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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 씨 Jun 03. 2024

바퀴벌레 같은 놈

목차 6. -인간의 탈을 쓴 벌레

오늘도 출근하고 퇴근을 했다.

비교적 힘든 일과는 아니었다. 오늘은 출근만 했으니까


퇴근을 하고 집까지 걸어가면서 루틴을 생각했다. 휴대폰은 집어던지고 바로 샤워하고

밥을 먹고 목표치 공부까지 탈탈 털어버린 다음 잠에 드는 것.

그렇게 계획까지 야무지게 짜놓고

난 집에 왔다. 그리고 불을 켰다. 아니 차라리 불을 켜지 말았어야 했다. 나는 벌레종류는 엄청 싫어하지 않지만 그중에서 싫어하는 게 딱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바퀴벌레.

 

바퀴벌레는 모기 다음으로 싫고(아니 어쩌면 둘이 비슷할 수도) 왜 살아가는 생물인지도 모르겠고 진짜 피해만 주고 여러모로 쓸모도 없는 생물이라 너무 싫다. 근데 그것이 우리 집에 나와버렸다. 진짜 간잽이 같은 놈이 불을 딱 키니까 냉장고 뒤에서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데 크기는 또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됐다.


'와 시발 저걸 어쩌냐' 보자마자 혐오감과 공포감을 느껴서 그런지 혼잣말로 욕이 나와버렸다.


저 자식은 잠에서 깼는지 움직임이 둔한 상태로 기어 나와 천장 모서리 딱 붙어서는 내가 있는 쪽을 바라보면서 경계태세를 취했다. 나를 보며 경계태세를 취하고 있는 게 너무 어처구니없었지만, 나는 그럴 여유도 없이 방 쪽을 바라보며 냅다 뛰었다. 방에는 바퀴벌레를 없앨 살충제가 있어 그것만 있다면 저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을 퇴치할 수 있기 때문. 놀란 가슴을 추스르다 살충제를 손에 쥐고 휴대폰 카메라를 옆으로 살짝 내밀었는데 녀석이 바로 보였다. 난 그쪽을 향해 바로 살충제를 뿌렸고 녀석이 반응을 하자 한번 더 뿌렸다.


그러자 파닥 거리며 벽면과 냉장고 사이로 빠졌고, 파닥거리는 소리가 몇 차례 들리더니 살충제 덕분인가 제 발로 냉장고 밖으로 기어 나왔다. 그래서 기절한 건지 목숨이 다 한 건지 모를 녀석을 휴지로 감싸 쥐고 1층으로 내려가 바로 버렸다. 그렇게 바퀴와 고군분투한 지 1시간이 지나있었는데 저 벌레 한 마리 때문에 시간을 허비한 게 너무 허탈했다. 난 지금 그럴 시간도 아까운 상황인데.. 저딴 녀석 때문에 내 시간을 버린 게 너무 짜증이 났고 나 자신이 좀 한심해 보였다.

 

그러다 문득 불을 켜자마자 기어 나온 바퀴벌레가 생각이 났다. '나도 저런 삶을 살아오진 않았는가' 나도 누군가의 능동적인 신호와 행동을 보고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수동적인 삶을 살아온 것 같았다.


내 인생에 더욱더 집중해야 되는데 근황 보는데만 급급하고 남이 올린 능동적으로 올린 인스타 스토리나 피드를 보며 나 역시 수동적으로 움직여 왔지 않았나 싶었다. 바퀴벌레와 나만 두고 봤을 때는 서로 별다를 게 없었다. 그러니 인생을 계속 방황할 수밖에.. 그래서 너무 부끄러웠다. 내가 바퀴벌레가 된다면 누군가 사랑해 줄 사람이 있는가 생각도 들었고 내가 인간의 모습이어서 그렇지 겉모습도 벌레가 된다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프란츠 카프카도 변신이란 책을 쓸 때의 감정과 생각이 똑같이 흐르진 않았겠지만 나는 조금은 비슷하게 흘렀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수동과 능동의 관계는 늘 따라 오지만 그렇다고 늘 수동적인 태도로 임하면 발전도 없다. 나도 옛날보다는 능동적이게 변했지만은 오늘 든 생각을 보니 꾸준히 능동적인 건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 또 이렇게 반성을 하고 성찰을 하였으니 더 완벽해질 거라 난 믿는다. 그것이 내가 글을 쓰는 목적이기도 하니까.


내가 이토록 능동성을 추구하는 것은 난 고등학생 때부터 옷에 관심이 되게 많았는데 그때 내가 멋있게 봤었던 민머리 신사 아저씨의 문구를 보고 그때부터 능동성을 추구했다.


'옷은 유행을 타는 게 아니고 유행을 시키는 것'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그래서 난 지금까지도 능동성을 추구하고 노력하고 있다. 훗날 유행을 시킬 미래의 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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