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준비를 일찍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며칠 전 동기 녀석이 오랜만에 점심시간 동기들을 호출했다. 원래 이렇게 나서서 모임 자리를 만드는 친구가 아닌데 무슨 일일까? 결혼 발표라도 하려나? 우리는 모두들 궁금했다.
그리고 나간 자리에서 폭탄발언을 했다. 바로 '퇴사' 선언이었다. 이유를 물어봤더니 결국 사람 때문이었다. 같은 팀 직속 사수가 너무 힘들게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평소 익히 들어서 그 깐깐함과 고리타분함을 잘 알고 있었지만 어딜 가나 그런 사람은 있는 법!
나는 회사에 오기 전 체육교육학 전공을 살려 5년간 유아체육 학원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나름 수강생들도 있었고 돈도 꾀 벌었지만 월~토요일까지 주 6일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내가 원장이었고 운영을 했기 때문에 쉴 수 없었다.)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가지기도 힘들었고 항상 뭔가에 쫓겨사는 기분이었다.
본론으로 들어와 그렇기 때문에 동기들보다 내가 3살~5살 정도가 많았기 때문에 다들 나를 편하게 형, 오빠라고 부르며 인생 상담을 하거나 고민거리를 털어놓기도 했다. 그렇게 점심식사 자리에서는 여러 명의 동기가 있어 따로 별말을 하지 않았지만 원래 뭐든 착실히 잘하던 녀석이었기에 저녁에 따로 만나보기로 했다.
실제 직장인 10명 중 8명은 퇴사의 충동 속에서 매일 출근하고 있다고 한다.
퇴사를 한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를 보니 이직을 하거나 퇴사를 한 사람의 62%가 후회한다.
다시 말해 지금 내가 다니는 회사가, 내가 있는 이 자리가 힘들게 느껴지면서 다른 곳에 가면 조금 더 좋아지겠지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겠지만 현실은 여기나 거기나 다 사람 사는 세상이고 어느 집단에 가나 늘 아랫사람을 괴롭히거나 힘들게 하는 상사가 있기 마련이다.
단순히 누가 너무 싫어서, 나를 너무 힘들게 하고 괴롭혀서 라는 순간의 '욱' 하는 감정 때문에 퇴사를 결심한다는 것은 무모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감정이 들수록 지금 당장은 힘들겠지만 6개월, 1년을 목표로 내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한 정확한 목표 설계와 준비과정을 거치고 모든 준비가 끝났을 때 당당하게 퇴사 선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기에게 물어봤다. "그래 그럼 퇴사를 하고 뭘 할 건데?" 한참을 고민하던 동기는 일단 조금 쉬면서 이력서도 준비하고 지친 마음을 달래고 싶다고 했다. 누군가는 그래! 어느덧 우리도 이 회사에서 7년이란 시간 동안 정말 열심히 일하고 버텼지 그럴 수 있어!라고 조언해줄 수 있겠지만 난 아니었다.
이 회사에 들어오기 전 학원을 그만두고 첫 번째 직장을 '욱' 하는 감정으로 퇴사하고 나와 6개월간 취업준비를 해서 들어오게 되었는데 6개월간의 취업준비 과정에서 내가 경험한 힘든 과정을 알고 있기에 일단 다시 생각해 볼 것을 권했다.
첫 번째 유형은 아무런 준비 없이 그저 '욱' 하는 감정이 앞서 감정적 퇴사를 결정하는 사람
두 번째 유형은 플랜 A, 플랜 B를 세우고 목표와 계획이 있고 충분한 사전 준비를 한 후 퇴사를 결정하는 사람
만약 이렇게 무작정 퇴사를 한다면 몇 개월을 버틸 수 있냐고 물어봤다. 한참을 생각하더니 "한 1년 반?"이라고 답했다. 여기서부터가 잘못되었다. 직장은 돈을 벌기 위해 다닌다. 돈에 대한 철저한 계획이 서 있어야 한다. 처음 3개월까지는 어떻게든 버틴다. 하지만 4개월 차가 접어들면서 내 통장에 잔고가 줄어드는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고 6개월 차에 접어들면 '내 통장에 돈이 00만 원 남았으니까'라는 생각이 모든 것을 지배하게 되고 소위 말하는 쪼들리기 시작한다.
물론 6개월 안에 원하는 급여를 주고, 복지혜택이 있는 눈높이의 회사에 취업을 하면 문제가 안된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이 어찌 그리 호락호락 하단 말인가. 그렇기 때문에 정말 퇴사를 결심한다면 내가 앞으로 뭘 할지, 어떤 회사로 이직을 할지에 대한 고민도 해야겠지만 내가 가진 돈과 그 돈을 어떻게 활용할지, 몇 개월을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한 돈에 대한 계획이 철저히 서 있어야 한다.
그렇게 동기가 지금 모아둔 돈으로 1년 반을 버틸 수 있다는 생각에 대해서 하나하나 분석을 했다. 월세, 핸드폰비, 관리비, 보험, 적금 등 매월 고정 지출 금액들을 계산하고 생필품 구입과 경조사 등 부가적인 금액들을 조금 타이트하게 잡았더니 10개월 정도 버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현실적인 계산에 동기도 깜짝 놀란 눈치였다.
그리고 내가 퇴사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3년의 준비과정에 대해 설명을 해줬다. 나는 평소 글쓰기를 너무 좋아했고 죽기 전에 내 이름으로 된 책을 출간하는 게 목표였다. 이를 바탕으로 나를 '브랜딩' 해서 1인 지식기업을 창업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무작정 퇴사를 하기보다는 회사를 다니면서 틈나는 대로 책을 읽고, 서평을 쓰고, 강의를 듣고, 내 블로그를 운영하며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간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PDF 전자책을 쓰고, 무료 강연을 시작했다. 그리고 3년의 준비과정의 결실 중 하나로 실제 출판사와 올해 9월 책 출간을 위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다.
퇴사 후 6개월간의 피나는 노력과 나름의 고통(?)의 시간을 경험한 인생선배의 현실적 조언에 동기는 '퇴사'의 마음을 접고 다시 열심히 출근을 하고 있다. 그리고 바로 어제 연락이 와서 똑똑한 퇴사를 위해 목표와 계획이라는 것을 세웠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