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저 브런치 조회수 사만뷰 달성했어요.

by 도냥이

‘맙소사 이거 진짜 내 거 맞나?’ 저번에 올린 브런치 글 <친구가 파혼했다> 반응이 폭발했다. 최고 조회수는 올해 3월 7일 기준으로 이만 뷰 가까이 나왔고 누적은 오만뷰를 넘겼다.

어제 친구가 파혼했다. (brunch.co.kr)

글 통계.PNG


그런데 막 기쁘진 않다. 몇백 몇천 조회수는 되게 좋았던 것 같은데 만 단위를 넘어가니깐 실감이 잘 안 난다. 너무 큰 숫자에는 사람이 둔감해진다는 말이 맞나 보다.



그럼에도 내 글이 큰 조회수를 받았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든다. 슬며시 HJ옆으로 다가가 얘기해 보지만 내 예상보다는 약한 반응이 아쉽다.‘아.. 더 칭찬받고 싶다. 만천하에 이 사실을 알리고 싶다!’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면서 친한 친구나 회사 지인에게 내 글을 보여주고 싶은 유혹에 강하게 휩싸인다. 하지만 난 결코 블로그나 브런치 주소, 닉네임등을 회사나 친구에게 밝히지는 않을 거다. 이렇게 강하게 얘기하는 건 이와 관련해서 곤욕스러움을 겪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 정식으로 발령받기 전에 OJT란 걸 했다. OJT는 on-the-job training의 줄임말로 쉽게 얘기하면 몇백 명씩 연수원에서 모여 교육하는 게 아니라 내가 실제로 일할 장소에서 교육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일을 하는 장소인 현장에서 제대로 된 교육 프로그램이 있을 리 만무하다. 적당히 볼만한 자료를 나눠주고 모두가 볼 수 있는 회의실 의자에 앉아 눈치 보고 있는 게 다다.



간혹 실무 지식을 알려주는 분도 있지만 아직 현장에서 일해보지 못한 우리가 이해할리 만무하다. 다시금 정적이 이어진다. 할 일 없이 눈치만 보고 있는 게 이렇게 힘든 줄 처음 알게 됐다.



여하튼 일주일간에 OJT를 마치고 마지막 날에 회사 동기들과 네 명과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었다. 같은 묵언의 고통을 나눈 덕인지 술자리는 화기애애했다. 모두의 얼굴이 불콰해지고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무렵 회사 동기에게 회식자리에서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고 말해버리고 말았다.



글 쓰는 내가 멋지다는 동기의 반응이 흡족했다. 난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내 브런치 주소까지 알려주고 구독까지 하고 말았다. 이 날 술자리는 이렇게 기분 좋게 마무리 됐다.



그런데 문제는 집에 와서 발생했다. 글을 쓰려고 자리 앉으니 구독한 동기가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내가 글을 업로드하면 구독한 동기가 볼 것이고 이것이 곧 회사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퍼진다고 생각하니 쓰는 것이 부담이 됐다.



사실 내 아이디를 구독한 친구는 내 글에 아무 관심도 없을 텐데 말이다. 글 소재도 자꾸만 검열하게 됐다. 회사에서 상급자에게 불만이 있었던 일도 빼고 동기와 서운했던 일도 빼고 약점이 될 수도 있는 내 개인사도 빼니 쓰는 글에 폭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이렇게 알맹이 없는 글을 쓰니 재미가 없었고 얼마 있어서 브런치에 접속하는 일이 뜸해졌다. 이렇게 몇 달간 못 썼다. 중간에 이런 점을 극복하기 위해 원래 본명이었던 필명을 바꾸기도 했지만 누군가 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이겨내진 못하고 쓰고 말고를 반복했다.



그러다 거의 반년이 넘어서야 다시금 이렇게 쓸 수 있게 됐다. 아직도 쓸 때 그 동기가 보진 않을까 하는 불안감은 있다. 여하튼 이런 뼈저린 경험 후에 앞으로 주변 사람한테 내가 글 쓴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 내가 계속 글을 써나간다면 밝힐 수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숨길 수 있을 때까지는 숨기고 싶다. 익명에 가려져 이런저런 소재를 쓸 수 있는 지금 이 시기를 즐기리라. 나중에 내가 단행본을 세 권정도 내면 그때는 공개해야지.



글을 쓰는 사람은 감추고도 싶고 밝히고도 싶은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양가감정에 휩싸이게 되는 때가 온다. 물론 이건 타인의 시선을 유독 신경 쓰는 내 성격 탓도 있을 것이다. 내가 아는 사람들 앞에서도 내 글을 당당히 공개할 수 있는 순간 나는 어떤 사람이 돼 있을까?


Image by Petra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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