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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동 통보 후, 마음이 조금 바빠졌다.

소문은 빠르고, 사실은 조용하다.

by 도냥이

얼마 전, 우리 부서의 한 차장님이 오는 9월 말자로 3급으로 진급하게 되었다. 3급부터는 팀장 또는 부서장급 보직을 맡게 되기에 지금의 자리에 머무를 수 없게 된다. 자연히 인사이동이 불가피해졌고, 조직 내에서는 다양한 추측과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다. A 차장이 어디로 간다더라 그 빈자리를 B대리가 그곳을 채운다더라 등 이야기들이 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로마시대 사람들이 콜로세움에서 검투사 경기를 보며 도파민을 충전했다면, 현대를 사는 우리는 그런 자극을 조직 내 인사 소식에서 얻는 건지도 모르겠다.


평소 같으면 그런 소문들을 그저 남 일처럼 흘려들었겠지만, 이번만큼은 그럴 수가 없었다. 이번 인사이동의 당사자 중 하나가 바로 나였기 때문이다. 진급한 차장님은 본사로 올라가고 그 자리를 다른 차장이 매우며 나는 그 빈자리를 채우게 되었다. 평소에 회사 소문에는 어두운 편이라 이를 알게 된 것도 우리 팀장님의 말을 통해서였다.


그날도 평소처럼 공사 현장을 마무리하고 퇴근하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팀장님이 나를 붙잡더니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도냥아 너 이번에 다른 곳으로 갈 것 같다. 대리급이 필요하대. 미안하다." 예상치 못한 말에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알겠다고 담담히 대답하고, 미리 알려주셔서 감사하다고는 했지만 마음은 뒤숭숭했다.


우리 회사는 한 부서에 오래 머무는 문화가 아니다. 평균 2~3년이면 대부분의 직원이 새로운 곳으로 이동하게 된다. 나도 벌써 이 부서에 온 지 2년이 훌쩍 넘었다. 곧 자리를 옮기게 된다는 사실은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막상 현실이 되자 마음이 복잡했다. 내가 속한 부서에서는 내가 세 번째로 오래된 사람이었고, 나름대로 익숙하고 편한 루틴이 생긴 상태였다.


나는 본래 새로운 거을 좋아하는 성격이다. 자주 가는 식당보다는 새로운 곳이 생기면 한 번쯤 꼭 들러보는 편이고, 여행을 갈 때도 늘 가던 곳보다는 처음 가는 장소를 선호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설렘보다는 낯섦과 아쉬움이 더 크게 다가왔다.


무엇보다도 함께 일했던 동료들과의 이별이 가장 아쉬웠다. 처음엔 그냥 업무적인 관계라고 생각했던 사이였지만, 시간이 지나서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마음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점심 후에 같이 커피를 사 마시며 나누는 소소한 대화, 새벽에 운전하며 뭘 먹고 싶은 지 나눴던 대화까지. 이런 일상이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린다는 생각에 괜히 마음이 찡했다. 이런 변함없음에 권태마저 느끼곤 했지만 어느새 이것도 변화해 버리는 것이 인생이구나 싶었다.


퇴근길,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이 오늘따라 낯설게 느껴졌다. 매일 지나던 길인데도 곧 이 길도 나와는 잠시 인연이 멀어질 거라는 생각에 눈에 담아두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익숙했던 풍경들이 유난히 선명하게 보이고, 지나온 시간들이 슬며시 마음속에 말을 걸어왔다. '정든다는 건 이렇게 뒤늦게 아는 건가'싶었다.


이번 인사이동은 나에게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 새로운 부서에서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지, 어떤 업무를 맡게 될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분명히 또 다른 배움과 성장의 시간이 될 것이라 믿는다. 변화는 두렵기도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회의 시작이기도 하다.


이제는 작별의 인사를 준비할 시간이다. 그동안 고마웠던 동료들에게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써야겠다. 어쩌면 작은 선물 하나와 함께. 익숙함을 뒤로하고 낯선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지만, 그 길 끝에도 분명히 또 다른 인연과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겠지.


사진출처 : chat gpt 4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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