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이십만 조회수를 달성하면 생기는 일

브런치 50편 프로젝트 결산 리뷰

by 도냥이

간헐적으로 써왔던 글을 꾸준하게 써보고자 나만의 프로젝트를 시작했었다. 목표는 나흘에 한 편 꼴로, 이백일 동안 브런치에 오십 편을 업로드하기였다. 2023년 2월 27일에 <여자의 인생은 20대에 결정될까>을 시작으로 2023년 10월 5일 <새벽 2시, 차 뒷좌석에 데스탑이 실렸다>까지 약 8개월 동안 50편을 썼다.


처음 목표인 200일엔 미달이었다. 중간에 제주도 여행을 가거나 개인적 일들로 한 달이 더 소요됐다. 그럼에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50편을 써냈다는 점에서는 나름 레이스를 끝까지 완주했다는 기분이 든다.

내 최애 작가 중 한 분인 김영하 작가도 <여행의 이유>에서 다음과 같이 쓴 바 있다. 책이 없어서 정확하진 않지만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여행에서 겪었던 것은 그 당시에는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다. 시간이 흐르고 나중에 회고하면서 그 여행이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비로소 알게 된다.


그래서 프로젝트 결산 리뷰를 써보려고 한다. 이렇게 쓰는 과정 속에 내가 겪었던 것에 대한 의미를 좀 더 잘 알 수 있을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다.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하면 재밌을 것 같아 나 자신과의 인터뷰란 콘셉트로 적어본다.




Q. 50편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니 어떤 기분이 드시나요?

A. 뿌듯함보다는 신기함이 더 앞섭니다. 분명 열몇 편 쓸 당시에는 언제 오십 편을 쓰나 막막했던 기억이 나는데 어느새 정신 차리고 보니 시간은 가 있고 목표도 달성해 있었어요. 가끔 갑자기 뜬 배우들이나 연예인을 인터뷰할 때 얼떨떨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기분이 아닐까 싶네요.


수치적으로 계산해 보니, 좀 더 제가 한 것에 대한 실감이 났습니다. 50편 동안 총 좋아요 수는 667개, 조회수는 20만이 나왔네요. 유튜브를 볼 때 20만이라는 숫자가 크다고 느끼진 않았는데 실제로 해보니 어마어마한 숫자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현재 제가 살고 있는 인천 서구 지역의 인구 62만 명인 데요. 제 지역에 세 명 중 한 명은 제 글을 본 셈입니다.


Q. 가장 인기가 좋았던 글은 뭔가요?

A. 일단 기준을 잡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비교적 명확한 조회수라는 기준으로 써보자면, 열여섯 번째로 썼던 <밤마다 내 방을 찾아오는 와이프>입니다. 2023년 10월 11일 기준 조회수 칠만을 달성했네요. 아마 내용보다는 어그로성 제목 덕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글에선 사람들이 기대하는 바가 없어서 죄송한 마음도 있네요.


그럼에도 이 글은 저한테 큰 의미가 있는데요. 이 글이 처음 다음 메인에 올라가면서 다양한 반응들을 처음 경험했습니다. 안 좋은 반응들이 대다수라서 이걸 답변을 해야 하나 고민했던 기억이 납니다. 일일이 답변하기에는 변명같이 느껴져 내버려 뒀었습니다.


또 오해하는 댓글들을 보면서 글을 좀 더 구체적으로 쓰지 않은 것에 대해 반성했네요. 구차한 변명을 덧붙이자면 이 때는 글의 퀄리티 보단 마감기한을 지키는데 급급할 때라서 그랬습니다. 미안합니다.


두세 번째는 <어제 친구가 파혼했다>, <과장님 모친상에 가지 않은 이유>로 각각 사만 이천과 사만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내가 겪었을 때 인상이 깊었거나 충격적이었던 경험들이 다른 사람에게도 적용된다는 점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Q. 가장 인기가 없었던 글을 물어봐도 될까요?

A. 슬프니 한 번에 말하겠습니다.


1. <이제는 억지로 가까이 다가가지 않습니다.>

2. <일 년에 백 권보는 네 가지 방법>

3. <녹슬지 않는 삶을 위해서>


이 글들을 다 합쳐도 조회수 백 명이 채 안 됐습니다. 나름 어디서 들어봤던 제목을 붙인 건데 잘 안 됐네요. 사람들이 이런 제목들에 대한 피로감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 글을 쓸 때 글 논리가 나조차도 납득이 잘 안 됐었는데 이 또한 영향을 끼쳤던 것 같습니다.


Q. 50편을 쓰는 동안 무엇을 느끼셨나요?

A. 프로젝트를 하는 동안 많은 것들을 배웠지만 그중 하나를 꼽으라면 수치심을 이겨내는 법입니다. 정기적으로 글을 써내기 위해선 마감시간 속칭 데드라인을 만드는 것이 필수적인데요. 업무를 마치는 시간이 업무에 할당되는 시간보다 늘어난다는 파킨슨의 법칙은 여기서도 작용합니다.


만약 데드라인이 없다면 제출기한이 한도 끝도 없이 미뤄집니다. 핑계는 다양하죠. 더 적확하고 멋진 표현을 쓰겠다, 스스로 만족하지 못했다 등등 많습니다. 하지만 글도 유통기한이라는 게 있어서 시간이 지나면 썩기 마련입니다.


본인이 생각할 때 신나서 썼던 주제라도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거나 식죠. 그리고 이렇게 모든 힘을 들여 정성 들여 쓴 다음 글을 쓰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이미 많은 시간을 들여서 써냈기 때문에 다음에도 그렇게 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펜을 든 손은 무거워지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렇게 데드라인을 만들고 글을 썼어도 좀처럼 제출은 쉽지 않습니다. 모든 초고는 쓰레기이고 내 것은 더욱더 그렇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수치심을 이겨내고 올리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스스로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이런 결과물을 낼 수밖에 없는 내 능력에 대해서 말이죠.


이런 쓰레기를 내놓은 경험이 많아질수록 다른 사람들 앞에 글을 보여주는 두려움이 없어집니다. 또한 이 날까지는 제출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유지되면서 글 쓸 때 집중력이 높아지는 효과도 있죠.


저도 거의 사십 편을 낼 때까지는 이런 일을 겪었습니다. 이런 수치심을 무릅쓰고 허겁지겁 내놓은 글이 <어제 친구가 파혼했다>입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사만뷰라는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지만 아직도 이 글을 생각하면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이 글을 내지 않았다면 다음 글들을 내놓지 못했을 거라는 점에서 이 글은 저에게 큰 의미가 있죠.


이처럼 수치심을 이겨내는 경험이 쌓이면 글쓰기 텐션 생기고 자기만의 속도가 생기게 됩니다. 처음부터 만족할만한 글을 내긴 쉽지 않습니다. 이런 텐션을 유지해 가며 하나 둘 결과물 내면서 점점 그런 글들이 하나씩 툭툭 튀어나옴을 몸으로 체득할 수 있었습니다.


Q. 힘들었던 점은 없으셨나요?

A. 물론 힘들었던 점도 있습니다. 처음엔 소재 고갈로 힘들거라 생각했습니다. 예전에 일주일에 한 편씩 브런치에 글을 올렸을 때 이런 고통을 이미 경험해 봤기 때문이죠. 나중에는 소재를 고민하며 앉아있는 시간이 쓰는 시간보다 더 길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런 점은 거의 문제가 안 됐습니다. 글쓰기 텀도 짧았는데도 신기하게 쓰다 보니 쓸 거리가 점점 많아졌습니다. 처음에는 소재를 고민하며 앉아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이제는 여러 주제 중 뭐에 대해 써야 하나 고민하는 시간이 늘었죠. 물론 그냥 소재들이 팍팍 떠오르는 건 아닙니다. 일상을 영위해 가면서 “어 이건 글감이다.”싶은 것들을 핸드폰에 메모해 둔 덕분입니다.


진정으로 힘들었던 점은 글쓰기 중간중간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이렇게 쓰는 게 무슨 의미가 있지?”라는 현타였습니다. 이것들이 계속 찾아오는 건 아니고 열 편 썼을 무렵 삼십 편을 달성했을 때 단계별로 찾아오는 것 같더라고요. 신기하게도 쓰는 동안에는 이런 생각이 나진 않습니다.


여하튼, 이런 허무가 찾아왔을 때 처음에 50편으로 설정해 둔 목표가 도움이 됐습니다. 이런 허무가 찾아올 때 “그래 좋아 근데 50편만 일단 내고 생각할게”라면서 그 당시 판단을 유보하고 내 행동을 한 게 목표를 달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Q. 앞으로는 무엇을 하실 생각이신가요?

A. 일단 목표를 달성했으니, 다음 스텝을 밟아볼 생각입니다. 고려하고 있는 건 둘 중 하인데, 원래는 오십 편을 쓰고서 아니다 싶으면 글쓰기 말고 다른 것을 하려고 했지만 쓰는 것이 주는 즐거움이 분명하게 있어 제 글쓰기는 계속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음 목표는 기존 50편을 넘어 100편까지 채우는 것입니다. 이게 아마 지금 생각하는 가장 안정적인 방법일 것 같아요. 이미 해오던 것이니까요. 또 하나는 내 책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로 출판을 한다기보단 지금까지 써온 것들을 한 체계로 정리하고 브런치 북을 만드는 게 현실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전자가 안전한 선택이라면 후자는 나에게 있어 도전에 가깝습니다. 직감은 후자를 선택하라고 말하고 있지만 좀 더 안정적인 길을 택하고 싶은 마음이 끌리긴 합니다. 쓰고 보니 둘을 구분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최근 읽었던 <타이탄의 도구>들에서도 두 가지 선택을 동시에 할 수 있다면 하라고 나오니 나도 100편이라는 목표를 채우면서 틈틈이 글의 체계를 잡으면서 책 한 권을 써볼 수 있도록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마지막으로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특히나 배우자인 HJ와 같은 글쓰기 동료인 친구 A에게도 그렇습니다. 모두 감사합니다!


Image by PublicDomainPictures from Pixabay

매거진의 이전글난 댓글이 무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