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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 씨 Jun 01. 2024

열심히 해

목차 5.어영부영 살 거면 태어나지도 않았다.


열심히 하지 말고 잘해? 웃기네
잘하는 사람들 다 열심히 해

    '래퍼 E SENS의 '열심히 해' 가사 중 한 구절'


내 뇌리 속에 박혀서 못 빠져나오고 있는 노래가사다.

'뭐 하러 그렇게 열심히 살아, 적당히 살아'

어딜 가든 일 대충 하고 넘겨짚고 하는 사람들한테 늘 듣는 소리였다.

'우리 아직 젊은데 무슨 막일이야'

'기술도 안 되고 돈도 안 되는데, 상하차는 뭐 하러 해'

'병신도 이렇게까지 병신일줄 몰랐는데'

김해 가면 족족 친구들이 이렇게 말했다.


나는 집에 가는 길에 기가 잔뜩 빨린 채 길을 걷다 단전에서 나오는 참다 참다가 욕을 뱉고 말았다.

'... 씨발..' 내가 인생을 제대로 헛살았나 싶었다. 군대에서 힘든 훈련과 일과를 뛰고 신병휴가를 나왔음에도 친구들의 반응은 덤덤했다. 고생했다 말 한마디 해줬지만 소홀하게 느껴졌다. 그러고 평소처럼 일상으로 돌아와 욕을 있는 대로 해대며 여기 뱉었다 저기 뱉었다 하는 친구를 보고 너무 짜증이 나서 표정관리가 너무 안 됐었다. 휴가 나왔는데 이렇게 까지 놀아야 되나 싶었다. 그 상태로 군대에 복귀를 하고 더 열심히 살아야지 하고 맘먹었지만 나만 알고 있어야 될 비밀을 나약해진 나머지 고민 끝에 숨기려다 말해버렸고 열심히 하고 싶은 군생활도 평범하게 돌아갔다. 근데 이젠 아니다.

글을 쓰며 자꾸 마음 잡아가면서 공부하니 인생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눈에 보였다. 지금은 잘 살 자신이 생기고 기세라는 게 점점 생겨갔다. 나는 알고 있다. 열심히 살면, 몸 망가지기 직전까지 열심히 살면 언젠가는 크게 돌아온다는 걸, 나는 어영부영 살려고 태어난 새끼가 아니란 것을. 우리나라가 자살률 1위지만 그것은 통계이지 나의 정신지표가 아니라는 것을. 나도 내 목숨 귀한 줄도 안다. 사람 목숨, 동물 목숨 귀한 줄도 아는데…


열심히 살자. 아버지가 하시던 말처럼 물은 물대로 트는 것처럼 생각하면 된다.

머리가 지끈거려 아파올 때까지 편두통이 올 때까지 열심히 하자. 열심히 살자. 꾸준하고 열심히.. 열심히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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