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한 번은 고수를 만나라.
얼마 전 친구 A가 블로그에 운동을 시작했는데 주변 사람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내용을 봤다. 이 글을 보고 예전에 읽었던 한근태 작가님 책 <일생에 한 번은 고수를 만나라>가 떠올랐다.
본지 사 년이 넘어서 자세한 내용은 기억이 나진 않지만 핵심은 자신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선 고수를 만나 그들의 인사이트를 배워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 당시는 이런 내용이 크게 와닿지 않았다. 아마 다른 사람을 만나기 힘든 취업준비생이라서 그랬을 거다.
그런데 A를 보면서 이 책에서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인지 알겠다. 고수를 만나라는 건 반드시 사람을 만나라는 뜻이 아니었다. 중요한 건 매체가 아니라 내용이었다. 이런 사실을 A를 보고 난 깨달을 수 있었다.
나도 많이 변했지만 그는 천지개벽 수준으로 달라졌다. 그를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이런 변화가 더욱더 놀라웠다. 원래 그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다.
난 A를 대학교 OT때부터 알았는데 그때는 물에 술탄 듯 술에 물탄 듯 흘러가는 대로 사는 친구였다. 이런 미래에 대한 걱정 없는 낙천적인 성향에 부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안타깝기도 했다. 좀 더 자기에 대한 투자를 하면 더 큰 사람이 될 수 있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에게는 이런 말은 하지 않았다. 잔소리라 느낄 것 같았고 사람마다 피는 시기는 다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일 년에 한 두어 번 그를 봤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가 나에게 책을 추천해 달라고 물어봤다. 그전에는 내가 책을 읽건 뭘 하건 아무 관심이 없었던 그였다.
기꺼운 마음으로 몇 권을 사서 보내줬더니 읽고 후기도 남겨줬다. 그러다 말겠지 했는데 일 년이 넘은 지금도 책을 읽고 블로그에 글을 쓴다. 벌써 그가 쓴 글이 200개가 넘었다. 거기다 독서모임도 일 년 삼 개월째 함께하고 있다. 심지어 위에도 적었듯 운동도 시작했다. 이런 폭발적인 변화에 그의 주변 사람들은 불안감을 느끼는지 부정적인 말로 그를 흔들려고 한다. 내가 블로그에 봤던 글도 이런 내용이었다.
죽을 고비를 넘겨도 바뀔까 말까 하는 게 사람이라는데 그는 바뀌었다. 책을 즐기는 사람이 되었고 카페에서 노트북으로 글을 쓴다. 헬스클럽에서 땀 흘려 운동하기도 한다. 누가 억지로 그를 변화시킨 게 아니다.
나 같이 유리 멘털과는 다르게 A는 누군가 뭐라고 해도 끄떡도 웬만하면 콧방귀도 안 뀌는 멘털이다. 누군가 하라고 하면 청개구리 기질이 발동해 안 하고 마는 성격인 것이다. 그런 그가 어떻게 바뀔 수 있었을까?
이 답은 A와 대화에서 알 수 있었다. 처음 책을 읽는다는 그의 말에 놀라서 그에게 어쩌다가 그런 생각을 했는지 물었었다. 그가 말하길 야간에 일을 하면서 귀 한쪽에 이어폰을 끼고 강연을 들으면서 작업을 했다고 한다.
이렇게 부담 없이 꾸준히 그는 새벽마다 강연을 들었다. 이런 가벼운 마음으로 들었던 강연을 통해 대가들의 지혜들이 그에게 스며들었다. 어쩌다 보니 그는 높은 세계를 접하게 된 셈이다. 유튜브의 선기능이다.
물론 이것이 가능했던 건 A의 기질도 크게 한 몫했다. 다른 사람 같으면 이런 강연을 우연히 접했어도 머리 아프다며 좀 듣다 말거나 자기식대로 해석 버리고 말았을 거다. 그런데 그는 이런 말들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 게 아니라 가슴에 품었다. 그리곤 정말 이 사실이 그런가 반복해서 생각했다고 한다.
이런 체화하는 과정을 거치니 대가들의 생각이 그의 것이 됐다. 이렇게 생각이 바뀌자 행동이 바뀌었고 행동이 바뀌니 인생이 달라졌다. 아마 지금은 주변 사람들은 평소와는 좀 다르네 정도라고 느끼겠지만 십 년이 지난 후에 그가 얼마나 폭발적인 변화를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심지어 본인조차 모를 것이다.
이렇듯 한 번이라도 고차원적인 세계를 제대로 접한 사람은 전으로 되돌아가기 어렵다. 더는 타인과 피상적인 이야기를 나눈 게 즐겁지 않다. A도 이런 것들을 접하고는 전에는 즐겨봤던 롤 스트리머들을 잘 안 보게 됐다고 한다. 나 역시 똑같이 경험했다.
나도 연예인이나 피상적 수준을 가진 정치, 경제 이야기가 즐겁지 않다. 그보다는 책 내용이나 내 본질, 다른 사람이 가진 기질이나 현재 관심사가 더 궁금하다.
이렇게 한층 높은 차원에서 고민하니 상대적으로 낮은 차원 문제에 대해 무덤덤해진다. 더 이상 그런 것들에 내 에너지와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된다. 나와 세계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되고 이는 좋은 의사결정으로 이어진다.
이런 측면에서 인생에 한 번쯤은 의식 높은 무언가를 만날 필요가 있다. 그게 주변 사람이 되었든, 영상이나 책이 되었든 상관없다. 이런 걸 접하고 스스로 열린 마음을 가지고 깨닫는 순간 그 순간이 변화의 시작이다.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곱씹고 즐기다 보면 어느새 자신도 그런 사람이 돼있는 나를 발견한 날이 온다. A가 그랬던 것처럼.
※ 이 글에 나오는 인물의 이름이나 직위들은 작가에 의하여 모두 임의 변경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그림 출처 : Ai Copil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