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는 된장국이요!
나는 요리를 오래 배우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내세우는 가치관이 몇 개 있다.
그중 하나가
'음식 안에 추억이 있다'
나는 누군가에게 음식을 해주는 걸 좋아한다. 그게 누군가에겐 위로, 누군가에겐 행복, 누군가에겐 근사한 데이트, 그리고 누군가에겐 추억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추억은 우리가 지나온 세월, 그리고 시간이다. 그리고 스며든 기억이다.
스며든다는 것은 육안으로 보면 다른 물체와 동화되는 것처럼 보여도 그 매개체는 고스란히 남아있다.
추억도 그렇다. 잠시 잊고 살다가, 오래도록 잊고 살다가 살며시 찾아온다.
놀라지 않게 조심스레 찾아온다. 마치 주마등을 느리게 돌려놓은듯한 느낌이 든다.
나는 음식이 그런 역할을 해준다고 생각한다. 무심코 먹은 음식인데 불현듯이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고
(가족이 될 수도 있고, 전 애인이 될 수도 있다.) 잊고 살았던 추억을 떠올리게 해 준다.
나에겐 된장국이 그런 존재다. 매일 아침 학교를 갈 때면 엄마가 아침밥을 차려주실 때 집된장 특유의 고소한 냄새와 풋내가 있는데 그런 냄새가 집안을 진동을 했다. 그리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된장국에 밥을 말아먹으면 국밥만큼이나 든든했다.
전날 기름진 음식을 먹었어도 시원한 된장국 한 그릇이면 해결이 됐다. 콩에는 신기하게도 항산화 작용과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성분이 있다. 작은 녀석이 매우 기특하기도 하다.
된장국은 어떤 재료를 넣느냐에 따라 모습이 변한다. 시금치를 살짝 데쳐 넣으면 시금치 된장국. 아욱을 살짝 데쳐 넣으면 아욱된장국. 거기에 새우를 넣으면 아욱 새우 된장국. 봄에 나는 달래, 쑥, 냉이를 넣으면 향긋한 쑥국과 달래 된장국, 냉이 된장국이 완성된다. 매콤한 게 당긴다면 기호에 맞게 땡고추를 넣으면 된다.(나는 개인적으로 향 나는 재료가 있으면 고춧가루를 안 넣는 편이다.)
이렇게 글을 써보니 된장이 고추장보다 더 쓸만할지도 모르겠다.
해물육수 역시 된장이랑 매우 잘 어울리는 친구이다. 고소하고 시원한 맛을 내준다.
며칠 전에 끓여 먹었던 달래된장국도 돔벵이로 육수를 내었더니 맛이 무척이나 좋았었다.
아빠한테 자랑하고 싶었지만 진절머리 나실까 봐 자랑을 안 했다.
오랜만에 글을 쓰니 나 스스로 힐링을 받는 느낌이 든다.
맛있는 음식 많이 하면서 위로 좀 받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