를 키워줄 것이라고 믿으니까. 그리고 너무나 즐거운 모험이
기다릴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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