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흔한 숙제였던 일기쓰기. 초등학교 때 내 일기장을 펼쳐보면 그저 '오늘은 뭐 했다'로 시작해서 끝나는, 사실들만 나열되어 있고 감정은 없는 그런 일기들이 가득하다. 가끔 있는 선생님의 코멘트 중에는 그래서 내 감정이 어땠는지를 질문하는 코멘트들이 가끔 있었다.
중학교 때 처음으로 상담이란 걸 받아봤다. 상담선생님이 나보고 내가 내 감정을 모른다고 하셨다. 상담 숙제는 대체로 내 감정을 알아차려보는 것? 그리고 감정을 표현해보는 것? 그런 것들이었던 것 같다. 그때의 나는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도 못했고, 내 감정을 느낄줄도, 알아차릴줄도, 그 정체를 설명할줄도, 표현할줄도 몰랐다. 상담 숙제는 늘상 실패했던 것 같다.
감정을 모른다는 것의 의미를 알게 된 건 오랜 시간이 지난 뒤였던 것 같다. 대학 때 받았던 상담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들을 들었는데 그때도 그 의미를 잘 몰랐던 것 같다. 그래도 성년이 되고나서 어느 시점에서부터는 그 의미를 이해하고, 감정을 느끼고, 감정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왜 그런 감정이 생겼는지도 설명하고, 감정을 객관화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조금씩 연습하기 시작했다. 연습해서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감정을 객관화할수 있게 되면서부터는 내 판단과 결정과 행동과 타자에 대한 태도가 왜 그런지를 내가 스스로 이해할수 있게 되었다.
물론 지금도, 어떤 감정적 반응이 있을 때 반사적인 반응은 멘탈이 무너지지 않게 부여잡고 감정을 누르는 것이다. 지난 삶동안 여러 사건들을 겪으면서 멘탈이 많이 단단해졌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일단은 예전보다 멘탈이 덜 흔들리고 외부의 자극에 더 잘 버티긴 한다. 그렇지만, 그게 감정이 반응을 안하기 때문은 아니어서 때로는 신체화 반응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몸이 아프거나 무기력할 이유가 없는데 몸이 이상하면 감정을 누르고 있기 때문인 경우들이 종종 생겼다.
그럼 그제서야 내 마음에 뭐가 문제가 있는지 들여다보면 해소되지 않은 감정이 있고, 그제서야 그것 알아차리고 그런다. 아무튼 그래도 조금씩 더 연습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